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와 진흥 속 주요 산업으로 발전 … 게임의 역사는 현재 진행 중

더게임스데일리 창간 20주년을 맞아 게임 시장 안팎에서 벌어진 각종 이슈들을 살펴봤다. 게임이 쏟아지면서 유저들은 급증했으나, 제도권의 정서는 이같은 추세를 뒤따르지 못했고, 여러 파생되는 문화적인 현상은 우리 사회에 쉽게 흡수되지 못했다. 또 태생적인 게임의 문제점을 두고 빚어지는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산업의 위상은 더욱 당당해 졌고 높아져 갔다. 불과 20여년만에 국내 게임시장 규모 20조원을 넘어섰고,  수출전사로서의 역할은 말 그대로 최정예의 전사로 자리매김했다.

게임은 또 대중 문화의 한 장르로서 인정받게 됐고, 게임의 줄기로 잉태된 e스포츠는 스포츠 산업의 한축을 맡게 됐다. 

플렛폼의 변화는 놀라웠다. 온라인 게임에서 이제는 모바일, 콘솔 게임들이  유저들을 파고 들고 있으며,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최근에는 메타 버스 장르를 노크하고 있다.  

이밖에도 게임과 관련한 각종 사건 사고들도 적지 않았다. 더게임스데일리 창간 20주년을 맞아 역사 속에 나타난 이슈들을 정리해 10대 이슈로 선정해 봤다. [편집자]

#바다이야기와 사행성 규제

‘바다이야기’는 지난 2004년 출시된 아케이드 게임이다.  게임기만 4만 5000여대가 팔렸다. 숫자로 보면  대성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사행성이 문제가 됐다. 게임 내용보다는 제도적인 정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성인 게임의 장르를 열어준 탓이 컸다. 이같은 제도 미흡은 아케이드 게임업계가 거의 쑥대밭이 될만큼 사회적 파장과 화를 불러왔다. 회사 대표가 구속됐고 관련 공무원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게임시장은 큰 어려움을 겪었고, 아케이드 게임 시장은 이 여파를 계기로 사실상 사양길에 접어들게 됐다.  또 게임에 대한 사행 심의가 대폭 강화되는 기폭제가 됨으로써 게임계의 운신의 폭을 크게 좁혀 놓았다. 

#셧다운제 입법과 폐지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이 심야시간대(오전 0시~오전 6시)에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데서 비롯됐다. 이에따라 게임업체들은 청소년들에게 심야시간대에 대해서는 게임 접근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보완해야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2011년 청소년의 수면권 및 학습권 보장을 이유로 ‘청소년 보호법’이 졸속으로 개정되면서 이같은 제도가 시행된 것이다. 셧다운제가 본격 시행되면서 온라인 게임 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이같은 규제를 피하기 위해  게임업체들은 소프트한 장르보다 하드코어 게임 개발에 주력했고, 일부 게임업체들은 규제 여파가 상대적으로 덜한 모바일게임 사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2021년 ‘마인크래프트’에 대한 심의 내용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셧다운제 폐지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초 '마인크래프트'에 대한 심의 논란은 이 게임이 과연 청소년 이용 가능성 여부였다.  그런데 엉뚱하게 셧다운제 폐지 요구로 불이 옮겨 붙은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셧다운제 시행에 따른 적법성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르게 됐고,  그해 11월 여야 의원들의 폐지 법안 발의로 셧다운제는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카카오게임하기 열풍

카카오게임하기는 2010년대 초중반, 핑거족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게임 마켓으로 자리잡은 앱 게임 마당이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카카오톡'이란 무료 메신저 앱이 큰 인기를 끌게 되자 이와 연동하는 게임서비스 또한 큰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모바일 게임 명가들이 생겨났고, 유명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표적인 게임이 선데이 토즈(현 위메이드플레이)에서 선보인 퍼즐게임 '애니팡'이다. 이 게임은 당초 웹 게임용으로 만들어졌으나 흥행에는 실패했다. 그러나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재기해 대박을 쳤고, 이 게임 하나로 이 회사 대표인 이 정웅은 일약 게임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데브시스터즈의 '쿠키런'  파티게임즈의 '아이러브커피'등도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작품들이다. 이같은 게임하기 열풍은 카카오톡 친구들과 게임 플레이에 필요한 행동 재화 , 즉  '하트'를 주고받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오픈마켓과 카카오 플랫폼, 퍼블리셔, 개발업체간 수익배분 문제로 논란이 일기도 했고, 게임업계의 마케팅 전략에도 큰 변화를 안겨주기도 했다.

#중국 판호 규제

2016년 국내 사드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급격히 냉각됐다. 중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게임 판호 발급 중단 등 한한령을 내렸다. 판호는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얻어내야 하는 허가권이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이를 중단한 것이다. 중국은 표면적으로는 한국에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상 사드배치에 따른 대한 보복 조치였다.  이로인해 국내 업체들의 중국 진출길이 막히게 됐고, 대중 수출액은 크게 감소했다. 이같은 중국 당국의 대한 규제 조치는 무려 4년간 계속 됐다.  2020년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겨우 그들의 빗장을 풀었다. 이후 ‘검은사막 모바일’ ‘블루 아카이브’ ‘쿠키런: 킹덤’ ‘A3: 스틸 얼라이브’ 등 한국 게임들이 현지의 판호를 획득해 중국에 진출하기도 했으나 과거의 열기를 되찾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 판호 제한 발급 정책은 유효하다. 여전히 그들은 자기들 맘대로 열었다 닫았다 하는 것이다.

