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 IP 해외 게이머가 뽑은 한국 인기게임 1위…e스포츠 저변 확대ㆍ신규 IP 발굴 힘써야

해외에서 게임강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은 뭘까? ‘던전앤파이터’나 ‘리니지’, ‘서머너즈워’를 꼽는 사람도 있겠지만, 해외 게이머가 뽑은 최고의 게임은 ‘배틀그라운드’ 판권(IP)이다. 그것도 압도적인 1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연초 발간한 ‘2023 해외 시장의 한국 게임 이용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해외 게이머가 선호하는 한국의 PC·온라인 게임 부문과 모바일 게임 부문에서 각각 1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는 아시아(중국·일본·대만·인도네시아·베트남·인도), 미주·대양주(미국·캐나다·브라질·호주), 유럽(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 중동·아프리카(아랍에미리트·사우디아라비아·남아프리카공화국·이집트) 등 4개 권역 18개국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의 한국 게임 이용자 9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18개국 전체 득표율을 기준으로 배틀그라운드는 PC·온라인 부문에서 12.5%,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모바일 부문에서 23.7%로 각 부문 선호도 1위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배틀그라운드는 7개국(중국, 인도, 독일, 캐나다, 호주, 사우디아라비아, UAE)에서 1위를 차지했으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대만을 제외한 나머지 17개국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런데 눈여겨볼 대목은 배틀그라운드 IP의 위세가 시간이 흐를수록 해외에서 더욱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 2022년 조사 보고서에서는 배틀그라운드가 5개국(미국·캐나다·영국·인도·카타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3개국(미국·인도·파키스탄)에서 1위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런데 불과 1년만에 배틀그라운드는 5개국에서 7개국으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 3개국에서 무려 17개국으로 1위를 차지한 국가 수가 대폭 늘어난 것이다.

올해로 서비스 7년차에 접어든 배틀그라운드 IP가 이처럼 해외 게이머들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먼저 플랫폼 및 서비스의 확장과 지역별 맞춤형 전략을 꼽는다. 배틀그라운드는 2022년 무료화 전환을 통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접근성을 강화해 해외 신규 이용자들의 유입을 지속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특히 신규 맵 ‘론도’ 출시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최고 동시 접속자 수 62만 명을 돌파하는 등 흥행 역주행에 성공했다.

다양한 국가에서 현지 맞춤형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자들에게 어필한 것도 통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경우 드래곤볼, 스파이더맨, 에반게리온, 주술회전 등의 해외 인기 IP를 비롯해 맥라렌, 부가티, 람보르기니 등 다양한 차량 브랜드와 협업 콘텐츠로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지난해 인도 서비스 재개도 해외 인기 증가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크래프톤이 역량을 쏟아부은 e스포츠 흥행이 결정타 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각 지역별 프로 대회는 물론 다양한 국제 e스포츠 대회로 전 세계 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지난해 개최한 최고 권위의 세계 대회인 ‘펍지 글로벌 챔피언십 2023(PGC 2023)’은 그랜드 파이널 3일간 100만 명 이상의 누적 시청자수를 기록하며 인기 e스포츠 대회로 자리매김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울러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은 한국 게임으로는 유일하게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치러지며 해외 게이머들의 시선을 모았다.

이처럼 배틀그라운드 IP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힘입어 크래프톤은 견고한 해외 매출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대다수 게임업체들이 팬데믹 특수 실종후 실적 부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비춰볼 때 크래프톤의 선전은 업계에 시시하는 바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겠다. 

크래프톤은 지난 26일 잠정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글로벌 시장 맞춤 공략에 따른 흥행세를 더하며 전망치를 상회하는 호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매출이 전년 대비 3.31% 증가한 1조 9106억원으로 매출 2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특히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2% 증가한 7680억원을 달성해 증권가 전망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크래프톤은 이번 실적발표를 통해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 IP로 자리매김한 배틀그라운드의 저력을 대외적으로 다시 한 번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 만족해선 안된다. 더 이상 현재 누리고 있는 배그 IP의 인기에 취해있어서도 안된다. 

신흥 강자인 크래프톤이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처럼 한국게임 산업을 선도하는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 물론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게임대장주로 인정받고 있지만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3N에 비해 명성이 다소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올해는 게임대장주로서 뿐 아니라 한국의 대표 게임업체로서 크래프톤의 저력을 보여줄 때다. 이를 위해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배그 e스포츠의 저변을 더욱 넓혀가는 한편 배그 IP의 인기를 뛰어넘을 수 있는 후속 작품들을 선보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크래프톤이 선전을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