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를 깎는 노력으로 생존전략 고심해야

서울중앙지검 형사14부(김지완 부장검사)는 지난 7월 6일 빗썸 지분 매도 과정에서 매수인을 기망해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 달러(한화 약 1162억원)를 편취한 혐의로 빗썸의 실경영자인 이모 전 의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빗썸 매각 추진 과정에서 ‘BXA 토큰’을 상장한다며 코인을 선(先)판매했으나, 실제로는 상장이 안돼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 주요 혐의 내용입니다.

이른바 ‘빗썸 사태’는 BXA 토큰 투자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 55명이 이 전 의장과 빗썸에서 근무했던 김 모 B그룹 회장 등 빗썸의 전·현직 임원 9명을 2019년 12월 검찰에 고소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김 모 회장은 자신 역시 이 전 의장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라며 지난해 7월 서울시경에 이 전 의장을 고소했고, 이후 이 전 의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전 의장은 2018년 10월 김 회장에게 빗썸 인수 및 공동 경영을 제안했습니다. 실제로는 빗썸에 코인(BXA 토큰)을 상장시킬 의사와 능력이 없음에도 “인수대금 중 일부만 지급하면 나머지 대금은 코인을 발행·판매해 지급하고, BXA 토큰을 빗썸에 상장시켜 주겠다”고 속여 계약금 1억 달러를 챙겼다는 것입니다.

이후 이 전 의장은 지중해 국가 사이프러스의 국적 취득을 시도하고, 재산을 국외로 빼돌렸다는 의혹도 제기돼 피해자들은 이 전 의장의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고소장에 포함시켰지만, 경찰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공판을 앞두고 있는 이 전 의장은 기소 직후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형 로펌 8곳에서 34명에 이르는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했습니다. 투자자 피해 보상은 뒷전이고 자기 자신만 살겠다고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 또한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이 전 의장이 자금도 없이 빗썸을 인수하려고 마음을 먹었고, 그 과정에서 BXA 토큰을 발행해 목돈을 챙긴 뒤 이것을 빗썸 인수자금으로 사용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봉이 김선달처럼 빗썸을 날로 먹으려는 시도를 한 것입니다.

한 때 암호화폐 거래소 글로벌 1위를 하던 거래소가 부도덕한 경영진으로 인해 망가지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필자는 여러 가지 징후로 빗썸의 문제점을 사전에 포착했으며, 지난 4월 이후 빗썸 거래소에서의 투자를 자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500여만 명에 달하는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빗썸의 퇴출은 적지 않은 투자자 혼란을 초래할 것입니다. 또 국내 암호화폐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도 빗썸의 퇴출은 득보다 실이 많아 보입니다. 빗썸이 현재의 상황을 딛고 다시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당장 해결해야 될 몇 가지 문제점을 짚어보겠습니다.

1) 무분별한 신규 상장

빗썸은 1년 전만 해도 업비트와 거래 종목 수가 비슷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빗썸의 거래 종목 수가 188개까지 증가했습니다. 업비트가 총 30개 종목을 무자비하게 상장폐지시키면서 거래 종목을 103개 정도로 감소시킨 것과 대조적입니다. 필자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빗썸 상장 종목들 중 적지 않은 종목이 다단계 MM세력들과의 펌핑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젠서, 오로라, DVP 등). 투자자 보호는 뒷전이고 상장피나 마케팅비 명목으로 단기적인 수익에 혈안이 돼 매월 3~4개의 신규 코인을 상장시킨 것으로 보입니다. 상장되는 코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과연 제대로 실사를 거쳐서 상장시키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2) 낙후된 시스템과 UI 개선을 위한 노력 부족

빗썸의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이용 편의성)는 고객이 한 번의 실수로 크게 손실을 볼 수도 있는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입니다. 그 증거로 빗썸에서는 간혹 말도 안 되는 금액까지 매수되거나 매도되는 피뢰침 같은 차트를 종종 볼 수가 있습니다. 이는 투자금이 많은 투자자가 실수로 전량 매도 시 숫자를 잘못 입력해서 발생하는 사례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실제 제 주변에도 이런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빗썸은 오류방지를 위한 시스템 개선작업에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3) ‘쟁글’과의 투명하지 못한 협업

빗썸과 업비트에 상장됐던 코스모체인의 관계자는 “서비스 출시부터 PR 정보, 토큰 유통량 등 모두 쟁글을 통해 기록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커뮤니티 관리 비용이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또 쟁글에 정보를 한 번 입력하면 상장을 위해 거래소마다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되며, 쟁글과 제휴 맺은 여러 거래소들에 접근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코스모체인은 쟁글에서 A+ 등급으로 평가했지만 총 발행량 외에 몰래 코인을 추가 발행하다 적발돼 빗썸, 업비트에서 퇴출된 코인입니다. 쟁글은 보도에서 나온 바와 같이 상장피, 마케팅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으며, 상장브로커 역할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4) 향후 대응방안

특금법을 앞세운 정부 당국의 서슬 퍼런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 곳의 거래소라도 더 생존하는 것이 혼란을 방지하고 국내 암호화폐 산업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바람직할 것입니다. 업비트에 많이 치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국내 2위의 거래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국내외 인지도가 높은 거래소입니다. 수수료 수입도 꽤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의지만 있다면 시스템 개선을 비롯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투자 여력이 가능할 것입니다. 투명하지 못했던 과거와의 단절을 시작으로 개선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며, 그것만이 외면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길입니다.

특금법 이후 살아남을 거래소가 얼마나 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일부 경영진의 잘못으로 지명도 높고 유망한 거래소가 사라진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입니다. 도덕적이고 능력 있는 경영진 선임과, 당장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국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산업 발전에 앞장선다면 화려한 과거의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빗썸의 대오각성과 비상을 기대합니다. 투자자들 역시 눈을 부릅뜨고 빗썸의 행보를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필자=키웨스트]

현 (주)키웨스트77 대표 / 유튜브 '키웨스트' 채널 운영

아모레퍼시픽 / 이니스프리 21년 근무

성균관대 SKK GSB 글로벌 MBA 수료

★ 위 내용은 본지의 의견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니 신중한 투자를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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