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C 지분 매각에 초미의 관심 … 아시안 게임 · 롤드컵 통해 e스포츠 위상 '후끈'

다사다난했던 계묘년의 한 해가 저물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엔데믹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그간의 제한된 일상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준 한해로 기록되게 됐다. 그러나 경제는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내수는 수요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더욱이 게임업계는 사업 고도화 및 작품 다양화를 통해 위기 봉착을 돌파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으나 정부의 각종 규제 등으로 시장 침체 탈출을 실현하지 못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리적으로 멀고 문화적 차이가 커 크게 주목받지 못해 온  중동 시장에 대한 가능성 타진과  동남 아시아 지역의 한국게임에 대한 관심 등이 엿보였다는 점이다.

또 불모지로 여겨져 온 국내 콘솔시장이 100만장 시대를 활짝 열었고, T1이 ‘롤드컵’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한국이 e스포츠 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해 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강제하는 시행령안이 통과돼 입법예고 됐고,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비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남으로써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2023년 올 한 해를 마감하면서 희비를 안겨준 올해의 10대 뉴스를 소개한다. [편집자]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법제화

 올해 게임업계에서 가장 화두로 떠오른 것은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법제화 문제였다. 게임업계는 자율 방식의 확률형 정보 공개를 고수했으나, 사행성 논란과 이에 호응한 정치권의 강력한 주문으로 결국 칼자루를 넘겨주고 말았다. 확률형 아이템 에대한 정보 공개 법제화는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사안이다. 지난해 연말 일정이 미뤄지면서 일단 소강상태로 진입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으나, 올 1월 다시 이 문제가 논의되기 시작해 국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이어 2월에는 국회 본회의 통과, 3월 국무회의 심의 및 의결을 거치는 등 일사천리로 시행령안 마련이 진행됐다. 그리고 지난 11월 해당 시행령에 대한 입법예고가 이뤄졌다.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을 대부분 사업모델(BM)로 삼고 있기 때문에, 상당한 시장 파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하고 있다. 예컨대 매출 감소 등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동시장 부각

중동시장의 부각 역시 올해 주요 화두가 됐다. 중동의 경우 한국과 지리적으로 거리가 있고 문화적 차이가 커 크게 주목받지 못한 지역이다. 그런데 이러한 중동 지역이 게임업계의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오른 것이다. 중동 지역 중 특히 사우디아라비아가 핵심국가로 꼽히는데, 그것은  오일머니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사우디 게임 시장 규모는 11억 9300만 달러(한화 약 1조 5544억원)를 기록했다. 한국 게임시장 규모가 20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게 큰 시장은 아니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의 적극적인 산업 육성책이 주변 국가들과 다르게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욱이 국내 업체들의 사우디 진출 뿐만 아니라 사우디 오일머니의 국내 유입도 점쳐지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사우디는 국부펀드를 통해  넥슨, 엔씨소프트 등의 지분을 취득하고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려 놓고 있다. 정부도  게임을 수출 전략 품목으로 지정하는 등 사우디 정부와의 협력 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크래프톤-엔씨소프트, 게임 대장주 교체

게임 대장주의 교체는 업계 뿐만 아니라 증권가에서도 주요 이슈가 됐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2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도’의 현지 서비스 중단 및 기대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의 아쉬운 성적으로 주가가 요동을 쳤다. 결국 엔씨소프트에 대장주 자리를 넘겨줘야만 했다. 하지만 올 3월 ‘배그 모바일’의 인도 서비스 재개와 ‘배틀그라운드’의 견조한 매출이 부각되면서 다시 대장주 자리를 되찾았다. 크래프톤에 대장주 자리를 넘겨준 엔씨는 기존 작품의 매출 하향 및 불안정화 그리고 실적 감소 등으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현재 두 회사 사이의 격차는 약 5조원 수준에까지 이뤄지고 있다. 업계는 그러나 대장주에 대해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반응이다. 단순히 시가 총액만을 가지고 평가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 게임산업 수출 유망품목 지정

 지난 5월 정부는 게임을 포함한 수출 유망 품목 30개를 선정해 집중 지원하며 수출 위기 극복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이는 정부가 게임에 대한 산업적 가치를 새롭게 인정하고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이를 위해 게임을 포함한 콘텐츠 분야에 대한 수출 지원을 확대하고, 한일중 문화콘텐츠산업포럼 등을 개최하는 등 협력 방안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제조업 분야에서 무역 적자가 늘어나는 것을 게임 등 콘텐츠 분야 강화로 이를 벌충하겠다는 복잡한 계산이 서 있었겠지만, 정부가 직접 챙기는 산업이 됐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해야 할 것이다. 게임의 경우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즐기는 놀이문화의 대표적인 콘텐츠에다 수출 전선의 최 선봉에 서 있는 효자 아이템이다. 업계는 이번 정부의 조치에 대해 산업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수출 시장 다변화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NXC 지분 매각 이슈

