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 수수료 수익과 대량 상장 폐지

지난 10월 5일에 방송된 케이블 방송 뉴스채널의 보도로 오늘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보도에 따르면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는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거래 수수료로 벌어들인 금액이 무려 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업비트에서 거래되는 암호화폐 중 절반이 불과 3년도 안 돼 상장 폐지 됐다는 것입니다. 상장 코인 검증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원화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는 모두 4곳이며, 85%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가진 업비트는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2017년부터 벌어들인 거래 수수료가 4조 원이라면 한 달 평균 1,000억 원을 웃도는 금액입니다.

상장 폐지된 '부실 코인' 거래로 얻은 이익도 3,140억 원 정도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전체의 8% 수준에 달합니다. 문제는 코인 상장을 위한 업비트의 검증 기능입니다. 지난 6월까지 상장됐던 코인은 모두 298종이며, 이 가운데 48%인 145개가 상장 폐지됐습니다. 평균 거래 기간은 2년 6개월에 불과합니다. 업비트의 부실 코인 양산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블록체인 발전을 고려하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수수료에만 관심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피해자들의 손실은 나 몰라라 하는 거 아닌가. 정말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필자는 업비트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 한 달 1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수익은 투자자들의 거래 수수료다. 업비트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했는가?

△ 절반에 해당하는 암호화폐를 상장폐지 했다면 상장심사 자체가 부실한 것을 자인하는 것은 아닌가?

△ 부실 암호화폐 거래로 거둔 수익이 3140억 원이라면 이것은 투자자들의 눈물이 아닌가?

△ 마치 공공기관의 압박에 의해 상장폐지 한 것처럼 언론플레이 하면서, 업비트와 관련이 있는 암호화폐부터 증거를 없애 듯 상장폐지 시킨 것은 아닌가?

업비트는 지난 8월부터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 '올바른 디지털 자산 투자' 시리즈 광고를 지상파, 라디오, 유튜브, 옥외광고 등에 내보내며 투자자 보호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8월6일<바람>, 8월9일<산, 바다>). 유명 연예인의 출연료를 포함한 광고비는 최소 수 억 원 대에 달 할 것입니다. 이 광고는 현재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9종의 암호화폐를 대거 상장 폐지 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개인투자자가 피해를 입었을지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다만 합리적인 숫자로 추정을 해보자면 업비트의 누적가입자수가 최근 800만 명이었고, 29개 암호화폐가 상장폐지되기 전 원화마켓 암호화폐 숫자는 131개, 이 중 상장폐지 된 29개가 차지하는 비중은 22.1%입니다. 투자자 중 22.1%는 이 손실의 늪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산이 가능해 집니다. 만약 5개 정도의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었다면 1/5의 확률로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업비트는 투자자보호 캠페인보다는 29개 암호화폐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상장폐지 전 보유 잔고를 명확하게 공개해 그 피해규모가 얼마인지 밝히고 사과해야할 것입니다.

지난 2000년 일본에서 심각한 우유파동 사태가 있었습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유제품으로 유명한 대기업 ‘유키지루시’에서 만든 우유를 마시고 수백 명이 식중독을 일으켰던 사건이었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회사 사장의 인터뷰였습니다. 책임을 부인하거나 잘못을 남에게 떠넘기는 오리발을 내민 것은 아니었지만 대표의 화가 난 듯한 말투가 소비자의 마음에 불을 질렀습니다.

“저도 지금 한가하게 놀고 있는 건 아닙니다!”

비교적 냉정한 자세를 견지했던 일본 매스컴이 돌변하면서 유키지루시가 사고를 은폐/축소하려 한다며 앞 다투어 보도했습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의 기색 없이 최고 책임자가 발끈하며 역정을 내는 것이야말로 바깥 여론에 눈과 귀를 닫고 제멋대로 하겠다는 오만한 자세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자회견은 기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회견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잘못을 해명하고 용서를 빌어야 함에도 오히려 화를 낸다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것입니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유키지루시의 잘못과 부도덕을 지적하는 기사가 봇물을 이뤘고, 날을 바짝 세운 여론 앞에서 이 회사는 변명의 여지도 없이 악덕 기업으로 몰리고 말았습니다.

업비트는 현재 시장점유율이 85%에 육박하는 독보적인 기업입니다. 만약 업비트 외에 어떤 거래소가 시장의 패권을 쥐게 되는 날이 온다면 투자자들이 모든 투자 자금을 다른 거래소로 옮기는 복수를 단행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경영학 수업에서 ‘도덕적 해이’의 주요 사례로 거론되는 일본의 ‘유키지루시’ 기업의 사례처럼, 향후 각 나라의 경영대학원 MBA수업의 케이스 스터디(Case study)에서 업비트의 모럴해저드가 등장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 열쇠는 오롯이 업비트에서 쥐고 있습니다. 업비트는 대량 상장폐지로 인해 빚어진 개인 투자자들의 눈물을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필자=키웨스트 chainlink77@naver.com]

현 (주)키웨스트77 대표 / 디지털경제협의회 사무국장 / 유튜브 '키웨스트' 채널 운영

아모레퍼시픽 / 이니스프리 21년 근무

성균관대 SKK GSB 글로벌 MBA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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