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게임산업 결산] e스포츠

2023년 e스포츠는 코로나 팬더믹이 종식된 후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업계의 큰 화두로 떠올랐다. 업계의 몸집이 커지며 너무나 비대해진 선수들의 몸값과 과도한 게임단 예산 문제, 종목사 투자에 높은 의존, 운영 효율화 필요성 등이 부각됐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시작됐다.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 리그인 LCK는 '균형 지출 제도' 등을 도입하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글로벌 파트너 팀' 제도를 통해 종목사와 프로 팀간 상생의 발걸음을 뗐으며, 오버워치 e스포츠는 리그 폐지 및 구조 개편 등으로 고강도 쇄신에 나섰다.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기 위한 시도도 이어졌다. 동남아시아, 중동 등 최근 e스포츠 열기가 뜨거운 지역에서 글로벌 e스포츠 대회가 차례로 열렸으며 모두 현지에서 큰 환호를 받았다. 또한 중동에서는 자본을 바탕으로 '게이머즈 에이트(Gamers8)'와 같은 대형 이벤트를 개최하며 e스포츠를 새로운 먹거리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국 e스포츠 선수들은 올해도 맹활약을 펼치며 각자의 종목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최초로 정식 종목으로 지정된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메달을 수확하며 국위를 선양했다. 또한 LoL, 배틀그라운드, 오버워치, 발로란트 등의 종목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트로피를 휩쓸었다. 이 중 백미는 지난 11월 한국에서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 2023'에서 한국 팀 T1이 우승을 차지한 것이었다.

엔데믹 맞아 e스포츠 지속 가능한 경영 도마 위에

e스포츠 산업은 2023년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코로나 팬더믹이 종료되며 다시 글로벌 확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대규모 오프라인 이벤트를 통해 팬들과 접점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또한 e스포츠 산업의 성장에 따라 선수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맞이한 게임단들은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종목사인 크래프톤은 올해 '글로벌 파트너 팀' 프로그램을 신설하며 종목사와 프로 팀, 선수가 상생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전세계 8개 팀에 글로벌 파트너 팀 자격을 부여하고 각 팀의 특색을 지닌 팀 브랜디드 아이템 출시, 글로벌 e스포츠 대회 진출권 부여를 통한 수익 공유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또한 오프라인 대회를 통해 종목사와 프로 팀, 그리고 관람객이 함께 호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선수들이 참여하는 '팬밋업(Fan Meet-Up)' 행사로 선수와 팬이 접점을 마련했으며, 팬들이 현장에 참여해 자연스럽게 게임과 e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방향을 추구했다.

LoL e스포츠 또한 오프라인 이벤트를 축제의 현장으로 마련했다. 지난 11월 한국에서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은 ▲LoL 월드 챔피언십 홍보관 '월즈 플레이그라운드' ▲LoL 월드 챔피언십 팝업 스토어 ▲월드 챔피언십 기념 드론 쇼 ▲월드 챔피언십 기념 팬 페스트 ▲라이엇 뮤직 페스티벌 등 다채로운 부대 행사와 함께 하며 평소 e스포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참여할 수 있는 즐거운 형태로 전개됐다.

한국 LoL e스포츠 리그인 LCK는 올해 스토브리그부터 '균형 지출 제도'를 새롭게 도입했다. 균형 지출 제도는 팀에서 선수에게 지급하는 연봉 총액에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초과할 시 일정 금액을 사치세로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다. 리그에 참가한 팀 전체의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상향 평준화를 이끌어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한 조치다.

오버워치 e스포츠는 각 팀의 운영난을 타파하고 구성원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현재의 프랜차이즈 팀 제도 '오버워치 리그'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리그에 참여하는 팀들이 지속적으로 수익 적자를 보자, 이들에게 활로를 열어주며 손실을 보전하도록 돕고 있다. 또한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해 글로벌 리그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e스포츠 대회로 출발할 방침이다.

