암호화폐 홀대는 미래 산업 망치는 길

최근 ‘21’, 그리고 ‘42’라는 영화 두 편을 하루 만에 관람했습니다. 무언가에 끌려 보게 되었으며, 21과 42는 제곱의 수가 된다는 산술적인 결과까지 생각하며, 스스로도 참 희한안 일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42’라는 숫자는 미국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인 재키 로빈슨(Jackie Robinson)의 등번호입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매년 4월이면 전 선수가 로빈슨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로 42번이 달린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릅니다. 상당한 야구팬인 저 또한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1940년대 미국 내 400명의 메이저리그 선수 중에 흑인이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은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재키 로빈슨의 메이저리그 입성 이후, 입에 담을 수조차 없는 비난과 함께 경기 중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본인과 가족을 죽이겠다는 편지가 쇄도하고, 소속팀인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의 선수들에게도 온갖 협박과 억압이 가해졌습니다. 

법학도였지만 야구계에 투신한 다저스 단장 ‘브랜치 리키(Branch Rickey)’는, 당시 같은 지역의 라이벌이었던 ‘뉴욕 양키스’ 팀과의 월드시리즈에서 매번 패하며 ‘혁신’을 생각합니다. 브랜치 단장은 어린이 무료 입장을 최초로 도입했고, 편견과 반대를 무릅쓰고 흑인 선수의 영입을 시도했습니다. 그 선수가 바로 ‘재키 로빈슨’이었습니다.

리키 단장은 1945년 8월 28일, 유명한 '3시간의 대화'에서 로빈슨에게 물었습니다.

“인종적인 모욕을 당하더라도 화를 삭일 수 있겠는가?”

재키 로빈슨은 깜짝 놀라면서 답했습니다.

"흑인들이 맞서 싸우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리키는 로빈슨에게 "맞서 싸우는 것을 참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며, 로빈슨에게 "부당한 일들을 감수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 그와 월 600달러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1947년 입단 첫 해, 재키 로빈슨은 뛰어난 활약으로 신인상을 받았고, 브루클린 다저스는 시즌 우승을 거머쥐게 됩니다. 준족의 재키 로빈슨의 포지션은 2루수였지만, 1루수 훈련을 시켜 기용하는 용병술도 발휘했습니다. 로빈슨은 도루 또한 엄청나게 많이 성공시켰습니다. 리키 단장은 로빈슨에게 2가지를 주문했습니다. 먼저 '젠틀한 신사가 될 것', 그리고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될 것'. 팬들이 메이저리그의 ‘흑인 선수’를 존경하고 인정하기 위함입니다.

재키 로빈슨이 신변에 대한 각종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인들의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였던 야구에서 보여준 영향력으로 인해 흑인 인권 신장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수많은 설움과 헤드샷을 참아내며, 바로 보복을 못하게 말리는, 마치 ‘성자’ 같은 자세를 견지했음은 배워야할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백인이 로빈슨에 대해 가하는 린치는 당연하게 여겼지만, 로빈슨이 여기에 대응하면 흑인이 과격하게 반응한다고 대서특필되는 당시 상황이었으니까요.

재키 로빈슨과 브랜치 리키
재키 로빈슨과 브랜치 리키

필자는 ‘42’라는 영화를 보면서 현재 암호화폐가 처한 상황이 마치 ‘재키 로빈슨’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금융기득권으로부터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관련 법령도 제정되지 않은 상황이 마치 백인이 흑인을 억압하는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는 느낌입니다. 그 당시 미국 사회는 화장실에도 ‘White only’라고 적힌 곳이 많이 있었고, 비행기를 타는 데도 온갖 이유로 흑인에게 표를 주지 않거나, 갑자기 취소해버리는 것은 물론, 호텔 입장을 제지하기도 했습니다.

불과 74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재키 로빈슨’의 위대함은 이런 억압을 모두 견뎌내고 실력으로 백인들의 편견에 맞서 싸우며 이겨냈다는 것에 있습니다.

지난번에도 언급했지만 주식과의 과세 차별은 개선되어야 할 사항입니다. 인종차별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 못지않은 말도 안 되는 차별이라는 점에서는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중소 거래소에 은행계좌를 열어주지 않는 것, △세금은 걷지만 거래소에 대한 부실한 감독, △투자자에 대한 미흡한 보호조치, △부실한 블록체인 산업육성 등은 기존 금융권과 비교해 많은 편견과 차별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원장 노웅래 의원)과 당내 가상자산 태스크포스(단장 유동수 의원)는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상자산 과세 현안 점검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습니다. 부디 이 자리가 암호화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 개선되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42’ 영화에서 매우 인상 깊었던 장면을 되새기며 글을 마무리 하겠습니다. 경기 시작 전 송구 연습을 하며 몸을 풀던 동료가 1루수인 재키 로빈슨에게 다가와 어깨동무를 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내일은 다들 등 번호 42번을 달까? 그럼 구별 못 하겠지?”

재키 로빈슨(Jackie Robinson: 1919~1972)

메이저리그 최초의 흑인 선수(브루클린 다저스 입단). 전 구단 42번 영구결번(97년 지정) 선수이자, 1947년 신인상 수상. 1949년 내셔널리그 MVP. 6번의 올스타 게임 출전. 1962년 명예의 전당 회원. 평균 타율 3할1푼1리. 총 안타 수 1,518개. 137개 홈런.

[필자=키웨스트 chainlink77@naver.com]

현 (주)키웨스트77 대표 / 디지털경제협의회 사무국장 / 유튜브 '키웨스트' 채널 운영

아모레퍼시픽 / 이니스프리 21년 근무

성균관대 SKK GSB 글로벌 MBA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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