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윤일 머루게임즈 대표 인터뷰 … 연출력 더한 스토리텔링 ㆍ픽셀 아트로 전통문화 재해석

머루게임즈의 소윤일 대표(왼쪽), 김수민 디렉터(중앙), 임강현 기획(오른쪽).
머루게임즈의 소윤일 대표(왼쪽), 김수민 디렉터(중앙), 임강현 기획(오른쪽).

최근 창작물은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작품 배경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와 예술을 전파하는 한 가지 수단이 되기도 한다. 소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가 북유럽 신화와 앵글로 색슨족의 설화를 소재로 그려진 작품이라는 것은 매우 유명한 이야기다. 게임 역시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배경으로 한 ‘갓 오브 워’ 시리즈나 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한 넥슨의 ‘바람의 나라’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문화를 알리고 전파하는 수단이 된다. 최근에도 국내 인디 게임업체 루트리스 스튜디오가 한국의 민간 설화인 ‘바리공주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사망여각’을 출시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머루게임즈’는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 소재를 알릴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문화 원형 콘텐츠 전문 인디게임 개발업체다. 개발 구성원은 개발, 아트, 기획, 사운드 등 총 6명이며 한국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작품을 개발하기 위해 힘을 합쳤다.

소윤일 머루게임즈 대표는 특이한 사명인 ‘머루’에 대해 “오랜 세월 함께해 온 우리나라의 토착 과일이지만 사람들에게 친숙한 포도와는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과일”이라고 설명했다. 소 대표는 한국 전통 문화 역시 머루처럼 오랫동안 함께해 온 문화이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생소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로 비슷한 처지라고 생각했다며 사명을 정한 이유를 밝혔다.

머루게임즈는 현재 팬터지 어드벤처 ‘금일화’를 제작 중이며, 한국 설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유저들에게 선보이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일화’는 지난 5월 인디게임 쇼케이스 ‘2021 인디크래프트’에 출품해 첫 선을 보였으며, 완성도 높은 2D 픽셀아트와 작품 특유의 서정적 분위기, 한국 고유의 문화를 소재로 한 점에서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다.

소 대표는 자사의 작품 방향성에 대해 “섬세한 연출과 서사를 통한 여운을 남겨 유저들에게 오랜 기간동안 의미를 남기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머루게임즈의 작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 전통 소재를 세계에 알리는 브랜드로 자리잡고 싶다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러한 꿈의 첫 걸음인 ‘금일화’ 개발에 몰두 중인 ‘머루게임즈’를 만나 작품에 대한 설명과 회사의 향후 계획 등을 물어봤다.

# 장인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제작된 어드벤처 게임

‘금일화’는 한국 설화 특유의 팬터지 요소와 전통 배경이 어우러진 한편의 이색 동화 같은 어드벤처 게임이다. 작품의 주인공인 ‘백소현’은 항상 위태롭고 어려운 현실에 지쳐 모든 삶의 중압감을 벗어 던지고 싶은 평범한 현대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백소현은 거리에서 신비한 불빛과 마주치게 되고, 이에 이끌려 조선 시대를 닮은 신비로운 세상에서 눈을 뜨게 된다. 작품은 이후 백소현이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여러 경험을 하는 여정을 담았다.

소 대표는 이에 대해 “새로운 세계와 만난 주인공의 이야기를 부드럽고 동화적인 분위기의 픽셀 아트로 표현해 금일화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선보이는 것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민간 설화에 등장하는 해태, 장승, 두꺼비 등 한국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이색적인 인물들을 작품 내에 등장시켰으며 배경 역시 섬세한 픽셀 아트를 통해 유려하게 그려냈다.

‘금일화’는 단순히 텍스트로 이루어진 어드벤처가 아니라, 작품 내 다양한 퍼즐 콘텐츠를 삽입해 유저들의 몰입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구성했다. 퍼즐 역시 한국 전통 문화 배경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한국의 전통 나침반인 ‘윤도’와 전통 음식 ‘화전’ 등의 소재를 활용해 구성했으며 스토리 및 배경과 긴밀하게 협응한다. 소 대표는 “퍼즐 풀이 자체가 작품의 목적이 아니라 스토리의 최종점에 닿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에 서사적인 플롯과 개연성을 퍼즐에 함께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퍼즐이 스토리에 몰입하는 과정을 방해하지 않는 점이 작품이 지닌 차별화 된 강점이라고 자부했다. 

