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헌 규모 더 키워야…청소년 문제 해결에 앞장

게임산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기까지는 10여년이 넘는 많이 시간이 걸렸다. 게임업체들은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시절 뼈를 깎는 창작의 고통과 지독한 궁핍을 견뎌내며 지금의 산업을 일궈냈다.

그 때문에 게임인들은 자긍심이 대단하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스스로 이뤄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긍심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게임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 본다면 자만심으로 변질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자동차, 반도체, 선박, 건설 등 지금 우리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산업들은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인류에 적지 않은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인 지탄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게임의 경우는 ‘과몰입’ ‘폭력성’ ‘선정성’ 등 크고 작은 이슈들로 사회적 관심과 지탄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같은 이유로 인해 게임업계는 사회에 기여하고 함께할 수 있는 일에 타 산업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그것은 게임산업이 안고 숙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더게임스는 이런 게임업계의 상황을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사회와 함께 하는 게임’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먼저 게임업계가 펼치고 있는 ‘사회 환원’ 활동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현재 업계가 전개하고 있는 나눔 활동의 모습과 문제, 그리고 나아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전반적인 흐름을 짚어 볼 예정이다.

게임산업이 현재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비판은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의 주범’이라는 점과 ‘아이들의 코 묻은 돈을 긁어 모우는 돈만 밝히는 산업’이라는 것이다. 특히 돈만 밝히는 산업이라는 비판은 게임산업이 태동하던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게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이라는 데 그 심각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게임업계에서도 이 산업의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가장 큰 장점으로 소개한다는 점에서 ‘금전만능주의’를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사회공헌 활동 산발적

사회의 차가운 반응에 대해 업계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타 업계와 비교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많고 다양한 사회환원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몇몇 업체의 경우 봉사활동 기간이 5년이 넘는 등 꾸준하게 이어져 오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로는 5년째 어린이집 등에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CJE&M과 글로벌 집짓기 및 교육기관 건설 등의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다음, '사랑의 그린PC 보급' 사업을 3년째 전개하고 있는 이스트소프트 등이 있다.
여기에 게임이라는 특수성을 활용한 사회 환원 프로젝트도 실행하고 있어 타 산업의 활동과 차별성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개발사들이 자사의 수많은 게임 유저들과 함께 봉사·나눔 활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특히 게임 아이템의 수익금을 활용한 사회 환원 기금 조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는 현재 서비스 중인 ‘윈드러너’를 비롯해 자사의 거의 모든 모바일 게임을 활용한 기부 캠페인을 매년 전개하고 있으며 NHN엔터테인먼트 역시 최근 국내에서 큰 성과를 올린 ‘포코팡’의 캐릭터와 함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등 다각도에서 독창적인 사회 환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 단순한 봉사활동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그리고 본격적인 사회 환원도 실시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야구단이 위치한 창원시에 지역 주민들을 위한 자전거를 기증했고, 넥슨은 어린이 재활전문병원 건립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활동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년 진행하는 봉사활동 뿐만 아니라 기부재단 성격의 팀을 꾸려 꾸준히 환원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사회의 시선이 급격히 냉각되긴 했으나 이런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는 것이 이미지 개선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산업규모에 비해 빈약

하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이런 게임업계의 사회 환원활동이 너무나 왜소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급격히 성장한 게임산업의 규모와 비교해 보면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몇몇 업체들의 사회 환원 활동은 업체가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하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이라는 비판 또한 나오고 있다. 한 사회 활동가는 “연간 몇 천억 원의 수익을 내는 게임업체가 벌이는 사회 환원활동이 연탄 몇 장 날라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보다 업체 규모에 걸맞은 환원 활동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 환원 빈도와 규모가 타 산업과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판이 계속되는 것은 단순한 반발심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게임산업은 지금까지 산업적 성장과 수익성을 최고의 가치로 홍보해 왔기 때문에 ‘돈’이 우선시되는 사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산업의 주 고객층이 ‘청소년’ 등 학생층이기 때문에 ‘청소년과 나아가서는 가족의 돈을 갈취하는 사업’이라는 이미지가 10여년 넘게 뿌리박혀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사회 환원 활동의 대다수는 일회성 불우이웃 돕기에 지나지 않고 있어 이미지 개선이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은 실제 청소년과 소통하며 생활하는 교사들에게서도 지적됐다. 학생들이 학업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장 많이 접하는 것도 게임이고, 이로인해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게임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과 관련된 사회 환원 활동에 너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사는 “실제로 몇몇 게임 업체에서 학교를 대상으로 한 사회 환원 활동을 하긴 했으나 대부분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한 PC지원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라며 “이것을 제외하고 게임업체가 학교를 방문하는 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의 일환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느끼는 게임업계의 사회 환원에 대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진정성 있는 기여 필요

이렇듯 사회 곳곳에서 게임업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나오고 있다. 특히 단순한 봉사활동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이면서 적극적인 환원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사회 환원 단체나 지방자치단체 등 보다 규모 있고 장기적인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엔씨소프트와 라이엇게임즈코리아의 사회 환원 활동이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엔씨소프트는 야구단 ‘NC다이노스’ 창설 이후 창원시에 3억 원 상당의 시민 공영자전거 ‘누비자’를 전달했다. 이 뿐만 아니라 엔씨소프트문화재단을 통해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지역대회 유치’ ‘지역 특수학교 지원’ ‘지역 소년소녀가장 후원’등 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건축한 판교 R&D센터를 통해서도 지역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을 개관하는 등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사회환원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역시 ‘리그오브레전드’ 내 한국형 챔피언 및 스킨 판매 금액을 통해 국내 문화유산 보호와 교육, 나아가 해외로 반출된 문화재 환수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특히 외국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맞춤형 사회 환원은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타 산업에서도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최근 화두로 떠오른 핵가족화에 따른 홀로 있는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사회 공헌 활동도 게임업계가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 환원 활동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게임이 가지는 특수성과 중소기업 단위 업체들도 큰 부담 없이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강조돼 새로운 사회 환원 모델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이들과 재미있게 소통하며 돌보고, 동시에 맞벌이 부부의 부담 및 걱정도 덜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다양하고 많은 사회 환원 활동을 전개해도 ‘돈’만 바라는 이미지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진정성 있고 지속적인 사회 환원만이 이러한 부정적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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