발로란트 e스포츠는 올해 권역별로 프랜차이즈 팀이 참여하는 '국제 리그'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이 같은 방식은 아시아태평양, 미주, 유럽 등에서 큰 호응을 얻었으며, 발로란트 e스포츠의 글로벌 대회에 쏠린 이목 또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동남아시아ㆍ중동으로 뻗어가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올해 주요 글로벌 e스포츠 대회를 모두 주요 시장인 북미와 유럽이 아닌 새로운 장소에서 개최했다. 지난 4월 열린 'PUBG 글로벌 시리즈(PGS) 1'은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에서, 8월 'PGS 2'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각각 열렸다.

또한 배틀그라운드 월드컵 'PUBG 네이션스 컵'은 한국의 서울에서, 최상위 대회인 'PUBG 글로벌 챔피언십(PGC)'는 태국의 방콕에서 각각 열렸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최상위 대회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글로벌 챔피언십(PMGC)'는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열렸다.

특히 성장하는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을 공략한 것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큰 호재였다. 방콕에서 열렸던 'PGC 2023'은 그랜드 파이널 사흘간 경기장 전석 매진 행렬을 이뤘으며, 추가로 배정된 뷰잉 파티 참여석 또한 모두 매진됐다. 리야드에서 열린 'PGS 2' 역시 현지 중동 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으며, 개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으로 대회 기본 상금만 무려 200만달러를 배정하는 등 이슈몰이를 했다.

LoL e스포츠는 최상위 대회인 'LoL 월드 챔피언십 2023'을 지난 2018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에서 개최했다. 전세계 최고의 LoL 프로 팀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멋진 경기를 펼쳤고, 한국 팬들은 구름 관중으로 이에 화답했다.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의 경우 예매 오픈 직후 전석 매진을 기록했으며, 예매표의 일부는 암표로 나와 100만원대를 호가하는 등 다양한 이슈를 낳았다.

또한 월드 챔피언십 기간 동안 서울 곳곳에서 팝업 스토어와 홍보관이 열리며 전세계 많은 팬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팝업 스토어의 경우 사흘간 무려 1만 6000여명이 방문해 가득 메웠으며 홍보관 또한 이틀동안 국적을 가리지 않고 8000여명의 팬들이 찾는 등의 흥행세를 기록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와 국영 새비게임즈 그룹은 오는 2030년까지 자국을 게임 및 e스포츠 산업의 메카로 세우겠다는 계획을 갖고 54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올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글로벌 e스포츠 대회 '게이머즈 에이트'는 총 상금 4500만달러라는 막대한 규모로 전세계의 화제가 됐다. 이들은 여전한 투자 의지를 갖고 있어 향후 e스포츠의 글로벌화에 있어 큰 돌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한국 선수들 맹활약한 2023년 e스포츠 대회

한국 e스포츠 선수들은 올해 각자의 종목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많은 한국 팬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지난 9월 열린 '제19회 항저우 아시안 게임'은 한국의 e스포츠 경쟁력을 전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됐다. 한국 국가대표팀은 이 대회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금메달 ▲'스트리트 파이터V' 금메달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은메달 ▲'FC 온라인' 동메달 등 참가한 모든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스트리트 파이터V' 종목에 출전한 김관우 선수는 많은 나이에도 대한민국 e스포츠 국가대표팀의 첫 번째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수확하며 팬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11월 열린 'LoL 월드 챔피언십 2023'에서는 한국의 T1이 안방에서 우승 트로피 '소환사의 컵'을 들어올리며 홈 팬들에게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LoL e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 '페이커' 이상혁은 개인 네 번째 월드 챔피언십 우승을 커리어에 추가하며,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불멸의 기록을 완성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서도 낭보가 들렸다. 배틀그라운드 월드컵 'PNC 2023'에서 한국 대표팀이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것에 이어, 최상위 대회 'PGC 2023'에서도 한국 팀 다나와 e스포츠가 그랜드 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다나와 e스포츠는 지난 2019년 대회 이후 4년 만에 한국 팀의 PGC 우승 트로피를 추가했다.

오버워치 e스포츠에서는 한국 선수들의 강세가 이어졌다. '2023 오버워치 리그' 그랜드 파이널에서는 한국 선수들로 구성된 플로리다 메이헴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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