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김택진 단독 대표에서 공동대표 체제로 전환한다. 지난 20여년 동안 강력한 카리스마로 회사를 이끌어 온 김 대표가 다소 낯설 수 있는 공동대표 체제라는 새로운 경영 환경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엔씨소프트측에 따르면 그의 첫 경영 파트너는 VIG파트너스 박병무 대표다.  박 공동대표 내정자는 엔씨소프트에서 비상임 이사를 역임한 바 있으며,  또다른 게임업체인 N사의 경영에도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등 게임업체와의 연이 적지않은 인물이다. 

그 때문인지 엔씨소프트 측은 게임에 문외한인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 것이 아니라,  게임산업에 대해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국제적 감각을 지닌 인사를 발탁한 것이라고 공동 대표에 대한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박 후보자는 김앤장 법률 사무소 변호사를 시작으로 플레너스 엔터테인먼트((구)로커스홀딩스) 대표, TPG Asia(뉴 브리지 캐피탈) 한국 대표 및 파트너, 하나로텔레콤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이를 통해 기업 경영, 전략 및  투자 관련한 경험과 식견을 갖춘 전문 경영인이라는 평을 들어왔다. 박 후보자는 내년  주총을 통해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엔씨소프트의 공동 대표 체제 전환 시도는 그간 물 밑에서 꾸준히  논의돼 온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기업 공개가 이뤄지면서 실적 중심의 성과주의는 게임 창업 공신들의 입지를 크게 좁혀 놓았다.  실제로 주요 게임업체들의 대표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기업 창업과 함께 경영을 동시에 맡고 있는 회사 대표는 엔씨소프트 김 택진 대표 뿐이다. 

그는 지난 20여년 동안 게임 개발과 기업 경영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온 힘을 기울여 왔다. 문제는 경영 성과에 대한 과실의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실적이 좋을 때는 비교적 논란이 적지만, 조금이라도 실적이 나쁘거나 추락할 경우 대표에 대한 문책 시비가 끊이질 않는 사례다.

특히 지난 3월 주총에서 벌어진 이른바 '추태 사건'은 김 택진 대표에게 큰 충격을 안겨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실리 만큼  명분을 따지는 인사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 20여년을 회사 전면에 나서 게임 개발과 경영을 진두 지휘해 온 것이다. 그런 그에게 실적부진과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주총에서 거의 수모에 가까운 봉변을 당한 것이다.

단독 대표에서 공동대표체제로 전환될 경우 역할 분장이 정확히 이뤄지기 때문에 책임 소재 부문에 대한 논란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글로벌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특화된 전문 경영인이 회사 경영의 전반을 맡아 하고,  개발자는 개발 역량을 극대화해  나가는 것이 답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칫 불협화음을 낼 경우, 성과보다는 패착으로 이어질 경우, 상당한 기업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게임계에선 성공 사례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조심스럽지만, 김 택진 대표와 박 병무 대표가 그간 꾸준한 대화와 서로에게 조언을 아껴오지 않아 온 관계였다는 점에서 일단 주목하고 싶다.

어찌됐든 게임계가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내수 경기가 긍정적이지 않고, 게임 트렌트 역시 급변하고 있다. 수출시장 역시 상당한 변곡점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나선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이같은 움직임이 과연 성공할 지 아니면 실패로 끝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지켜보고자 하는 것은 시대 변화 요구에 두려워 하지 않고 이를 받아들이려는 것과, 수모에 가까운 일을 두고  낙심하지 않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려는 엔씨소프트의 노력을 다시한번 지켜보고자 한다.

분명한 것은 갑진년 새해를 앞두고 엔씨소프트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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