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스팟]확률조작 등 부정적 시선에 '몸살'…반짝 아이템으로 끝날 가능성 우려

 

최근 몇 년간 급속히 퍼져나갔던 인형뽑기방이 위기를 맞고 있다. 확률조작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인형뽑기방이 설치되면서 업체간 경쟁도 치열해지는 등 안팎으로 악재가 겹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20여개에서 2년 만에 100배 이상 규모가 커졌던 인형뽑기방은 이제줄도산의 위기를 겪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영세한 자영업자들이기 때문에 협회를 중심으로 한 목소리를 낸다거나 자율적으로 정화운동을 펼치는 등의 대책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경쟁력이 없는 매장은 문을 닫고 일부 대형매장들만 살아남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인형뽑기방은 지난 2015년 21개 사업장이 등록됐으나 지난 해 말 2125개소로 100배나 늘어났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매장도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붐을 일으켰고 매장 형태가 아니더라도 상가 건물이나 편의점 입구 등에 소수의 기기를 설치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갑자기 늘어난 인형뽑기방은 지금 역풍을 맞고 있다. 확률조작 등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의 불신을 산 것이 결정적인 원이었다. 또 묻지마 투자처럼 채산성이 없는 곳에도 무조건 매장을 설치하는 사례도 늘어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형뽑기에 대한 인기가 사그러들면서 이러한 영세매장들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그러나 인형뽑기방 업자들이 결성한 협회도 모래알처럼 단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해 문제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적인 정화운동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인식개선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작년 말까지 ‘핫 아이템’

인형뽑기방은 코인 노래방과 함께 새로운 아케이드 게임시장을 형성,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코어 유저 층을 겨냥할 수밖에 없는 대전 격투 게임과 리듬 게임과 달리, 이 두 사업은 게임장에 방문하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어 꾸준한 매출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케이드 게임장 프렌차이즈의 경우 1층에 인형뽑기 기기를 집중 배치해 고객을 유치하는경우도 늘어났다. 대신 상대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가 한정돼 있는 리듬게임과 대전 격투 게임을 2층과 3층으로 옮겨 이용객들이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인형뽑기방의 경우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창업이 가능해 소액 창업 아이템으로도 인기를 끌었다. 공간을 크게 차지하지 않는데다 대당 200만~300만원대인 인형뽑기 기계를 몇 대만 마련하면 어렵지 않게 창업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 인형뽑기 게임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과 대학생이 대거 밀집해 있는 번화가를 중심으로 매장이 확대됐다는 점 역시 전국적인 열풍을 가져온 요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은 인형뽑기방의 인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확률 조작 이슈와 단속 등이 연이어 뉴스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부 매장의 경우 아예 하루 방문객이 한 명도 없는 곳도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의 새로운 데이트 코스로 코인노래방과 함께 인형뽑기방을 꼽을 정도로 주목 받았지만, 지금은 방문객이 크게 감소해 빈 매장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면서 “유동인구가 밀집돼 있는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제외하면 제대로 운영되는 매장을 찾는 것이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화 키워

인형뽑기방의 몰락은 확률조작 이슈에 대해 업주들이 이렇다 할 자정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서 신뢰를 잃은 것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인형뽑기가 한창 유행할 때 인터넷 등을 통해 '인형뽑기는 최소 30번을 해야 1번의 인형을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이야기가 퍼질 정도였지만 인형뽑기업주들은 이렇다 할 액션을 취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게임위의 단속으로도 드러났다. 게임위는 2016년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간 전국 144개 뽑기방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70%에 해당하는 101개 업소가 관련 규정 위반 업소로 적발된 것이다. 이 중 12개 매장의 경우 기계 개‧변조를 통해 뽑기 확률까지 조작한 것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인형뽑기방의 위축은 매장을 운영하는 업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봉제인형을 조달하는 업체들에게도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인형뽑기방의 경우 규모 축소 및 폐업을 고민하고 있고, 봉제인형 조달 업체들 역시 재고 처리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현재 등록된 인형뽑기방의 숫자는 4월 기준 2109개로 전월 대비 16개 업체가 감소했다. 업계는 실제로 문을 닫은 매장이 더 많지만, 매장 임대기간 등이 남아있어 폐업신고를 하지 못한 곳이 많아 지표에 반영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아케이드 게임기를 생산하는 기기 제조업체들은 매출이 급감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형 게임기는 수요가 적어 개발비용도 제대로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데다가, 이미 생산된 제품들 역시 폐업 매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중고매물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에 생산된 기기가 평균 200만원대 중반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는데, 중고시장에 50~60만원짜리 매물이 쏟아져 신제품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면서 “기기 숫자가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관련 사업 종사자들은 더욱 힘든 상황을 겪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하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인형뽑기방 업계를 대변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협회가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요식업계에서 유명했던 ‘치즈등갈비’와 ‘대왕 카스테라’ ‘벌집 아이스크림’을 비슷한 사례로 지목했다. 이들 모두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며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채 2년도 버치지 못하고 몰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왕 카스테라와 벌집 아이스크림의 경우 잘못된 정보가 확대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하지만 이 같은 부정적 이미지에 대해 업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수많은 매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현재 인형뽑기방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 대학가 주변 매장만 '겨우 겨우'

인형뽑기방 관련 단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인형뽑기 기기제조와 인형 제조, 경품 유통과 매장 운영주 등 4개 직군으로 구성된 ‘한국게임문화산업협회’가 작년에 출범한 것이다. 이 단체는 인형뽑기 업계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유통 매장이 2000개로 급증했지만 회원사는 1000개를 겨우 넘었고 이들은 자기 주장만 늘어놓으며 단체행동에 나서지 못한 것이다.

인형뽑기방을 운영 중인 한 업주는 “인형뽑기 시장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단체인 한국게임문화산업협회가 출범하기도 했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형뽑기방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으고 단체행동에 나서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무엇보다 시급한 건 인형뽑기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번 돌아선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형뽑기방이 완전히 사라지기 보다는 대학가를 중심으로 대형매장이 살아남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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