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 장기화에 뾰족한 대책마저 표류… 오로지 곡물 창고 지키기에만 신경

게임계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듯 한 모습이다. 최근 1~2년 사이 신명난 일이 없었던 것도 그 것이지만, 무엇보다 경제 흐름이 긍정적이지 못한 때문이다. 실제로 올 한국 경제에 대한 성장 전망치를 보면 불과 2%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우 다소 긍정적인 수치인 2.2% 수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국제 통화기금(IMF)에서는 올 한국 경제 성장률을 당초 1,7%에서 1.5%로 0.2%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수 부진과 소비자 물가 상승이 결정적이다. 순환 구조가 어긋나 있으니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마나 다행스러운 것은 수출이다. 게임의 경우도 내수와는 달리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 수출 지역인 중국은 당국의 ‘몽니’ 태도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일본 및 동남아 지역에 대한 수요는 계속적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놓고 볼 때 내수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서둘러 걷혀지지 않는다면 이에 따른 여러 문제점들로 인해 한국 경제가 큰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특히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게임시장이 어느 순간부터 경제 흐름과 상당히 맥을 같이하는 등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그간 게임시장은 경제 지표가 다소 부정적이더라도 순항을 거듭해 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싹 바뀌기 시작했다. 경제가 안 좋으면 그대로 따라서 안 좋아지게 된 것이다. 

그 어느 순간이라고 지칭된 이날의 역사적(?) 시점은 온라인게임 플랫폼에서 모바일 게임 플랫폼으로 전환된 2015년 전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떤 이론을 근거로 한 얘기는 아니지만 우스갯 소리로 온라인게임은 게이머의 집중력을 높여 객단가를 높일 수 있지만, 모바일게임은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모바일은 멀티 태스킹에 익숙한 핑거족들로 인해 모바일게임에만 집중 하도록 묶어두기가 쉽지 않다는 것. 이들은 또 손쉽게 접할 수 있는 휴대폰 덕에 정보력도 갖추고, 이재에도 밝다. 과거처럼 무조건 돈을 지출하지 않는다. 경제 관념이 아주 투철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다지 눈길을 끄는 작품도 아닌데 그럭저럭 포장해서 내놓고 재미를 보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세상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게임계가 최근 1~2년 사이 고개를 숙이며 장고를 거듭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게이머들의 달라진 태도 때문이다. 될썽 싶었던 작품들이 이내 시장에서 철퇴를 맞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이젠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외산 게임들이 재미를 보고 있는 데, 이는 한국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다른 풍경의 게임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결국 게이머들의 손맛과 구미에 맞는 새 장르의 개발이 절실하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 새로운 장르의 형태는 과연 어떤 것이냐 하는 점이다.

게임업계가 어깨를 늘어뜨리며 제대로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거센 바람을 일으킨 서브컬처 장르의 게임도 잠시 유행일 뿐이지 주류로 자리 잡기엔 다소 부족함이 없지 않다. 조금은 낯선 듯한 루트 슈터 장르와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장르의 작품들이 시험적으로 등장하고 있으나 아직까진 긍정적인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MMORPG 게임에 질식한 게이머들을 불러 모으기 위한 시험적인 시도가 게임업계의 주류, 즉 메이저를 중심으로 해서 끊임없이 타진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언필칭, 이럴 때 일수록 더 공격적이며, 적극적인 전략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가 빚어지면서 게임계는 거의 사경을 헤매는 지경에 놓이고 말았다. 아케이드 게임업계의 파동이었지만, 그 여파는 온라인 게임업계까지 미쳤다. 그럼에도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조금은 생소한 FPS 장르의 게임들이 한몫을 해 줬다. ‘서든 어택’과 ‘스페셜 포스’ 등이 시이소를 벌이며 시장을 주도해 줬고, 명장 김학규의 ‘그라나도 에스파다’가 출시되면서 시장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이후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출시되면서 게임 판을 완전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려 놓았다. 

오로지 ‘하면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산업의 뿌리를 뻗친 곳이 대한민국 게임계다. 마치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듯 하루가 다르다 할 만큼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게임이라고 하면 변방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온라인게임 상용화를 실현했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4위의 게임강국으로 우뚝섰다. 모바일 게임에 이어 지금은 콘솔 게임 장르까지 넘보고 있다. 이 모든 게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타진하고 모색해 온 게임인들의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내수시장이 예상외로 침체돼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움츠렸다가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놀이 문화 변화에 대해 다시 한번 점검해 보는 등 전열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하겠다. 예컨대 긴축 재정 운용 등 경영 합리화 조치 등은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산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허리띠를 조여 맨다면 그건 시장에서 원하는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넷마블이 2015년 온라인게임시장에서 전격 철수하겠다고 선언했다. 온라인 게임시장에서 나름의 지분을 갖고 있던 넷마블의 이같은 결정은 업계에 가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방 준혁 대표는 미련없이 손을 털어버렸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 개발에만 주력했다. 얼마 지난 후 그는 엔씨소프트의 판권을 통해 만든 모바일 게임 ‘리니지2레볼루션’을 선보여 대박을 쳤다.

죽자 사자하는 사생의 결단으로 매달리면 답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업계의 처방전은 시장 현실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고개만 숙이고 있을 게 아니라 신명나는 판을 만들어야 하는 데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다.  뭐가 그렇게 두려운가. 밖에선 게임계가 지금 막말로 또 쫄고 있다고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온 게임계다.  더이상 잃을 게 뭐가 있다고 곡물 창고 관리에만 신경쓰는가.  그저 답답할 뿐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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