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상장 심사 제도 구축돼야

최근 서울경제 디센터가 보도한 ‘쟁글 리스팅 매니지먼트’에 따르면 쟁글은 모 프로젝트의 대형 거래소 상장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4만4,000달러(약 5,000만 원)를 요구했고, 3개월 이내에 거래소 상장에 실패하면 계약 금액의 절반을 되돌려주는 계약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거래소 상장 대행이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행위 자체를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쟁글이 암호화폐 공시 전문기업이고, 최근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의 거래소 실명확인계좌 발급을 위한 코인 안전성 평가에 ‘공식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고한 사기업이라는 점입니다. 필자의 방송에서도 언급했지만 쟁글은 국내 메이저 거래소에서 이미 퇴출된 ‘코스모체인’에 A+등급을 부여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코인에 대한 평가과정이 공정했는 지, 제대로 된 평가를 할 수 있는 도덕성과 역량을 갖춘 곳일 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필자는 최근 암호화폐 업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비즈니스를 할 때 ‘정도’라는 것이 있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부도덕한 일로 인해 하루 아침에 그 명성과 재물이 사라지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이 발생했을 때 기업의 대처방법을 보면 그 기업의 수준과 도덕성을 알 수 있습니다. 어떤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일을 하는지 말입니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면 상장 대행비용인 4만4,000달러 외에, 쟁글 측은 “프로젝트와 거래소 사이에 상장피가 별도로 책정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상장을 희망하는 거래소 이름을 명기할 수 있다고도 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쟁글에서는 “대학입시 컨설팅처럼 거래소 상장을 희망하는 프로젝트의 서류 작성 등을 도와주고 정당하게 비용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고, “의도와 달리 상장 브로커 역할을 한다는 시장의 오해 때문에 2주 전에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해명했습니다.

필자는 컨설팅 행위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상장할 가치가 있는 우량한 코인을 제대로 컨설팅해주고 상장을 도와주었는지, 아니면 스캠인 줄 알면서도 상장에 일조를 했는지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상장피’ 부분입니다. 물론 상장피는 받을 수 있습니다. 영업 비밀 상 투명하게 그 과정을 공개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량한 코인을 제대로 상장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느냐의 문제입니다. 코인재단에 대한 방문, 조사, 조직에 대한 확인, 재무적 능력, 업무역량, 기존 범죄여부, 임원진에 대한 평가 및 확인 등 면밀한 검토 후에 상장을 진행했는지를 묻는 것입니다.

최근 암호화폐 전반과 코인 별 사안에 대해 직접 조사를 진행하면서 알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알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제보를 해주기도 합니다. 필자가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 분들에게 요청하고 싶은 것은 ‘정도 비즈니스’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철학과 비전을 갖고 높은 도덕성의 잣대를 기준으로 비즈니스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사업의 발목을 잡게 될 것입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건은 아프리카 BJ들의 ‘코인게이트’입니다. 티오코인(수트)-체인스트리(운영사)-포블게이트(거래소)-아프리카TV 이렇게 연결된 커넥션입니다. 티오코인에 아프리카TV의 BJ들이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했고, 아프리카TV에서 코인 관련 방송을 진행하는 BJ들이 방송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추천을 했습니다. 더군다나 아프리카TV에서 공식적으로 방송을 지원하고 홍보까지 했다는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현재 아프리카 BJ들의 양심선언이 나오고 있으며, 앞으로 더 많은 폭로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변명이 너무 구차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지 몰랐다”, ”나도 피해자다” 등. 특히 아프리카TV 임원까지 연루되고 코인 발행사, 코인 거래소까지 얽혀 있는 이 사건은 아마도 곧 사회적 이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 또는 기업이 이윤을 창출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어떻게 이윤을 창출할 지 △그 과정이 투명하고 적법한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는가? 등이 세심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내 최대 거래소에서 발생한 코미디 같은 상황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최근 단행된 24종의 코인에 대한 상장폐지 과정에서 E코인은 거래소에서 지정한 메일 주소가 아닌 다른 주소로 소명 관련 서류를 보낸 정황이 확인돼 상장폐지를 6월28일에서 7월3일로 5일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이 약 10배 정도 급등하는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예전 필자가 직접 겪은 사례를 말씀 드리며 마칠까 합니다.

필자는 성균관대 글로벌MBA(SKK GSB)에서 공부하던 중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2011년 한 과목의 마지막 수업을 듣고 과제 제출만 남겨둔 상황이었습니다. 짐 정리를 마치고 블루밍턴이라는 곳에서 시카고까지 차로 4시간을 달려간 후 과제를 제출하기 위해 노트북에 와이파이를 연결했습니다. 당시 와이파이 환경이 많이 열악하다 보니 과제 제출 마감시간을 2시간이나 넘겨서야 제출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습니다.

“이미 과제는 오전에 완료했지만 짐 정리를 하는 과정에서 늦어졌습니다. 그래서 2시간 정도 늦게 메일을 보냈으니 선처 바랍니다.”

참고로 해당 교수님과는 사이도 매우 좋았고, 성적도 꽤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의 답변은 저를 다시 한번 가르쳐 주시는 내용이었습니다.

“최종 제출시한이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기 때문에 마감시간 후 접수에 따른 감점처리는 규정대로 진행하겠다. 이해 바란다.”

만약에 제가 교수님의 메일 주소를 잘못 기재해서 메일이 교수님께 도착하지 못했다면 이 과제에서는 점수를 아예 받지 못했을 겁니다. 국내 최대 거래소는 잘못된 주소로 인해 소명이 늦은 코인에 대해서 지나치게 관대했고, 예기치 않은 가격급등으로 인한 시장혼란까지 불러왔습니다.

아울러 하나 더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거래소 관계자들은 ‘투자자 보호’라는 표현을 제대로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특정 코인에 투자한 ‘기존 투자자’가 있고, 향후 투자할 ‘잠재적 투자자’가 있습니다. 거래소에서 말한 ‘투자자 보호’는 ‘잠재적 투자자’였지 ‘기존 투자자’는 확실히 아니었습니다. ‘잠재적 투자자’는 보호한 것이 맞지만, ‘기존 투자자’에게는 보호가 아니라 테러를 감행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용어에 대해서 두리뭉실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프로’답지 못한 표현입니다.

감사합니다.

[필자=키웨스트]

★ 위 내용은 본지의 의견과 다를 수 있으며 투자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니 신중한 투자를 당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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