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게임산업 전망-글로벌] 매서운 칼바람 이어져 … 플랫폼 다각화ㆍ신흥 게임시장 주목

지구촌은 코로나19의 위협에서 벗어나 엔데믹을 맞이했다. 지난해 세계 각국이 공식적으로 엔데믹을 선언한 이후 사람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으로 복귀했다. 길었던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전세계는 많은 것이 바뀌었고, 엔데믹으로의 전환 여파는 아직 남아있다.

글로벌 게임시장을 비롯한 IT업계는 엔데믹 전환 여파에 직격탄을 맞았다.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실내 활동을 권장하며 게임 수요가 급증했고, 게임업계는 늘어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몸집을 크게 불렸다. 하지만 일상을 회복하며 다시 게임 수요는 줄었다. 이제 군살을 깎아내고 다시 재정비에 나서는 상황이다.

2024년 글로벌 게임 시장은 급변하는 세계 게임시장 구도, 구독형 게임 서비스 및 신형 콘솔 기기 경쟁 등으로 인해 그 어느때보다 다이내믹할 전망이다. 엔데믹 전환 과정에서 일어나는 '옥석 가리기'의 승자는 누가될 것인지, 전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이 쏠린다.

'엔데믹' 이후 칼바람 부는 게임업계 … 추세는 여전

시장 조사업체 뉴주는 지난해 글로벌 게임시장 규모를 약 1840억달러(한화 약 241조 6000억원)로 추정하며 전년 대비 0.6% 성장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게임시장 규모는 팬더믹이 발생한 2020년에 무려 19.6%의 성장률을 보였으나, 엔데믹이 본격화되자 수요가 감소하며 이제는 역성장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게임업계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상황이 닥치자 그동안 불어났던 인원을 감축했다. 지난해까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일렉트로닉 아츠 ▲유비소프트 ▲에픽게임즈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유니티 등 굴지의 게임업체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칼바람이 부는 과정에서 개발 중이던 신작 프로젝트가 엎어지거나, 라이브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는 등 혼란이 일어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IT업계에서 정리 해고를 당한 직원의 수는 24만 5000여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의 감원 수를 더한 것과 거의 비슷한 숫자다.

시작된 글로벌 게임업계의 칼바람은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지속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는 게임업체에게 큰 자금난을 안기고 있으며, 게임에 대한 수요 역시 줄이고 있다.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 테크는 이미 새롭게 떠오른 주요 사업인 생성형 인공지능(AI) 등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올해 연초부터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섰다.

게임 엔진업체 유니티는 지난 9일 역대 최대 규모인 약 1800명의 인력 감축을 실시했다. 아마존의 자회사인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는 전체 35%에 해당하는 500여명을 해고한다. 게임 개발업체 뿐만 아니라 게임 관련 엔진, 플랫폼 개발업체에 이르기까지 몸집을 줄이며 한파는 계속되고 있다.

콘솔 넘어 PC로, 모바일로 플랫폼 다각화

지난해 글로벌 게임시장은 세계 최대 모바일 게임 시장인 중국의 부진으로 모바일 게임 매출이 감소했고, 반대로 PC와 콘솔 플랫폼에서는 매출이 증가한 경향을 보였다. 뉴주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 게임 매출은 전년 대비 1.6% 감소한 904억달러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PC·온라인 게임은 5.2% 증가한 384억달러, 콘솔 게임은 1.9% 증가한 532억달러를 각각 거뒀다.

최근 몇 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물류 운송 및 공장 가동이 멈추며 부품 수급난이 콘솔 기기 제조사를 덮쳤으나, 지난해에는 문제가 해소되며 본격적인 신형 콘솔 경쟁이 펼쳐졌다.

승자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이다. 소니의 PS5는 지난 2020년 11월 출시 후 3년 만에 소비자 판매량 5000만대를 돌파했다. 작년 한 해에만 1800만대의 판매량을 기록했으며, 판매량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반대로 MS의 콘솔 기기 X박스는 2024회계연도 1분기(2023년 7월~9월)에 전년 동기 대비 7% 판매량이 감소했다. 해당 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으로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 감소가 일어났다. X박스 시리즈X·S의 판매량 부진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필 스펜서 MS 게이밍 CEO는 최근 "X박스는 콘솔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밝히며 주목되기도 했다.

MS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구독형 게임 서비스 'X박스 게임 패스'와 클라우드 게이밍, 그리고 PC·온라인 게임을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그동안 제니맥스, 액티비전 블리자드 등 꾸준히 뛰어난 게임업체를 인수하고 라이엇게임즈 등의 게임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등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MS는 2024회계연도 1분기 기간 중 게임사업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한 39억달러(한화 약 5조 13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제니맥스의 자회사인 베데스다 게임 스튜디오의 신작 '스타필드(Starfield)'가 전세계에서 크게 히트하며, X박스 게임 패스 및 콘텐츠 매출을 높였다.

또한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FPS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3'와 MMORPG '디아블로4' 역시 업계 최고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MS는 라이브 서비스되는 PC·온라인 게임 라인업을 확보하며 게임 사업에서 향후 꾸준한 매출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소니 역시 콘솔 기기 판매를 넘어, 다른 분야에서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소니가 선택한 방향은 모바일 플랫폼이다. 이 회사는 최근 엔씨소프트와 협력해 라이브 서비스되는 트리플A급 모바일 게임 개발에 돌입했으며, 해당 작품에 자사의 핵심 IP인 '호라이즌 시리즈'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PS 스튜디오에 콘솔 게임 개발과는 별도의 조직인 모바일 게임 사업부를 설립하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소니는 오는 2025년까지 자사의 게임 사업 매출에서 모바일 게임이 약 1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프레젠테이션한 바 있다.

닌텐도는 올해 콘솔 기기 닌텐도 스위치의 제품 출시 8년차를 맞는다. 황혼기를 맞이한 닌텐도 스위치는 지난해 대작 타이틀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과 '포켓몬스터 스칼렛·바이올렛'의 유료 다운로드 콘텐츠(DLC) 등의 출시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업계에서는 연내 차세대 콘솔 기기인 '닌텐도 스위치2'의 출시를 점치고 있다.

사우디 광폭 행보 … 신흥 게임시장 성장세 주목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는 올해 역사상 최고 수준의 상금이 걸린 'e스포츠 월드컵'을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하겠다고 지난해 10월 밝혔다. 사우디는 이미 지난해 총 상금 4500만달러가 걸린 글로벌 e스포츠 대회 '게이머즈 에이트' 등을 개최하며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사우디는 국부 펀드 'PIF'가 100% 소유한 게임 퍼블리싱 업체 새비게임즈 그룹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게임산업에 54조원 규모의 투자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들의 목표는 사우디를 "게임 및 e스포츠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게임업체에 대한 지분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며, 닌텐도 등의 최대 외부 투자자에 등극하기도 했다. 닌텐도는 사우디의 추가 지분 투자 예측 속에 지난 12일 8125엔으로 사상 최고 주가를 달성했다. 막대한 오일 머니를 보유한 사우디는 최근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가장 큰 블루칩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한편 동남아시아와 라틴 아메리카, 그리고 인도 등 신흥 게임 시장이 최근 크게 성장하며 글로벌 게임 시장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세계 최대 모바일 게임 시장인 중국이 정부의 급변하는 게임 정책으로 인해 한풀 꺾인 가운데, 게임업체들의 시선이 신흥 게임 시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4년에도 큰 성장이 예측되는 신흥 게임 시장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큰 관심이 쏠린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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