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게임 대한민국] ④ 위축된 게임업계 '선택과 집중'

팬데믹 이후 게임은 시대 변화의 상징 중 하나로서 각광을 받게 됐다. 미래 가치 역시 단기간 급상승했고 업체들도 이를 따라가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게 됐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언택트 근무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 충원의 필요성이 커지기도 했다. 개발자 고용난이 벌어지며 연봉 상승 및 복지 확대 등의 바람이 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규모의 확대에 대한 성과를 내기도 전에 엔데믹 전환으로 게임업계는 고난의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 경영 효율화가 업계의 화두가 됐으며 일부는 비상 체제로 전환하는 등 몇 년 사이 상황이 역전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대형 업체들을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인력을 감축하는 등의 구조조정을 비롯해 신작 개발 중단이나 수익성이 떨어지는 서비스의 종료 등의 긴축 움직을 보이며 업계의 위기감이 현실로서 체감되기도 한다는 평이다.

전 세계 휘몰아친 '칼바람'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약 92조원에 액티비전블리자드를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으나, 이후 1900명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6년 간 개발한 생존 게임의 개발도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도 지난달 전체 인력의 약 10% 규모에 대한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졌다.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인섬니악게임즈,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의 너티독 등을 포함한 플레이스테이션(PS) 스튜디오 개발자들이 해고 대상에 포함됐고, 전 세계 각지의 스튜디오에 대한 규모를 축소키로 했다.

라이엇게임즈도 530명 규모의 구조조정에 나섰다. 다양한 장르의 퍼블리싱을 진행해 온 라이엇포지를 폐쇄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이 외에도 글로벌 대형 업체들의 구조조정 소식이 이어졌으며 에픽게임즈와 유니티 같은 게임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들까지 인력을 감축하는 칼바람을 감내해야만 했다.

전 세계 각지 글로벌 대형 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나서는 가운데 국내 역시 이 같은 긴축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실적이 감소하며 역성장이 현실화됨에 따라 인원 감축에 나섰으며 수익성이 떨어지는 작품의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데브시스터즈는 비상 경영 체제를 발표하고 이지훈, 김종흔 대표가 무보수의 책임 경영에 돌입했다. 또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일부 스튜디오의 인원을 감축하는 등 비용 통제와 절감에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앞서 변화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경영 효율화 작업에 나서왔다. 이 가운데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정리하면서 '트릭스터M' '프로야구 H2·H3' 등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엔트리브소프트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부터 적자를 이어온 만큼 우선 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평이다.  

라인게임즈도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을 선보인 레그스튜디오의 콘솔팀을 해체했다. 또 '베리드 스타즈'의 라르고스튜디오까지 정리하며 신작 '프로젝트 하우스홀드'의 개발도 중단했다.

경영 효율화 우선순위 메타버스

앞서 언택트 시대로의 전환에 따른 새로운 가능성으로 메타버스가 주목을 받아왔다. 정부가 전략적 육성 의지를 밝히는 것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의 열풍이 불었다. 게임 업체들도 이 같은 미래를 향한 도전에 합류하게 됐다.

그러나 당장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가운데 실적 공백에 따른 경영 효율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메타버스는 조직재편의 우선 순위가 되고 있다. 

넷마블의 경우 손자회사인 메타버스월드에 대한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컴투스도 메타버스 관련 계열사 컴투버스의 구조조정을 비롯해 권고사직과 조직개편을 진행했으며 서비스도 잠정 중단했다.

당장 완전히 손을 떼려는 업체들도 있지만, 일부는 시장 흐름에 따라 보수적으로 접근해 나갈 것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네이버제트와 합작법인을 통해 '오버데어'를 준비 중에 있다. 

엔씨소프트도 언리얼 엔진5 기반 '미니버스'를 개발 중에 있다. 넥슨의 경우 '메이플스토리' 리소스 기반의 '메이플스토리 월드'를 통해 메타버스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메타버스는 블록체인이나 확장현실(XR) 기술과의 접목이 주목되고 있다. 이는 게임업체들도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영역인 만큼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대응해 나갈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왼쪽부터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박병무 대표 내정자.
왼쪽부터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 박병무 대표 내정자.

핵심 경쟁력 집중하며 위기 극복

게임업계는 위기감이 고조되며 전반적으로 경직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업체들은 기존 내수가 아닌 글로벌, 그리고 새로운 장르와 플랫폼에 대한 도전에서 이를 극복해 나갈 것이란 각오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를 위한 업체들의 경영 체제의 변화도 이어지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박병무 VIG파트너스 대표를 신임 대표로 내정하고 회사 설립 이후 첫 공동대표 체제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넥슨도 강대현 최고운영책임자(COO), 김정욱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를 신임 대표로 승진 내정했다. 기존 이정헌 대표가 일본법인 대표를 맡기로 하는 등 경영 체제의 변화가 이뤄진다.

넷마블 역시 김병규 부사장을 신임 각자대표에 승진 내정했다. 기존 도기욱 대표가 직을 내려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를 담당키로 했다. 크래프톤을 제외한 대형 업체들이 경영 체제를 달리한다는 점에서 업계가 직면한 상황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긴밀한 행보를 보여온 주요 업체들도 변화와 함께 각오를 밝히고 있다. 위메이드는 박관호 이사회 의장이 대표로서 전면에 나섰다. 기존 장현국 대표는 부회장 직을 맡기로 했다. 카카오게임즈도 한상우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새 대표로 내정했다. 컴투스는 남재관 사업경영담당 부사장을 신임 대표에 내정하고 기존 이주환 대표가 제작총괄직을 맡는 등의 쇄신을 예고했다.

데브시스터즈는 4인 최고 경영진 체제를 구축했다. 최고경영자(CEO)는 조길현 스튜디오킹덤 공동대표, 최고사업책임자(CFO)는 배형욱 오븐게임즈 대표, 최고 IP책임자(CIPO)는 이은지 스튜디오킹덤 공동대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임성택 데브시스터즈 경영관리본부장 등이 맡았으며 기존 공동대표인 이지훈, 김종흔 CEO는 이사회 공동의장이 된다. 이 외에도 정문희 CFO는 사내이사로 회사의 성장을 지원키로 했다.

일각에선 업체들의 경영 효율화와 더불어 체제 변화가 당장의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가 수년간의 과정을 거쳐 준비해 온 결과물을 통한 흥행이 크게 좌우하는 만큼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다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업체들이 급변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자신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고민 끝에 선택과 집중을 무겁게 내리고 있다는 점에서 게임업계 전반이 점차 변화를 맞이할 것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들이 거대한 흐름이 되면서 우리 게임업계 다시 한번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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