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체계 갖춰야 혼선 피할 수 있다

올해 들어 NFT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Not Fungible Token)'의 개념부터 정리하자면, 블록체인에 저장된 데이터 단위로, 고유하면서 상호 교환할 수 없는 토큰을 뜻합니다. NFT는 사진, 비디오, 오디오 및 기타 유형의 디지털 파일을 나타내는데 사용하며, 유일한 원본임을 증명하는 수단입니다.

올해 NFT 사용빈도가 대폭 증가했습니다. 이더리움 등은 자체 NFT 표준을 갖고 있습니다. NFT는 엔터테인먼트에서 디지털 자산을 상업화 하거나 미술품, 게임 아이템 등과 접목해 사용되고 있습니다. 상당수의 NFT는 이더리움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클레이튼 등 또 다른 블록체인들도 자체 버전의 NFT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NFT 시장 가치는 2020년에 2억50000만 달러 이상(한화 약 3000억 원)의 시장 규모였으며, 올해에는 이보다 훨씬 더 큰 시장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NFT에 대해 좀 더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자동차에는 고유번호인 ‘차대번호(VIN: Vehicle Identification Number)’라는 것이 있습니다. 차량의 도난 방지와 결함을 추적하기 위한 일종의 꼬리표로, 차량 번호 또는 차량 식별 번호라고도 합니다. 자동차의 보닛(Bonnet)을 열어 보면 크로스 멤버나 대시 패널부에 부착되어 있죠. 차량의 뼈대라고 말할 수 있는 ’프레임‘에 표시 되어 있어 위변조는 사실상 매우 어렵습니다. 사람으로 치자면 중추가 되는 등뼈(Back Bone)에 번호를 새겼다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또 하나의 개념은 OK 캐시백(Okcashbag)입니다. SK그룹 계열사 ’SK플래닛‘에서 운영하는 마일리지 시스템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활용 범위가 넓은 마일리지 시스템입니다. 원래는 ’유공‘이 제공한 포인트 제도(엔크린 보너스 카드/영문 이니셜은 EBC)였습니다. 이후 적립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제휴 가맹점이 증가하게 되면서 차츰 제휴사에 자사의 포인트 적립 솔루션 제공 및 포인트 관리 서비스까지 하는 지금의 모습으로 발전했습니다. SK그룹의 지주 회사 전환 이후 SK에너지를 거쳐 2008년부터 ’SK마케팅N컴퍼니‘에서 운영했으며, 2013년 초 SK플래닛과 합병했고 현재의 주관사는 ’SK플래닛‘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항공사 마일리지‘는 1981년 ’아메리칸항공‘이 처음 도입한 것입니다.

NFT 개념을 쉽게 설명하려다 보니 ’차대번호‘, ’OK 캐시백’, ‘항공마일리지’ 3가지를 소환하게 됐습니다. 대체 불가능하다는 개념과 유일무이한 고유 값을 갖는다는 점에서는 ‘차대번호’와 개념이 매우 비슷하고, 고유하지만 여러 곳에 사용될 수 있다는 ‘호환성’과 ‘확장성’에서는 OK 캐시백이나 항공마일리지와 유사한 특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설명을 읽어보면 모순되는 개념같이 느껴지지 않나요? 유일무이한 값인데 호환이 된다?

오늘은 ‘게임’에서의 NFT 역할에 대해 설명을 해보겠습니다.

◇ 한 가지 게임에서만 가치를 인정받았던 시대

‘리니지’라는 게임을 많이 들어 보셨을 텐데요. 게임을 하지 않는 분이라도 ‘리니지’에서 사용되는 아이템 중 ‘검(Sword)’ 하나가 몇 천만 원에 거래가 된다는 말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런데 NFT가 적용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이 검이 비싸다 한들 ‘리니지’ 게임이 없어지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가치 없는 아이템이 될 것입니다.

