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 행보 바꿔야…생색내기 환원 ‘하나 마나’

게임산업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 때 ‘한류문화’를 세계에 전파하며 수출효자 노릇을 한다고 치켜세웠지만 이제는 청소년들의 폭력과 중독을 조장하는 나쁜 산업으로 손가락질 받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우리가 수출을 통해 나라 경제에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데 이렇게 무시하느냐’며 큰소리를 쳤지만 이제는 이러한 목소리도 공허하게 들리고 있다. 수출을 제 아무리 많이 해도 자기들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고 나면 그뿐이라며 ‘그들만의 돈잔치’라는 냉혹한 평가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게임산업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나빠진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달라져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나 홀로’가 아니라 ‘모두 함께’를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많은 나눔활동을 해 왔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사회적 인식이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이러한 안이한 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근본적으로 모든 것을 되짚어 보고 바람직한 나눔과 함께 해 나갈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더게임스는 올해 게임산업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바로 ‘사회와 함께 하는 게임산업’이라고 보고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를 연중기획으로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편집자>

지난해 계속된 정부의 게임 규제 움직임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너무하고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컸지만 외부에서는 전혀 달랐다. 그들은 ‘게임에 대해 어느 정도의 규제는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인식을 일부가 아닌 대다수가 느끼고 있다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탕으로 게임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시련을 겪고 있다. 현재 게임산업은 게임 셧다운제와 게임시간 선택제, 그리고 웹보드게임 규제안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웹보드게임에 대한 규제가 더해진다. 그야말로 양 팔과 발에 모두 족쇄를 채우겠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정치권과 정부의 책임이 크겠지만 게임업계 스스로에게도 책임이 적다고 할 수 없다. 이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전에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 대응해 나갔더라면 지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은 피해갈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돈만 밝히는 산업 아니다?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은 ‘게임산업 = 돈만 밝히는 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잘못된 이미지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해선 안된다.

이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수많은 사회환원을 예로 들며 상생의 모습을 보여줘 왔다고 주장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인식하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게임업계의 대기업으로 평가받는 넥슨(대표 서민)의 경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아환자 전문병원 설립을 위한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이런 사회환원 활동보다는 초등학생 및 청소년들의 유료 아이템을 부추기는 게임을 운영하는 게임회사로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사회 환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임산업의 발전과 함께 발생한 문제에 대한 해결 움직임을 먼저 보인 뒤에 불특정 다수를 위한 사회 환원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보여준 산업적인 면보다는 정치적인 면과 문화적인 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게임산업을 표현할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나오는 논리가 ‘게임산업은 영화나 음악 등 타 콘텐츠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수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적인 효과는 일반인들에게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게임이 당장 자녀들에게, 성인들에게 과몰입과 폭력성을 조장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 마녀사냥의 표적
이같은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게임이 억울하게 마녀사냥의 표적이 됐다’고 지적한다. 특히 학업 위주로 굳어져버린 한국 사회에서 기성세대와 학부모들은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제1요소로 ‘게임’을 꼽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에는 그 어떤 과학적인 연구나 분석도 뒷받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믿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보다 냉정하게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회가 잘못 인식하고 있는 당신들이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우리가 변해서 사회의 인식도 달라지게 하자’는 것이 먼저였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미국 등과 같은 서방국가를 예로 들며 ‘게임은 문제의 원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해도 큰 힘이 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이라면 당연히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한국에서는 ‘공부를 하지 않고 다른 짓을 한 원인’을 무조건 게임에서 찾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문제는 게임 과몰입이 학교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고, 심지어 중독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는 주장과 함께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걷잡을 수 없는 비판과 질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존 사행성 문화와 함께 하나로 묶여 제대로 된 반론조차 하지 못한 채 사회악으로 매도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 문제가 된 ‘4대 중독 언급’ 또한 보다 본질적인 면을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4대 중독법과 관련해 관련이 되어 있는 정신과 의사들과 상담사 집단들도 게임이 유해하지 않다는 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담사는 “게임이 현재 사회문제로까지 언급되고 있는 학생 폭력이나 과몰입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가정 문제 등에 의한 부산물로 발생하는 것이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직업군은 현재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계와 가정에게 뭐라 할 수 없는 입장이기 때문에, 차선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을 걸고 넘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한국사회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업계가 아무리 산업적인 측면에서 반론을 제기해도 먹힐 수가 없다는 것이다.

# 일부가 아닌 모두가 필요
전문가들은 게임업계가 사회와 함께 호흡을 같이 하려면 일부가 아닌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개별 업체 차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업계 전체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게임문화재단이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재단의 활동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한 발 앞선 또다른 대안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게임산업은 처음 태동했던 20여년 전부터 현재까지 산업적인 성장에 모든 것을 집중해 판을 키워왔다. 특히 꾸준히 새로운 수익모델과 성공 공식, 수출 핫라인 등을 만들며 한국의 주요 수출 사업으로 성장을 해왔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와 함께 각 업체들이 보여주고 있는 사회 환원 활동이 생색내기 수준에 지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산업적인 면을 부각시키며 끌어올린 수익에 비해 환원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는 것이다. 특히 몇몇 기업의 경우 성장에 비해 사회 환원 활동을 제자리걸음에 지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소통과 상생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사회에 내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계속되는 규제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산업이라는 수익성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결국 게임산업은 정부가 아니라 국민들에게도 외면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게임은 문화다’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산업 위주의 현 게임계에서는 소수의 의견에 지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보다 근본적이면서도 확실한 의사표명과 사회환원 활동, 학술대회 등을 통해 이미지 개선이 먼저 진행이 되어야 계속되는 규제 움직임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게임스 김용석 기자 kr1222@the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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