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ETF 승인으로 시장 확대 ... 크립토 쇄국주의 걷어내야  

지난 12월 한 달 동안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량이 1조1,000억 달러를 기록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한화 약 1,452조 원으로 우리나라 예산 2년 치를 훌쩍 뛰어 넘는 금액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경 7,424조 원 쯤 되겠다. '경'이라는 단위가 선뜻 체감되지 않는다.

바이낸스가 4,327억 달러로 39.3%, 업비트가 8.3%로 2위다. 1위와의 격차가 크지만, 업비트의 경우 오로지 내국인 회원만으로 운영되는 것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숫자다. 여기에 최근 크게 약진하고 있는 빗썸까지 더한다면 대한민국은 이미 검증을 마친 시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무엇일까?

거래소 관계자나 투자자 상당수는 글로벌 마케팅을 가리키고 있다. 내국인끼리 지지고 볶는 크립토 쇄국주의는 더 이상 안된다는 의견이다. 전 세계 투자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암호화폐 시장의 몸집은 더 커질 전망이다. 첫날에만 46억 달러가 거래됐고, 20조 원 규모의 투자금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의 ETF 진출도 당연한 수순이다. 튜울립 광풍 취급을 받던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권 진입과 함께 어엿한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이렇듯 글로벌 시장은 확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철저히 고립돼 있다. 비트코인 ETF도 우리나라에서는 투자할 수 없다. 국내 증권사를 통한 중개 거래도 불가능하다. '경' 단위가 필요할만큼 산업이 성장했지만, 우리의 환경은 여전히 답답하다. 주도권을 쥘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에도 규제가 가로막고 있는 탓이다. 

우리의 역량은 숫자가 증명한다. 리플의 승소로 투자 붐이 일었을 때, 전 세계 리플 거래량 1위는 업비트였다. 빗썸의 거래량도 기록적이었다. 해외 자본이 유입된다면 국내 암호화폐 산업 확장과 투자 활성화, 고용창출까지 일석삼조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가장 취약한 산업인 금융산업 발전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크립토 허브 구축이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최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의 1일 거래 대금이 10조 원을 넘어섰다. 작년 코스피 1일 평균 거래금액이 9.6조원이고, 코스닥이 10조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이미 기존 금융에 맞먹는 산업이 됐다. 이 추세라면 향후 국내 거래량은 전 세계의 20% 정도인 연간 3,650조 원에 이를 것이다. 진작 글로벌 비즈니스로 전환했어야 했다.

폐쇄적인 정책은 국내 시장을 보호할 때나 필요하다. 지금의 규제는 우리 기업의 해외 개척을 막는 장애물일 뿐이다. 시대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빗썸이 글로벌 1위를 달리며 전 세계 블록체인 기업들이 우리나라를 찾던 호기는 허망하게 날려버렸다. 그때는 몰라서, 두려움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되겠다. 

우리의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내 주요 거래소들이 우물 안의 개구리에서 벗어나 대형 호수의 역할을 맡게 된다면 국가 경제를 살찌우는 또다른 자양분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겠다. 과한 규제의 블록은 거침없이 걷어내는 용기가 필요하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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