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먼저 생각하는 정책 펼쳐야

지난 14일 보도된 기사를 보면 국내 1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경영실적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도된 내용 중 숫자를 중심으로 투자자의 입장에서 제언해볼까 합니다. 

업비트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8,209억 원, 영업이익은 2조5,939억 원, 순이익은 1조9,900억 원입니다. 회원수는 890만 명, 예치금은 53조 원(현금 6조4,000억 원, 암호화폐 46조7,000억 원)으로 발표됐습니다. 이석우 대표는 1조 원정도의 납부세액을 부담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는 5,182만 명으로, 업비트 회원 890만은 전체 인구의 약 17.1% 정도입니다. 연령대별 인구로 다시 계산을 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0~19세 인구와 61세 이상 인구는 약 2,171만 명입니다. 전체 인구에서 이 숫자를 빼면 투자가능한 인구는 대략 3,011만 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업비트 회원 890만 명은 투자 가능 인구 3,011만 명의 약 29.6%가 됩니다. 경제활동 가능 인구 중 30%는 업비트 계좌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재테크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을 제외하면 웬만한 사람들은 업비트 계좌를 한 번 이상 만들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업비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업이익율이 무려  92% 수준입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경영성과입니다. 이 성과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축하해야 할 일이겠죠. 필자는 대기업에서 전략수립, 고객관리, 경영개선 등 정책결정 및 실무운영을 해본 경험을 가진 사람으로서, 몇 가지 매우 현실적인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 거래수수료율 인하

현재 업비트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원화마켓 거래수수료가 0.139%로 표기되어 있습니다. 2017년 이후 시작한 할인 이벤트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현재 적용률은 0.05%입니다. 굳이 4년여 동안 이렇게 유지할거면 기본 수수료를 0.05%로 지정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이는 고객에게 우대를 해주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그런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진정으로 고객 우대 정책을 펼치고 싶다면 지금의 수수료를 대폭 낮춰 0.025%로 하는 것이 합당해 보입니다. 1조 원 가까운 세금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수익을 내주는 투자자들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 수수료 페이백 제도 도입 

암호화폐 투자자 중 실제 수익을 내는 투자자는 10% 남짓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필자 역시 업비트에 적지 않은 수수료를 냈습니다. 2017년도에는 업비트 거래수수료 페이백 이벤트를 통해서 약 5백만 원 정도를 돌려받았던 좋은 기억도 갖고 있습니다. 업비트의 영업이익율이 92%에 달하고 순이익만 무려 1조9,900억 원이라면 투자자들에게 일정 부분 페이백 하는 것도 고민해보길 바랍니다. 신뢰 회복의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 거래금액별 고객등급관리 제도 도입  

고객별로 투자금액이 차이가 있고, 트레이딩 횟수가 많을 수록 업비트에 납부하는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많을 것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사회에서 늘 그렇듯 업비트의 수익창출에 많은 기여를 하는 고객에게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준다면 업비트의 '지속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상위 우수 고객에게 투자세미나 참석 기회 제공과 우대수수료율 적용, 분기별 우수고객 선물 증정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는 고객관리제도(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고객관계관리)를 도입하기 바랍니다. 정교하게 운영한다면 전 세계 34위 거래소가 아닌 글로벌 톱 클래스로 우뚝설 수 있을 것입니다(코인마켓캡 거래소 순위 기준 바이낸스 1위, 빗썸 17위). 

업비트가 국가에 세금을 많이 납부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고객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것을 먼저 생각하기를 권합니다. 이익이 도출된 가장 큰 Profit Pool(사업에서 이익이 나는 영역을 의미함)은 바로 '수수료'임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필자는 평창, 대전, 금산, 대구, 포항 등 지방 도시를 찾아 다니며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상황이지만 업무 모임이나 가족 모임 등으로 저녁 시간 식당이 꽤 붐비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과 비교를 해도 경제 활동이 활발해 졌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다만, 일반적인 음식점 보다는 값비싼 곳이 잘되고 있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이는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의 소비지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며, 긍정적인 현상입니다. 많이 버는 사람들이 세금도 더 많이 내고, 소비지출도 확대한다면 실물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소비를 비판하기 보다는 존중해 주는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음 번에는 대한민국 정부가 통계를 잘 활용하여 정책결정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한번 다루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필자=키웨스트 chainlink77@naver.com]

현 (주)키웨스트77 대표 / 디지털경제협의회 사무국장 / 유튜브 '키웨스트' 채널 운영

아모레퍼시픽 / 이니스프리 21년 근무

성균관대 SKK GSB 글로벌 MBA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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