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의 게임 정책으로 국제 신인도 추락…더 이상은 곤란하다 시장안팎 '우려'

중국 정부가 게임 정책을 둘러싸고 냉온탕을 오가고 있다. 어제는 강경 일변도의 규제책을 쏟아내더니, 오늘은 유화책을 발표하는 등 마치 갈지 자의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이같은 중국 정부의 알 수 없는 정책 변화는 비단 어제 오늘 만의 일은 아니지만 교역국 입장에서 보면 정말 짜증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겠다.  

사안별로 다소 차이는 있긴 하지만, 어쨌든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당고위층에서 기침 소리만 내면 여지없이 목청을 높이는 격이다. 

지난해 말 한 해를 매듭짓는 시점에 터져 나온 중국의 게임 규제책 발표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2023년 게임산업을 결산하면서 2022년의 역성장에서 돌아선 중국 게임산업이 올해 약 14% 대 성장세를 보인 3300억 위안(약 55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코로나 펜데믹에서 벗어나지 못해 크게 고전해 온 중국 게임시장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켠 것이다. 중국 정부는 그러면서 엔데믹 시대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성장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글로벌 게임 시장 안팎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잇달았다. 특히 한국 일본 등 주변 국가에서는 중국 게임 시장의 부활에 대해 고무적인 움직임으로 받아들이는 등 시장 재 진출 시기를 다시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지 불과 며칠이 지나기 무섭게, 중국 국가신문출판방송총국(광전총국)명의의 게임 규제책이 발표됐다. 규제책 발표 내용은 이렇다.

온라인 게임의 이용자 지출한도 설정, 유도성 보상 설정 금지, 확률형 아이템의 미성년자 제공금지를 통해 게임 이용자들 대상의 과금 유도 행위 등을 제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설명하면 게임 서비스업체는 온라인 게임의 하루 지출 한도를 반드시 설정해야 하고, 일일 로그인 보상 및 최초 충전 보너스, 연속 충전 보상과 같은 이용자의 지출을 유도하는 상품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미성년자에게 제공할 수 없게 했으며, 게임업체의 불합리한 소비행위를 근절키 위한 팝업창 경고를 의무화했다. 

특히 게임 스트리머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 이용자들이 스트리머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후원금을 지불할 수 없도록 했다.

규제책 내용대로 한다면 퍼블리셔 입장의 비즈니스는 상당히 불편해 질 수 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번에 발표된 규제안이 최종안이 아니라는 점과 대세 플랫폼인 모바일 게임이 아닌 온라인 게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 우리나라 입장에서 본다면 중국 정부가 목표하고 있는 장르와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널뛰기 게임 규제책이 곧장 전 세계에 알려지자 증권가의 게임주들은 일제히 폭락세를 드러냈다. 더욱이 자국기업의 텐센트 주가가 12% 정도 빠진데 이어 넷이즈 주가의 경우 약 28% 이상 하락하는 등 게임 규제 발표 날을 전후로 무려 800억달러(약 104조원)가 시장에서 증발하는 현상을 불러왔다.

이를 놓고 보면 중국 정부가 게임 산업이 잘 나간다고 알려지자,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당의 최고위층의 의중을 의식해서 부랴부랴 이같은 규제책을 내놓은 게 아니냐는 분석도 가능하다 하겠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최근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펑스 신 중국 중앙 선전부 출판국 국장을 전격 해임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도 했다. 

펑스 신은 그간 중국 게임시장의 판호를 쥐락펴락 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을 쥐고 흔든 게임 콘텐츠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테크노크라트(전문 관료)에게 왜 그 같이 쓸데없는 짓을 했느냐고 당에서 질책한 것이다. 

이 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한가지 안타까운 점은 중국 정부가 여전히 글로벌 공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자국 내 게임으로 인한 병리적인 현상에 대해선 억제하려 들고 있는 것이다.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그들의 야망이 그런 것이라면 막을 도리가 있겠는가. 문제는 그들의 일방적이고 무책임한 시장에 대한 태도이다. 어떻게 글로벌을 주도하겠다 하면서 시장 책무에 대해서는 쥐꼬리 만큼도 고민하지 않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손대지 않고 뭐하겠다는 것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더군다나 중국은 게임에 관한한 한국과 미국 일본에 큰 신세를 진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 자국 시장에 대한 자신감 하나로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챙기려 한다면 그건 아주 이기적인 모습이자 대국다운 면모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 역사에서 1천년의 경제부국을 주도한 나라는 송나라다. 19세기 이전 유럽에 추월 당하기 이전까지 중국이 그래도 일정 수준의  경제력을 유지한 것은 모두 송나라의 경제 굴기 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송나라의 부국 경제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지폐를 발행한 화폐 경제를 이끈 힘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국제 무역을 중시한 때문이다. 예컨대 오로지 자신들만 잘먹고 잘 살겠다고 무역 거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게임정책의 핵심은 무엇일까. 인민을 생각해 마지못해 따라가는 정책인가, 아니면 게임 굴기를 통해 게임 제국을 실현하자는 것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그저 자국 시장의 수성만을 위한 몸부림인가. 아무리 살펴봐도 그 속내를 모르겠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세계 게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것인가. 

이즈음에서 한 가지 부탁을 하고자 한다.  이제 그만 좀 호들갑을 떨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미국과 일본 등 주요 무역 거래 상대국들이 깊은 이해 관계에도 불구, 자신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를 곰곰히 살펴봤으면 한다. 한마디로 이는 신뢰 추락을 의미한다.  

하루가 멀다하며 쏟아지는 중국 정부의 칠면조 같은 제 정책들에 글로벌 게임계가 몸살을 앓을 지경에 놓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징글징글하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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