작품에 대한 장인 정신은 그래픽과 아트로 이어진다. 머루게임즈는 ‘금일화’ 작품을 개발하며 유니티 엔진을 활용한 자연스럽고 높은 퀄리티의 2D 픽셀 아트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것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작품 개발 과정 중 타일 맵과 에셋 애니메이션이 지닌 딱딱한 느낌이 스토리의 몰입감을 방해한다는 결론을 도출했고, 이 때문에 연산식과 에셋 애니메이션을 활용하지 않고 수작업으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한 장씩 제작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소 대표는 이에 대해 “RPG메이커 툴을 이용한 게임의 경우 배경 아트를 인위적으로 배치한 딱딱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에셋 애니메이션 활용 역시 캐릭터가 기계적으로 움직이게 되는데, 스토리의 몰입감을 유지하기 위해 힘들지만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어드벤처 게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운드 역시 버클리 음악대학 출신 작곡가와의 협업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금일화’는 한국 설화 배경에 알맞게 국악을 베이스로 스트링 악기를 조화롭게 활용해 고풍스러움과 세련미를 동시에 잡았다. 특히 악곡 제작을 위해 작품의 맵과 분위기에 어울리는 콘셉트와 악기를 결정한 후, 가상 악기를 통해 스케치 곡을 먼저 구현해 팀원들의 피드백을 거쳐 완성한다. 이처럼 ‘금일화’는 작품의 스토리, 아트, 애니메이션, 음악에 대한 타협 없는 최고 수준의 퀄리티를 선보이기 위한 노력 속에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 난관 속에서 피어난 꽃

‘금일화’를 개발하는 머루게임즈에 항상 평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금일화’ 프로젝트가 궤도에 올랐을 즈음, 머루게임즈는 작품의 아트가 타 사의 유명 작품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작품 개발의 큰 기로에 놓였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미 제작된 게임 아트가 많았고, 신생 인디게임 개발업체답게 자금난 역시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혀 프로젝트를 아예 포기할 수도 있는 상황에 몰렸다. 소 대표는 이 때를 두고 “게임성과 현실의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오가던 시기”라고 밝혔다.

결국 머루게임즈는 고심 끝에 기존의 아트를 포기하고 완전히 새롭게 제작하기로 결심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다시 제작한 아트는 피드백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욱 큰 호평을 받았다. 일종의 전화위복인 셈이다. 소 대표는 “이 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특색 있는 ‘금일화’가 될 수 있었다”고 당시의 경험을 회상했다.

작품을 개발하며 연출과 아트, 스토리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머루게임즈는 작품 개발 초기, 개발 인원들의 시간 및 능력 부족으로 인해 ‘금일화’만의 차별화된 특색을 전혀 갖지 못한 채로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후 지속적으로 개발을 이어가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멘토링을 진행하고 유저들의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는 한편, 다양한 문화 원형 콘텐츠 게임에 자극을 받은 결과 시나리오와 아트 부분에서 극적인 개선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 같이 퀄리티를 높이는 과정 속에서 제작 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길어지자, 작품에 대한 확신이 흔들리기도 했다. 이에 지난 5월 ‘인디크래프트’에서 ‘금일화’를 출품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쇼케이스를 통해 많은 유저들이 머루게임즈에 기대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으며 이는 다시 열정적으로 ‘금일화’ 개발을 진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 한국의 전통 문화 소재를 세계에 알리는 작품

머루게임즈는 ‘금일화’의 모바일 시장 출시를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작품 스토리텔링의 몰입도를 더욱 높이기 위해 긴장감을 살리는 연출과 대사, 아트와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 중이며 이를 위한 인력 충원 역시 진행 중이다. 또한 작품의 문화원형 관련 고증의 부족한 부분을 관련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보완하고 있다.

‘금일화’는 올해 4분기 시나리오 서막과 1장의 일부를 체험해 볼 수 있는 오픈 베타를 먼저 출시한다. 이를 통해 피드백을 받아 작품의 수정 및 보완을 거칠 계획이다. 유저들과의 QA 단계까지 마친 다음 내년 상반기 내에 정식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작품을 통해 한국의 전통 문화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목표는 여전하다. 머루게임즈는 ‘금일화’의 국내 출시 이후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 및 콘솔 기기 이식과 관련한 제작 일정을 앞두고 있다.

이를 위해 퍼블리싱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작품의 론칭 역시 긍정적으로, 하지만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소 대표는 “’금일화’가 한국의 전통 문화 소재를 세계에 알리는 성공적인 사례가 됐으면 한다”면서 “이를 시작으로 다른 국내 개발업체들이 한국적인 소재를 적극 살리는 계기로 남게 되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소 대표는 끝으로 작품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유저분들께서 주시는 응원과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재미의 여운을 오랫동안 남겨드릴 수 있는 게임으로 찾아 뵙겠다”라며 말을 맺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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