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 잘 지내는지요. 계절은 벌써 상춘인 5월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산하는 진달래와 개나리 철쭉으로 곱게 물들어 졌고 동면에서 풀린 산골짜기 개울물은 춤을 추듯 정겹게 길을 따라 흐릅니다.

봄입니다. 그런데도 봄 같지 않습니다. 지난 겨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예전보다 포근했던 겨울이었지만 게임산업계에 만큼은 아주 매섭고 추웠습니다. 아직도 겨울잠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건 그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도 깊은 겨울잠에 빠져 있습니다. 아니 깨어날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인지 모릅니다.

K형, 게임산업계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말이 나온 건 이미 몇 해가 된 듯합니다. 시장도 그렇고 업계도 그렇습니다.

모바일 게임시장에 전의를 상실한 듯 온라인 게임이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있습니다. 큰집 ,작은 집 할 것 없고 종갓집이라고 일컬어지는 게임 명가들조차 체면을 저버린 채 매출 을 찾아 궁상을 떨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게임시장이 ‘겜블’이 아니냐는 우려를 살까 걱정스럽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아 아무것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해도 해도 안되니까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것인지 분명치 않지만 손을 놓고 있거나, 체면을 버리고 마치 하이에나가 썪은 고기 덩어리를 찾아 나서듯 서성거리고 있습니다.

K형, 굳이 이 자리에서 생존을 위한 품위를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생존에는 나름의 법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업종은 사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으면 결단코 자리매김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사회와 등을 지고 각을 세우는 한 설 땅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게 원칙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와의 눈높이를 맞춰야 하고 그들과 호흡을 같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겨우 흉내만 내선 곤란합니다. 진정성을 보여줘야 하고 함께 한다는 마음을 피력해야 합니다.

K형, 그런데 게임산업계는 어떻습니까. 사회와 동떨어진 눈높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회와의 컨센서스를 형성하기 위해선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굳이 돌려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게임산업계의 눈높이가 오로지 어린 청소년들에게 맞춰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도권에서는 청소년들을 게임에 너무 끌어들이지 말라 하는데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쪽 저쪽에 걸려져 있는 게 청소년들을 겨냥한 게임 커뮤니티 뿐입니다. 게임 커뮤니티가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너무 많고 거기에만 힘을 집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먹혀들 리 없고 받아들여질 리 없습니다. 제도권의 사회가 녹록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관습과 상식이 통하지 않으면 대화 채널에서 제켜지는 것입니다.

지금 게임산업계는 사회로부터 제켜져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추운 것입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아닌 건 아닌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산업계 입장에서 보면 할 말도 많습니다. 수출 잘해서 달러를 벌어들이고 수익을 많이 내 고용 창출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사회는 그 조차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사회 비용으로 따져보면 사회가 더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부문은 상당히 감정적인 것 같아 논외로 두겠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게임산업계가 돈만 알뿐, 명예를 모르고 말조차 통하지 않는 집단으로 사회에 투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K형. 게임산업계에 명예라는 게 존재합니까. 상을 준다하면 감사하다는 말보다는 왜 귀찮게 오라가라 하냐는 소리가 더 큰 게 게임산업계입니다. 물론 몰지각한 일부 게임업체들로 인해 물이 흐려진 탓도 있지만 전반적인 정서가 그렇다는 건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반대로 한 게임업체가 떼돈을 벌었다고 하면 업계가 떠들썩합니다. 며칠이 지나도 화제거리가 됩니다. 그 때문인지 게임계의 포상제라는 게 품격이 겨우 대통령 표창이고 이달의 우수게임정도입니다.

게임산업계와 말이 안 통한다는 지적은 비단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대화에는 상대가 있는 법인데, 비약하면 이쪽에선 장관이 나오는 데 게임산업계에선 말단 직원이 나오면 진정한 대화가 이뤄지겠습니까. 게임산업계가 예법을 모른다는 게 그래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한심하게도 일부에서는 이를 구악으로 치부합니다. 채널만 제대로 가동된다면 직급이 무슨 상관있냐는 식입니다. 하지만 그 것은 기본 예법도 모르는 소리입니다. 백번이고 천번이고 잘못된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일들이 자주 빚어져 대화가 틀어지게 됩니다. 정말 게임산업계가 그런 예법조차 모르는 집단입니까. 손해는 결국 게임산업계만 보게 됩니다.

K형, 그건 아니지 않습니까. K형과 P형 등이 산업을 이끌 때만 해도 게임계가 그러진 않았습니다. 질서가 있었고 명예가 있었고 자긍심도 컸습니다. 또 문화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18년이 지난 지금 게임산업계는 어떻습니까. 문화라는 게 존재하고 이를 소중히 여기는 분위기입니까. 그런 걸 모르니까 게임산업계가 사회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턱없는 신의진 법 제정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K형. 이러다가 게임산업계가 영원히 봄을 맞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문화와 명예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돈만을 지상의 과제로 생각하는 한 게임계는 카지노처럼 엔터테인먼트 지류가 아니라 단지 게임계일 뿐일 것이란 점입니다. K형이 직접 나서주기 바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게임 중흥, 세계 3대 게임 강국 진입은 요원하다고 밖에 할 수 없습니다.

K형. 마음이 무겁습니다. 아니 춥습니다. 게임산업계 일부의 돈만 아는 행태로 인해 춥고,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듯해 춥습니다. 그리고 상식이 안 통하는 풍토가 춥습니다. K형, 환절기 건강하기 바랍니다.

[더게임스 모인 뉴스1 에디터/건국대 겸임교수 inmo@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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