NXC 정부 지분 매각이 또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지난 20일 진행된 정부 소유의 NXC지분 매각 1차 입찰이 유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정부는 25~26일 2차 입찰을 진행한다. NXC의 정부 지분은 NXC 지분 29.3%에 달하는 규모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4조 7000억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김 정주 넥슨 창업자가 유명을 달리하면서 유가족들에 대한 재산 상속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수조원대에 달하는 상속세가 발생했는데, 유가족들이 이를 물납으로 진행하면서 정부 지분이 만들어진 것이다. 정부는 이번 유찰에도 가격을 낮추지 않고 통매각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무엇보다 국내 최대의 게임업체인 넥슨의 모회사 지분인데다, 지분에 대한 상징성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듯 하다. 특히 중국의 텐센트,  사우디아라비아 의 국부펀드 등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도 통 매각 방침을 고수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만 경영권 향배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2대 주주 규모의 지분이란 점이 약점이다. 업계는 그러나 NXC의 2대 주주란 상징성의 무게도 작지 않다는 점에서 곧 매각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비위 사실로 드러나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비위 사실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게임위는 지난 2017년부터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  이를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 게임위는 특히 사업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검수 후 대금 지급을 해야 하는 계약관리 업무 지침을 어기고 부당하게 업무를 처리했다. 이로 인해 최소 6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 게임위 본부장급 인사들이 전원 사퇴했으며, 정부가 게임위 비위 사실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는 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이후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되며 논란을 빚었다. 게임위에 대한 업무 불신이 극도로 커졌다.  결국 게임위의 주요 업무인 사전 심의 업무를  폐지해 달라는 입법 청원까지 등장하는 일이 빚어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서 e스포츠 금메달 획득

9월 치러진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 산업에 한 획을 긋는 이슈였다. 대회 정식종목으로 e스포츠가 치러진 것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파이터V ▲FC온라인 ▲도타2 ▲왕자영요 ▲몽삼국2 등 총 7개 세부 종목이었다. 이 중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스트리트 파이터V’ ‘FC온라인’ 등 4개 종목에 한국 선수들이 출전, 각 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획득했다. 국제 대회에서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열리면서 산업에 대한 인식이 크게 제고됐다. 또 한국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e스포츠 강국으로서 면모도 국제적으로 다시 한번 입증했다. 업계에서는 기존 스포츠 종목들의 유입인구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반면 e스포츠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e스포츠산업의 가능성과 향후 보여줄 위상을 기대했다.

#한국 콘솔 게임 100만장 시대 활짝

그간 불모지로 여겨졌던 한국 콘솔시장이 올해 100만장 시대를 맞이했다. 9월 출시된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발매 1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돌파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출시된 크래프톤의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올해까지 20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PC 패키지 버전이 발매된 후 콘솔까지 영역을 확대한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 네오위즈의 ‘스컬: 더 히어로즈’ 등 그간 장벽으로 평가됐던 100만장 판매를 돌파한 게임들이 속속 등장했다. 시장에서는 다각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업체들의 행보가 꽃을 핀 것으로 평가했다. 주요시장으로 평가되는 북미, 유럽 등의 경우 한국과 달리 콘솔 비중이 매우 크다. 이러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플랫폼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 업체들의 개발력이 글로벌 전역에서 인정 받았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다각화된 사장 공략을 위해 콘솔을 비롯한 적극적인 플랫폼 확대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T1, 7년 만에 ‘롤드컵’ 우승

T1의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우승은 앞서 치러진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함께 e스포츠 산업의 위상을 높인 주요 이슈로 평가됐다. 지난 11월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롤드컵’ 대회 결승전이 치러졌다. 이번 ‘롤드컵’은 5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치러지는 대회로 국내 팬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과 달리 대회 4강전 시점에 한국 팀으로선 T1만이 남아 있었다. 국내 안방에서 중국인들의 잔치가 치러질뻔 했으나 T1이 경쟁자들을 모두 꺾고 결승전 상대인 웨이보 게이밍까지 이기며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우승을 통해 T1은 2013년, 2015년, 2016년, 2023년 통산 4회 ‘롤드컵’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T1의 대표 선수인 페이커 선수 역시 대회 우승을 통해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기록을 작성했다. 대회 종료 후 윤석열 대통령이 축전 메시지를 보내는 등 제도권에서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엔씨소프트 8년만에 지스타 참가

엔씨소프트의 지스타 참가도 올해 업계의 큰 관심을 받은 '사건'으로 기록됐다. 국제 게임전시회인 지스타에는 매년 게임 업체들이 행사에 참가해 왔다. 하지만 엔씨가 이 전시회에 참가한 것은 무려 8년 만에 이뤄졌다. 이번 지스타에서 엔씨는  ‘TL’을 필두로, ‘배틀크러쉬’, ‘프로젝트M’ 등 7개 작품을 선보였다. 현장을 방문한 김택진 대표는 “게임이 발전 중인데, 여기서 엔씨가 할 수 있는 역할과 그 장르를 찾으려고 노력 중”이라며 새로운 시장 변화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올해 전시회에선  그간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넥슨이 참가하지 않아 다소 아쉬움을 안겨줬으나, 엔씨소프트가 그 공백을 말끔히 메워 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는 엔씨의 이번 지스타 참가에 대해 일회성이 아닌 매년 참가하는 대회로 이뤄졌음 하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더게임스데일리 취재팀, 정리=강인석 기자 kang12@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