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게임스데일리가 벌써 창간 20 주년…게임계는 지금 전열 재정비 중

K형에게.

춘, 삼월입니다. 봄을 알리는 매화 꽃이 남쪽 지방에서는 벌써 활짝 폈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그래도 동 장군의 심술은 여전한 듯 합니다. 오늘 아침도 영하의 기온입니다. 봄의 전령사인 개나리, 진달래 꽃들이 동 장군의 기세를 밀어내고 만개해 길 옆 작은 동산을 화려하게 점령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안타깝게도 한국 경제는 계속 하강국면입니다. 올해에도 경기 회복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듯 합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수출 시장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는 것입니다.  5개월째 흑자를 기록하고 있고, 반도체, 전자기기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내수만 조금 살아나 주면 좋겠는데 그게 어려운 듯 합니다. 높은 금리와 치솟는 물가 때문입니다.

형도 알다시피 게임업계의 처지도 녹록치 못합니다. 두자릿 수 성장은 이제 옛말이 돼 버렸습니다.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시장 판이 바뀌면서 더 그렇게 된 듯 합니다. 업체들간 소통은 과거와 달리 더 원활해 보이긴 하지만 그 정도에서 그치는 듯 하고, 긴밀한 협업 따위의 노력은 그 때와 그렇게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수출도 그 것이지만 내수 마저 외국 게임에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옵니다.

올해 더게임스 데일리가 창간 2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그 세월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돌아 보면 불과 몇몇 기업들만이 봉우리를 짓고 꿈틀대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다진 건 게임 산업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과 놀이문화에 대한 사회적 책임감이었습니다.

당시 게임산업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 금융에서 벗어나는 시기였습니다. 마치 봇물 터지듯 벤처 기업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정부도 신명난 듯 맞장구를 쳐 주었고, 산업은 순풍에 돚을 단 듯 쾌속 질주했습니다.

하지만 산업 인프라는 거의 전무했습니다. 그 흔하디 흔한 유관 단체도 없었고, 관련 법률 마저도 제대로 정비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해서 김 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당시 NHN 대표)을 만나 협회를 만드는 등 게임계의 진영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정부를 상대로 해선 게임 종합지원센터를 확대 개편해 진흥원으로 출범시켜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그리곤 대한민국 게임대상 과 이달의 우수게임 뿐 아니라 대한민국 게임인 대상 및 대한민국 게임 평론상 등 각종 시상제도를 도입해 게임인들의 자긍심과 명예를 드높이는 일에 매달렸습니다.

그러면서 신문은 저널지로서의 품격을 지키는데 힘을 모았습니다. 이건 순전히 兄의 제언 덕분이었습니다. 어느날 兄은 나에게 이런 얘기를 해 주었습니다. 게임이란 아이템이 놀이문화의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인데 반해 가벼운 형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게임스데일리는 더 진중하고 격이 있는 태도를 보여주었음 한다는 의견을 주었습니다. 그러면서 형은 그러기 위해서는 사설과 칼럼을 고정으로 연재하고 저널지로서의 목소리를 내 주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더게임스데일리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읽혀지는 지면이 칼럼과 사설이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형의 고마움을 다시금 느끼게 됩니다.

더게임스데일리가 칼럼, 사설 편성과 함께 가장 신경을 쓴 부문은 시시비비의 노력 뿐 아니라 문장력 제고 및 표현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사실, 게임 내용엔 잔인한 장면과 표현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대로 옮겨놓으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내용이 될 게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더게임스데일리에서는 ‘죽였다’ 또는 ‘살해했다’는 문장의 표현과 유혈이 낭자한 사진 및 자극적인 사진 등은 쓰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경영상 불이익을 당한다 할지라고 그런 내용과 사진 요청 등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20년의 성상을 쌓아 왔습니다. 오로지 게임산업의 저널리즘을 완성한다는 목표아래 매달려 온 듯 합니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로인해 아팠던 일 역시 적지 않습니다.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가 빚어져 때 아니게 업계가 혼미를 거듭하고, 이로 인해 스러지는 기업들을 직접 목도해야 했던 순간들과 서로의 견해차로 치열한 논쟁을 벌여온 김 정주 넥슨 의장의 갑작스런 타계 소식은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형의 말대로 분노의 시간이 왜 없었겠습니까. 명색이 정부 여당 대표란 사람이 게임에 대해 사회의 4대악 가운데 하나라고 일컫는 내용을 접하면서 이런 것까지 기사로 출고해야 하나 하며  고민하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결국 분노보다는 게임계가 사회로 더 나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게임에 대해 중독 물질로 규정하고 관리하겠다는 소식을 접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다고 만 할 것이 아니라 과학적이고도 보다 더 합리적인 방식에 의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보람된 일도 많았습니다.  그 가운데 e스포츠가 지난 해 9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 대회를 치르게 됐다는 점과 게임이 비로소 문화예술의 장르로서 인정받게 됐다는 소식을 접할 때의 감회는 정말 남달랐습니다. 그간 게임은 대중 문화예술로서 대우를 받지 못해 왔습니다. 그래서 더게임스데일리에서는 이 문제를 더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22년 9월 조승래 의원이 제출한 개정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었습니다. 만시지탄이었지만 다행이었습니다.

아시안 게임에서의 e스포츠 정식종목 채택은 한국 게임계의 거대한 승리이자 성과라고 평가합니다. e스포츠 바람의 기원지일 뿐 아니라 테스트 베드였고, e스포츠란 용어를 대중화한 곳 역시 한국 언론이었기 때문입니다.

K형. 대한민국 게임계는 지금 전열 재정비 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일각에선 다소 우려의 목소리를 내곤 하지만, 그간 무에서 유를 창조해 온 곳이 다름 아닌 대한민국 게임계란 점에서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이러한 상황도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특히 규제 혁파 등 정부의 민간 개입이 적절한 곳에서만 작동한다면 충분히 재 발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K형. 대한민국 게임계를 믿고 다음 소식을 기다려 주기 바랍니다. 세계 3대 게임강국도 머지 않았습니다. 경제도, 게임산업도 잘 극복하며 이겨내리라고 믿습니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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