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게임 대한민국] ② 흔들리는 K게임 위상 바로서기

우리 게임산업은 22조원대 매출을 넘어서며 규모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엔데믹 전환 등의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 위기에 직면한 시기로도 평가되고 있다.

전 세계 게임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7.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22.8%), 중국(22.4%), 일본(9.6%)의 뒤를 잇는 4위에 해당한다.

서열로는 분명 한국 게임이 톱클래스이지만, 시장 규모로는 빅마켓들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때문에 이 같은 격차를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지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온라인게임이 주력인 시기 업체들은 내수에서의 경쟁력을 발휘해 온 것은 물론 새로운 수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체감되기도 했다. MMORPG의 대작 경쟁을 거듭하는 가운데 흥망성쇠가 굴곡을 그려왔다. 

그러나 '리그오브레전드'의 인기가 고조되며 시장 점유율 절반을 차지했고, 이 같은 압도적인 구도가 완전히 굳어지게 됐다. 또 '오버워치'가 새로운 변수가 되기도 한 반면, 한국 게임은 주도권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돼왔다.

'클래시 오브 클랜'
'클래시 오브 클랜'

중국 및 외국 게임 시장 영향력 확대

모바일게임으로의 전환 이후 역시 외국 게임들의 공세는 점차 거세졌고 안방을 내주게 됐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장에서 이들과의 경쟁에 밀리며 한국 게임의 설자리는 좁아지기도 했다는 평이다.

10여년 전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이 돌풍을 불러일으키며 모바일게임 시장의 안방을 점령하기도 했다. 이후 RPG 장르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한국 게임이 존재감을 나타내고 시장 흐름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MMORPG의 선두 경쟁에 몰두해 온 가운데 외국 게임들의 역습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중국 업체의 방치형 게임 '버섯커 키우기'가 매출 1위를 차지, 두 달 만에 850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되며 시장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다른 중국 업체의 '라스트 워: 서바이벌'은 하이퍼캐주얼과 전략 게임 요소를 결합한 작품으로, 새로운 흥행작으로 급부상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로얄 매치' 'WOS: 화이트아웃 서바이벌' 등 캐주얼 및 전략 게임들이 매출 순위 상위권에서의 입지를 확대하는 중이다.

매출이 아닌 게임을 즐기는 유저 규모로 보면, 외국 게임의 장악력은 더욱 압도적인 상황이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게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슈퍼셀의 '브롤스타즈'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15만명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또 '로블록스'(201만명) '로얄 매치'(158만명) '마인크래프트'(108만명) '포켓몬GO'(103만명) 등 톱5 모두 외국 게임들이 차지한 상황이다. 이들 작품은 매출 측면에서도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주력하고 있는 MMORPG의 경우 이와 비교하면 소수의 유저풀을 기반으로 매출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 가운데 새로운 유저 유입보다는 한정된 파이에 대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는 중이다.

때문에 모바일게임 시장 역시 외국 게임과 격차가 점점 벌어지며 이를 따라가지 못하게 될 것이란 우려도 커져가는 중이다.

신작 개발 지연 및 흥행 기대치 하회

업체들은 엔데믹 전환 이후 당장의 실적 공백에 시달리며 경영 효율화에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신작 개발 일정 역시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이는 시장 흐름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나비효과가 될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이미 외국 게임과의 격차가 벌어진 가운데 이를 만회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 역시 나오고 있다. 기존 인기작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발휘하는 것은 점차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는 평이다.

주력인 MMORPG를 통한 글로벌 시장 공략도 좀처럼 활로가 되지 못하고 있다. 대만 등 일부 시장에서의 인기를 제외하고는 저변 확대에 한계를 보여왔다는 지적이다. 

중국에서의 '던전앤파이터'가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서비스 장기화에 따른 돌파구 마련이 절실하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가 여전히 글로벌 톱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나 이와 비견되는 새로운 성공 사례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는 평이다.

업체들이 기존 모바일뿐만 아니라 PC 및 콘솔에서의 도전을 이어가고 있지만, 성공 경험을 찾아보기 어려운 미지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이 불확실성이 더욱 큰 만큼 우리 업체들의 상황이 고무적이라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의 'P의 거짓' 등 우리 업체들의 새로운 시도가 성공했다는 점에서 낙담만 하기에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올해 역시 PC 및 콘솔 시장을 노린 넥슨의 '퍼스트 디센던트', 플레이스테이션(PS) 독점 타이틀인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등의 사례가 이어지기 때문에 기대해 볼만하다는 평이다.

유저 신뢰 훼손 등 내수 경쟁력도 저하

해외 시장 수출 성과는 중국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중국이 30.1%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잇는 일본(14.4%), 동남아(14.2%), 북미(11.5%) 등과 비교하면 두 배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수치이기도 하다.

때문에 여전히 중국 시장 공략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위메이드의 '미르' 시리즈 및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등이 판호를 획득해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 역시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을 비롯해 당국의 강력한 게임 규제 등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성공 신화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게임의 위상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계기로도 주목할 만하다는 평이다.

게임업계가 규모의 성장을 거듭해으나 이용자 권익 측면에서는 민감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해 신뢰를 훼손하는 사건이 다수 발생했고, 이는 시장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는 시각이다.

외국 게임의 공세가 거세게 이어지는 시점에서 이 같은 실책은 더욱 치명적으로 작용하며 안방에서의 입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제도권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등 변화를 앞두고 있다. 때문에 업체들이 그간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고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계기로 삼을지도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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