#WHO, 게임과몰입 질병 분류

2019년 5월 세계보건기구는(WHO)는 게임과몰입을 공식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1)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로써 게임에 대한 질병코드 도입은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이에따라 한국 등 회원국은 게임에 대한 질병 코드를 부여해서 관리해야 하며 이같은 내용을  WHO에 통보해야 한다. 다만 질병코드 도입 시기는 각국 사정에 의해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경우 당장 코드 도입은 시행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문화부의 조율이 필요한데 아직까지 이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WHO의 게임에 대한 질병코드 도입 결정이 과학적인 근거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조차 이같은 조치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드 도입이 가시화될 경우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뿐 아니라 게임에 대한 질병 의료 문제로 의료 과세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계는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WHO는  현재 2022년부터 ICD-11 시행을 권고하고 있으나 이를 시행하는 국가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엔씨소프트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 흥행과 함께 황제주 등극

2021년 2월 10일 엔씨소프트 주가가 장 중 104만 8000원을 달성했다. 국내 상장한 게임주 가운데 처음으로 시가총액 20조원을 돌파하며 황제주로 떠오른 것이다. 이 같은 기록은 ‘리니지M’에 이어 ‘리니지2M’까지 열풍을 일으키며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산 덕분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사태가 빚어짐으로써 게임의 수요는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고, 수혜산업으로 부각됐다. 당시 주식 시장에서 게임은 당당하고도 고가의 상품으로 그 위상을 한껏 과시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고 했던가. 안타깝게도 이같은 엔씨소프트의 고점찍기는 이후 내림세를 거듭했다. 이내  게임 대장주의 자리를 크래프톤에 물려 줬으며 최근에는 2위 자리까지 넷마블에 넘겨주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

2021 블록체인 게임이 게임업계의 새로운 먹거리 시장으로 부상했다. 기술 자체보다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통해 게임에서 수익을 내는 플레이 투 언(P2E)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게임을 즐기며 돈까지 벌 수 있다는 잇점 때문이었는지 국내외 많은 유저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며 이 게임에 관심을 보였다. 사업 초기 신생업체들이 대거  참여 한데 이어  중견업체인 위메이드의 ‘미르4’가 글로벌 흥행에 성공을 거두자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게임이 또다른 먹거리 장르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냐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위메이드 뿐만 아니라 넷마블, 컴투스 그룹, 네오위즈 등 여러 게임업체들도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내지 않고 있다.  정중동인 셈이다.

#재미 넘어 문화예술로 인정받은 게임

2022년 9월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안의 골자는 문화예술의 범위에 게임·애니메이션 및 뮤지컬 장르를 추가한 것. 이로써 게임이 당당히 문화예술 범위에 속하게 된 것이다. 지난 1972년 문화예술진흥법이 제정된 이후 무려 50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그간 게임은 예술로 인정받지 못함으로써 각종 불이익을 받아왔다. 특히 제도권과의 일정한 거리를 둬야 했다. 정부의 공식적인 행사에도 초청 받지 못해 왔다. 대중 문화인으로서 자긍심도 갖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불이익을 감내해야만 했다. 게임이 문화예술로서 인정받게 됨에 따라 게임계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과 제도권의 각종 세제지원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채택된 e스포츠

2023년 9월 중국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파이터5’ ‘FC 온라인’ ‘왕자영요’ ‘몽삼국2’ ‘도타2’ 등 세부 종목으로 대회가 치러졌다. 이 중 4개 종목에 한국 대표팀이 출전해 메달사냥에 성공했다. 그간 e스포츠는 전세계의 높은 인기와 빠른 성장에도 불구하고 스포츠로서 인정을 받지 못해 왔다. 하지만 이번 항조우 아시안 게임에서의 정식 종목 채택으로 명실상부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지난 아시안 게임뿐만 아니라 대륙간 국제 대회에서도 e스포츠에 관심이 높아 e스포츠에 대한 열기가 갈수록 고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롤드컵' 흥행 속 페이커 열풍

2023년 11월 2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이 치러졌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국내에서 치러진 대회라는 점, 한국 팀 중 T1만이 생존했던 점 등으로 큰 관심을 모았다. 이 대회는 또  티켓 1만 8000석이 모두 매진되기도 했으며, 현장에서는 고가의 가격으로 표가 되팔리는 사례도 빚어지기도 했다. 관심을 끈 또다른 대목은 시청률. 업계에서는 이 대회의 동시 최고 시청자 수를  대략 640만 2760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는 T1이 우승했고 페이커 선수는 통산 4회 우승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앞서 이뤄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롤드컵으로 e스포츠의 인기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강인석 기자 kang12@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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