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독주 요인은 다양성에서 찾아야…30년 이상 롱런 기업 많아지길

주요 게임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이 모두 발표됐다. 이른바 빅4라 불리는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은 서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 중 가장 주목을 받은 기업은 넥슨과 엔씨소프트였다. 전자는 사상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기에, 후자는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나머지 두 업체도 실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지난해 게임업계 실적 1위는 넥슨이었다. 이 회사는 연매출 4234억엔(한화 약 3조 9323억원), 영업이익 1347억엔(1조 251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20%, 영업이익은 30% 각각 상승한 것이다. 다음으로 크래프톤이 연매출 1조 9106억원, 영업이익 7680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 대비 3.31%, 2.2% 소폭 증가했다. 

위의 두 업체가 상승세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으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엔씨소프트는 영업이익을 달성하긴 했으나 전년동기 대비 감소폭이 워낙 커 어닝쇼크였다는 평가다. 넷마블의 지난해 연간실적은 매출 2조 5014억원, 영업손실 696억원을 기록했다. 

빅4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큰 성장을 이룬 넥슨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그 비결은 온라인과 모바일 두 부문에서 모두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지역별로도 전세계에서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보였다. 지난해 글로벌 게임시장이 전체적으로 어려웠던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소폭 성장하기는 했으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이 회사가 특별한 흥행 신작도 없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배틀그라운드’ 판권(IP) 작품들의 견조한 인기가 뒷바침 됐지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히트작 하나에 의존한다면 미래는 밝지 않다. 

엔씨소프트의 저조한 실적은 기존 작품의 인기가 하향 안정화된 때문으로 보인다. 작품들의 서비스 기간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기대됐던 신작 ‘TL’이 론칭 초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지 못했다.

넷마블은 지난해 ‘세븐나이츠 키우기’ ‘신의 탑: 새로운 세계’ 등을 출시하며 준수한 성과를 거뒀지만 연간 실적에선 적자를 이어갔다. 

한 기업의 미래는 현재를 보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느냐에 따라 미래의 성과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지금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과 2대 회장인 고 이건희 회장 등 최고 경영자가 먼 미래를 바라보며 전략사업을 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반도체가 나왔고 스마트폰이 나왔다. 현대그룹과 LG그룹도 마찮가지였다. 

지금 우리 게임업체 중에는 50년을 넘긴 기업이 없다. 이제 20년을 갓 넘기고 30년을 향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30년 이상 최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적다. 

그만큼 시장경쟁이 치열하고 또 시장의 트렌드가 바뀐다는 의미다. 이를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그 기업의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리게 된다. 

지금의 한국 게임 빅4도 마찮가지다.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변화해야 한다. 올해 역대 최고의 실적을 올린 넥슨의 저력은 이러한 미래를 준비해온 덕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나머지 업체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게을렀다는 뜻은 아니다.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에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이고 과학적이기를 바란다. 이는 산업의 기반을 쌓아 온 친숙한 기업들의 이름을 오래도록 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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