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법적 의무 없던 기간" vs 공정위 "유저 기만이 문제" … 게임업계와 제도권 인식 동시악화 우려

'메이플스토리'
'메이플스토리'

공정거래위원회가 넥슨에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한 가운데 양측이 반박에 재반박을 거듭하며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소비자 기만과 이에 대한 책임회피로, 제도권에서는 게임산업 규제로 비춰질 수 있어 우려된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슨에 전자상거래법 위반을 이유로 시정명령과 과징금 116억 4200만원을 부과했다. 해당 과징금은 전자상거래법상 역대 최대 규모로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 ‘버블파이터’ 때문에 발생했다.

두 게임 중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메이플’의 큐브 아이템이었다. 이 아이템은 게임 내 캐릭터가 착용하는 장비의 옵션을 재설정 할 수 있다. 상품 초기에는 옵션별 출현 확률이 균등하게 설정됐으나 이후 유저들의 선호도가 높은 인기 옵션이 덜 나오게 확률이 바뀌었다. 또한 2011년 8월부터는 유저 선호도가 높은 특정 옵션이 아예 출현하지 못하도록 확률 구조를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옵션 변경 사실을 유저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오히려 큐브 기능에 변경 사항이 없고 기존과 동일하다는 거짓을 공지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장비 등급 상승 확률도 임의로 낮췄다고 공정위는 발표했다.

공정위의 해당 발표에 넥슨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넥슨은 입장문을 통해 “아이템의 강화에 사용되는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는 국내 외에 선례가 없었다”며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문제 제기 후 3년여의 시간이 지나서 나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또한 “조사 이전인 2021년 3월 강화형 확률정보를 전면 공개하면서 자발적으로 개선했다”며 “공정위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적 의무, 사례가 없었던 시기의 사안에 대해 위반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 결정 참고인으로 참여한 황성기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의견을 인용해 과잉금지원칙 내지 비례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게임업체들이 잠재적인 법적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법적 대응 검토까지 시사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재반박에 나섰다. “공정위의 넥슨에 대한 이번 조치는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인 ‘메이플스토리’의 큐브 및 ‘버블파이터’의 매직바늘의 확률을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낮추거나 일부는 0%로 변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지에서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알린 행위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확률 자체에 대한 법적 공개 의무 여부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의 관한 법률’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구매선택에 있어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행위라 규율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넥슨이 이용자들의 요구 등에 따라 일부 확률을 공개했다는 사정만으로 소비자를 상대로 이미 발생한 거짓·기만적 행위의 위법성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라고 질타했다.

이후 회사에서는 ‘메이플스토리’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다시 해명과 반박에 나섰다. 방송에 출연한 강원기 총괄디렉터는 확률조정을 유저들에게 고지하지 않은 점을 사과하면서도 게임 내 밸런스 유지를 위해 진행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저들이 제기한 큐브 확률을 일부 유저들에게 불리하게 적용했다는 의혹과 캐시 아이템 사용 정보를 계속 보관한다는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공정위의 넥슨 과징금 부과가 반박에 반박, 또 재반박까지 이뤄지며 사태가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진흙탕 싸움이 되며 게임업계와 제도권 모두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게임업체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 조작을 통한 유저기만, 이에 대한 온전한 책임을 회피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유저들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극도로 부정적인 입장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반면 제도권에서는 전자상거래법상 역대 최대 규모라는 철퇴로 인해 게임산업을 규제한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제도권과 넥슨 모두 물러서기 힘든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제도권의 경우 3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시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넥슨이 일벌백계의 대상이 돼 강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넥슨이 국내 게임산업을 대표한다는 상징성, 과징금 규모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4월 총선 등이 있는 정치적 상황도 언급하고 있다. 반면 넥슨 입장에서는 역대 최대 과징금, 수 년전 발생한 일이며 이미 마무리 졌다고 판단하는 사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강인석 기자 kang12@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