◇ 다른 게임에서도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NFT

그런데 이 ‘검’에 NFT가 적용 된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게 될까요? 이 ‘검’은 또 다른 게임, 예를 들어 가장 유명한 게임 중 하나인 ‘롤(LOL, League of Legend)’에서 ‘리니지 검’이 그대로 활용이 된다거나 , 아니면 ‘리니지 검’을 ‘롤’게임 안에서 가치를 인정받아서 매매가 가능하게 된다면 어떨까요? ‘리니지 검’을 사고 팔 수 있는 ‘아이템 거래소’ 같은 곳에서 ‘암호화폐’로 거래할 수 있다면 게임 유저 입장에서는 이보다 환영할만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리니지 검’ 하나를 얻기 위해 쏟아 부은 시간과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게임업체 입장에서 NFT는 좋기만 할까?

여러분이 ‘게임업체 대표’라고 가정을 해 봅시다. 게임업체의 수익모델은 게임 구매 비용, 구독 비용, 아이템 구매를 위한 게임 내 캐시 구입비용, 아이템을 결합하여 새로운 아이템을 얻는 비용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회사에서 만든 게임도 아닌, 다른 게임의 아이템이 우리 게임으로 들어온다면 그리 반가워할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에서 운용 중인 ‘오징어 게임’이 있다고 가정했을 때, 타사의 ‘문어 게임’ 아이템을 우리 ‘오징어 게임’에서 사고 팔 수 있게 해주는 결정을 쉽게 내리진 못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오징어 게임’ 수익이 대폭 감소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 게임이 아닌 실제 사례를 통한 인식의 확장

필자는 20년 넘게 화장품 회사에 근무했습니다. ‘결제서비스’, 특히 ‘OK 캐시백’ 도입을 위한 선도적인 스터디를 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2004년 명동에 오픈했던 플래그십 스토어 휴플레이스(현 아리따움)에 OK 캐시백 결제를 위한 사전테스트를 통해 실제 적용을 했던 경험도 있으며, 회원카드 1번(7777 9999 0000 0001)을 부적처럼 소유하고 있습니다. OK 캐시백은 일종의 비즈니스로써 무료로 운영되는 모델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즉, 그 당시 타사 고객을 휴플레이스로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써 OK 캐시백을 도입했던 것이고, 당시 1개월 기준, 수백만 원의 매출이 OK 캐시백을 통해서 발생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어느 정도가 타사 고객이었는지도 분석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있었습니다.

◇ 정리

NFT 게임의 성공을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조건이 필요합니다. 이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NFT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고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 이기주의, 또는 NIH 현상(Not Invented Here Syndrome, 내가 만든 것만 인정)

각자의 NFT를 만들되 상호 호환은 인정하지 않는 것, 즉, 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만든 것만 인정하겠다는 NIH가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어떤 플랫폼이 패권을 쥘 것인가?

현재는 이더리움 기반의 NFT가 대세입니다. 그러나 이더리움 기반으로 만들어진 암호화폐라도 이더리움으로 상호 가치교환이 되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새로 나오는 암호화폐들이 이더리움, 솔라나, 코스모스 등으로 플랫폼이 나눠지는 것 또한 NFT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각각의 암호화폐가 서로만 살겠다고 ‘상호호환’을 거부하는 순간 서로 소통이 없는 수많은 사일로(Silo, 가축 사료를 보관하는 세로로 솟은 장치)만 양산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 마무리

오늘은 보수적 관점에서 NFT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우리가 어떤 비즈니스의 미래를 전망할 때는 감성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고객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안 됩니다. 즉 메이커 관점에서도, 그리고 경제적 부가가치 관점에서도 면밀하게 살펴보고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많은 게임업체들이 너도나도 NFT를 도입한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OK 캐시백, 삼성 포인트, LG 포인트 등을 만들겠다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시작 단계부터 관련 업체들이 모여 표준을 제정하고 미래를 논의해야 합니다. 그래야 감당 못할 사태를 방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이 형성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을 민간 기업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법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관련 부처에서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해 산업이 안정적으로 연착륙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필자=키웨스트 chainlink77@naver.com]

현 (주)키웨스트77 대표 / 디지털경제협의회 사무국장 / 유튜브 '키웨스트' 채널 운영

아모레퍼시픽 / 이니스프리 21년 근무

성균관대 SKK GSB 글로벌 MBA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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