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중 한 곳서 재판 가능성…처벌 수위 높은 미국행 의견 압도적

테라 사태 주범 권도형 대표의 다음 행선지는 과연 어디 일까? 현재 위조여권이 발각돼 몬테네그로에 수감된 권도형의 구금 기간이 내년 2월 15일까지로 연장됐다. 도주를 우려한 한미 양국의 구금연장 신청이 받아 들여진 때문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우리나라와 미국 중 한 곳으로 강제 압송될 전망이다. 

양국 모두 권도형으로 인한 피해가 크다 보니, 자국에서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 한국 검찰은 발빠른 범죄인 인도 요청으로 권도형의 한국행을 자신해 왔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저널 기사에 몬테네그로 법무장관이 미국 대사에게 권도형의 미국행을 약속했다는 내용이 게재되자 발칵 뒤집혔다. 

권도형이 미국으로 보내진다면 한국 검찰의 자존심은 상당히 구겨지겠지만, 테라 피해자를 비롯한 우리나라 국민 상당수는 권도형의 미국행 결정이 하루 속히 이뤄지길 기대하는 눈치다. 예컨대 크게 기대할 것 없는 우리나라보다는 미국에서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모 업체의 설문조사 결과도 미국행을 원하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테라 사태로 인한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데다, 경제사범에 대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처벌이 국민 눈높이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것이 그 원인이다. 

실제로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인 신모씨는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전자금융거래법·특정금융정보법 위반 등의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 혐의가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불구속 상태다. 

그는 테라폼랩스 창업으로 900억 원이 넘는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죄수익으로 판명된다면 강제 회수돼야 할 판이다. 어쩌면 드러나지 않은 재산도 있을 수 있다. 불구속 상태의 재판은 부당하게 축적한 재물을 감추는 데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사범은 아무리 천문학적인 금액의 범죄를 저질러도 대부분 만기 전에 출소한다. 추징금은 일당 몇백~몇천만 원의 황제노역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이에 비해 미국의 처벌은 가혹할 정도로 수위가 높다. 테라 사태 정도의 규모라면 주범의 경우 100년 안팎의 징역형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의 종신형이다. 

한 예로, 현재 미국에서 진행 중인 FTX 대표 샘 뱅크먼 프리드에 대한 재판은 거의 유죄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돈세탁과 전신 사기, 증권 사기 등 7가지 혐의가 모두 유죄로 판명된다면 100년 이상의 형이 선고될 확률이 높다. 그의 나이가 31세인 것을 감안하면 평생을 감옥에서 썩어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권도형 본인도 한국에서의 재판을 원한다는 소식이다. 만약 권도형이 한국으로 온다면 한동안 엄청난 이슈가 될 것은 분명하다. 연일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겠지만, 실제로는 국민들의 기준과는 동떨어진 결과가 나올 것이 자명하다. 

권도형은 테라 사태 직전, 국내 최대 로펌에 변호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무법인에 90억 원을 송금한 정황을 검찰이 확인했다. 국내에서의 재판이 현실화된다면 전관의 영향력이 막강한 변호사가 다수 포진될 것이고, 변호사 비용만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 비용 또한 범죄수익의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권도형의 국내 송환 후 시나리오가 불보듯 뻔하다 보니, 미국으로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것이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테라 사태는 전 세계 20여만 명의 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쳤으며, 피해금액도 50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블록체인 산업에 끼친 부정적인 영향을 생각하면 결코 가볍게 처벌해서는 안 될 사안이다. 어설픈 처벌은 범죄 양산의 기초만 제공할 뿐이다. 

권도형은 SNS를 통한 사과 이후 도망다니기에 급급했다. 재산을 숨긴 채 피해회복을 위한 노력은 눈꼽 만큼도 하지 않았다. 오로지 괘씸할 따름이다.

범죄수익을 토해 내지 않는다면, 그의 재산을 쓸 기회조차 박탈하는 등 옴짝달싹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온당한 처사가 아니겠는가. 죄의 댓가는 반드시 무겁게 치러야 한다는 교훈을 남기는 것이 경제 정의를 실천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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