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경영 위해 투명한 업무 처리 우선 돼야

지난 회 '암호화폐 업계의 추악한 진실' 편에서 업계의 어두운 면과 개선해야 될 점을 지적해 많은 독자들로부터 관심과 응원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는 지난 회의 연장선상에서 거래소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1) "상장피는 절대 받은 적 없다더니"
상장을 댓가로 거래소들이 요구하는 '상장피'에 대해 국내 톱4 거래소들은 절대 그런 일이 없다며 부인해왔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MBC 뉴스에서 보도한 '상장 수수료 없다던 코인거래소, 뒤로는 억대 현금'에서 밝혔듯, B 거래소가 상장피를 현금으로 버젓이 받은 계약서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참고로 B 거래소의 작년 영업이익은 약 1,500억 원 가량입니다.

계약의 주요 내용을 보면 "상장과 동시에 청구하고, 3일 내로 전액 현금 입금한다" 였으며, '비밀유지' 조항으로 입을 막아 왔습니다. 2017년 말 코인 가격이 폭등하던 시절에는 상장피가 몇 십억 원이었던 코인도 있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동안 거래소들은 코인을 신규 상장한 후 마케팅 활동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코인, 또는 현금을 받아왔습니다. 거래소가 갑의 위치임을 고려할 때 코인재단에 상장피를 요구하는 것은 전형적인 갑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상장피를 받는 행위 자체를 비난하지는 않지만, 거래소가 떳떳했다면 굳이 받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마케팅 비용 항목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그 자금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명확하게 밝혔다면 이렇듯 전방위적으로 난타 당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거래소가 상장피를 받았다면 수수료 수익이 아니기 때문에 회계상으로는 '영업 외 수익'으로 분류했을 것입니다. 과연 그렇게 정리되어 있는지 궁금합니다. 만약 거래소 직원이 회사에 보고하지 않고 이중으로 계약서를 작성해 뒷돈을 챙겼다면 더욱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거래소가 공식적으로 상장피를 받은 것도 문제지만, 비공식으로 받았다면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지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B 거래소는 공지사항을 통해 이렇게 얘기해왔습니다. "우리 거래소는 상장을 담보로 한 어떠한 비용도 요구하지 않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소개/접수/심사 등)". 

2) C 거래소의 상장폐지 번복
지난달 24일 SBS는 "업비트 논란에 화들짝 코인빗, 돌연 상장폐지 일정 연기"라는 뉴스를 보도했습니다. C 거래소는 몇몇 코인에 대해 6월 23일 오후 8시에 상장폐지한다고 공지했습니다. 그런데 상장폐지를 몇 시간 앞두고 돌연 상장폐지를 연기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해당 코인은 가격이 급등했으며, 처음 상장폐지 공지 이후 낮은 가격에 매도한 기존 보유자들은 상당한 피해를 입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C 거래소는 왜 이런 조치를 취했을까요?
아마도 상장폐지와 관련해 국내 최대 거래소와 코인재단과의 갈등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듯한 모양새를 보면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어쩌면 기존 투자자들이 낮은 가격에 던진 물량을 받아, 시세차익과 급증하는 거래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까지 고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상장폐지를 3시간 여 앞두고 발표한 이런 조치는 상식적이지 않을뿐더러 암호화폐 투자자, 혹은 잠재적인 투자자에게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는 부도덕한 경영 행위입니다. 

3) "페이퍼 코인으로 상장, 모든 게 가짜" 내부 폭로
지난 4일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내용입니다. 지난 해 모 코인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됐는데 수십억 원이 몰린 데다, 상장 며칠 뒤 코인 가격도 치솟아 회사는 막대한 차익을 얻었다는 내용입니다. 심지어 아직도 거래소에서 버젓히 거래가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코인의 핵심 관계자는 JTBC 취재진에게 사실상 모든게 가짜인 '페이퍼 코인'이라고 털어 놓았다는 것입니다. 이 내용을 밝힌 사람은 해당 코인의 핵심 관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더군다나 해당 재단에 개발자가 한 명도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폭로했습니다. 이 기사에 조언을 한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김형중 교수는 "거래소에서는 원칙적으로 이 사람들(코인재단)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가능성은 있는지 체크해야 하는데 지금 거래소에는 그럴 인력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필자는 21년 간 국내 대기업에서 근무했습니다. 필자의 경력만으로도 코인 회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재정적으로 어떤 상황이며, 조직구조는 어떤지 정도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래소의 인력 수준이 이 정도로 낮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심지어 해당 코인의 백서 작성을 대학생이나 대학원을 준비하는 학생에게 맡긴 정황도 밝혀졌습니다. 프로젝트가 그럴듯하게 보여지도록 하기 위해, 참여한 사람들이 아이비리그 출신이라는 등 화려한 스펙을 올렸지만, 사실은 투자자들을 기만한 것도 드러났습니다. 해당 코인재단은 적지 않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물론, 여기에서 모은 자금으로 또 다른 코인을 만들고 있다는 것도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4) 거래소는 우량 코인 상장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위의 페이퍼 코인 관계자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거래소는 우리와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할 뿐, 한 번도 사무실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걔네들은 거래 수수료로 돈 버는 회사잖아요. 유통이 잘 될 코인인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지 그것만 보는 거예요."

수 백만 원, 수천만 원의 거래도 아니고, 수억 원, 많게는 수십억 원이 오가는 거래인데 이메일이나 전화통화로만 상장을 심사하고 거래를 시킨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국내 메이저 거래소들의 업무처리가 구멍가게만도 못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기업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는 누구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다만, 최소한의 양심과 상도의를 바탕으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방법으로 매출을 높이고 이익을 얻는 비즈니스를 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정책 당국과 주무부처는 암호화폐 전반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을 갖춘 후 대응하기를 바랍니다. 정책 당국이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며, 선진국이나 글로벌 기업은 어떻게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정부가 그토록 외치는 4차산업혁명시대 리딩 국가 선점이 구호로만 그치질 않길 바랍니다. 더불어 블록체인을 비롯한 첨단 기술이 미래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지 진지한 고민을 해보시길 당부드립니다. 

[필자=키웨스트]
현 (주)키웨스트77 대표
아모레퍼시픽/이니스프리 21년 근무
성균관대 SKK GSB 글로벌 MBA 수료

★ 위 내용은 본지의 의견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니 신중한 투자를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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