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호 크래프톤 e스포츠 총괄 미디어 인터뷰 … "올해는 체계 갖추는 시간, 내년은 콘텐츠로서의 발전"

이민호 크래프톤 e스포츠 총괄.
이민호 크래프톤 e스포츠 총괄.

2024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목표는 글로벌 확장이다. 글로벌 e스포츠 대회의 비중을 늘려 선수들에게 활동의 동기를 부여하고, 시청자들에게는 더욱 흥미진진하고 만족감이 큰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올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글로벌 파트너 팀 프로그램 신설 ▲'PUBG 글로벌 시리즈(PGS)' 신설 ▲e스포츠와 실제 인게임 경쟁전의 동기화 등 다양한 목표를 갖고 이를 추진했다.

크래프톤은 한국의 젠지를 비롯한 전세계 총 8개 팀을 글로벌 파트너 팀으로 선정했으며, 이들에게 팀 브랜디드 스킨 제작권 및 글로벌 e스포츠 대회 진출권을 부여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파트너 팀이 상금 수익 및 팬 베이스를 확보하며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기존 권역별 대회를 글로벌 대회 'PGS'로 확대 개편했다. 선수들에게는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팬들에게는 이전 대비 더욱 치열하고 즐거운 경쟁의 재미를 선사했다.

이 밖에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와 인게임 경쟁전의 동기화를 실시했다. ▲태이고 ▲비켄디 등의 맵과 ▲판처파우스트 ▲비상호출 ▲박격포 등의 피처를 e스포츠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신규 맵과 피처는 e스포츠 환경에 큰 변화를 낳아 역동적인 환경을 만들었으며, 현재 인게임 경쟁전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글로벌 e스포츠 대회 'PUBG 글로벌 챔피언십(PGC) 2023'을 기념해 이민호 크래프톤 e스포츠 총괄이 참석한 미디어 인터뷰를 태국의 방콕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했다. 이 총괄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2023년을 되돌아보고, 2024년 계획을 밝히는 등 미디어의 다양한 질문에 답변했다.

다음은 인터뷰에서 오간 질의응답을 간추린 내용이다.

<일문일답>

크래프톤에 합류한 지 3년이 지났다. 지난 3년간 거둔 성과와 느낀 점을 자평하자면.

이민호 총괄: 크래프톤은 정말 다양한 장르에서 도전하고 있다. 게임 뿐만 아니라 퍼블리싱, 딥러닝, 메타버스, e스포츠 등 여러 사업 영역을 갖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도전할 수 있다는 점이 크래프톤의 장점이다. 지난 3년을 돌아보면 여전히 시행착오도 많이 하고 있지만, 그 시간 동안 e스포츠 팬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해왔고 그 결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2023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

이 총괄: 2023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글로벌 이벤트의 확장, '글로벌 파트너 팀'을 기반으로 한 프로 팀과의 상생, 팬들과 호흡하는 인프라 구축을 방향성으로 갖고 노력했다. 이를 키워드로 바꿔 이야기하자면 '약속'과 '상생'이 될 것이다.

키워드 중 '약속'은 무슨 뜻인가.

이 총괄: 그동안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많은 리소스를 투자하고 다양한 시도를 했음에도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를 '한 가지 길을 뚝심 있게 가지 못한 것'이 컸다고 분석했다. 너무 다양한 시도를 하며, 커뮤니티에서는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의지가 있지만 포맷이 너무 자주 바뀌며 피로감을 느낀다"는 의견이 많았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지난해 국가 대항전 'PUBG 네이션스 컵(PNC)'을 3년 만에 부활시켰고, 올해는 코로나 팬더믹으로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PGS'를 신설했다. 이렇듯 팬, 그리고 커뮤니티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이러한 기조는 앞으로도 이어갈 예정이다.

2023년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파트너 팀.
2023년 배틀그라운드 글로벌 파트너 팀.

'상생' 키워드는 어떤 부분인가.

이 총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파트너 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글로벌 파트너로 선정된 팀에 'PGS' 진출권을 부여하고, 스킨을 제작해 수익을 공유하는 등 동반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팀 브랜디드 스킨의 매출은 괜찮은 편이었고, 지금까지 열린 주요 글로벌 대회를 모두 글로벌 파트너 팀들이 우승했다. 또한 'PGC 2023'에 글로벌 파트너 팀 가운데 여섯 팀이나 그랜드 파이널에 진출했다. 우리는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글로벌 파트너 팀을 두 팀 정도 늘려 10팀 수준으로 프로그램의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기존 오픈 시스템 하에서 함께 했던 팀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 수준에서 안정적인 운영 모델을 추구할 계획이다.

올해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경쟁전과 환경을 동기화했다. 당초 의도대로 잘 반영됐나.

이 총괄: 좋은 질문 감사하다. 경쟁전과 e스포츠의 동기화는 크래프톤 차원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부분이다. 배틀그라운드를 개발하며 많은 고민을 하고 결과물을 내놓는다. 신규 맵과 피처의 제작 의도를 누구보다 빠르게 높은 밀도로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프로 선수들이다.

크래프톤은 경쟁전과 e스포츠의 완전환 동기화를 이뤄냈고, 내부적으로 결과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선수들이 일반 이용자들보다 비상호출이나 접이식 방패 등 새로운 요소들을 정말 잘 활용하고 있다. 다양한 명장면이 만들어지며 보는 재미를 확실히 늘려주고 있다. 또한 앞으로 유망주 수급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오는 6일 배틀그라운드의 신규 맵 '론도'를 공개한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론도도 e스포츠를 통해 적극적으로 프로모션할 계획이다. 론도의 진정한 재미를 프로 e스포츠 선수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전달하겠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최근 규모를 줄이고, 팬들이 참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총괄: 크래프톤 뿐만 아니라 2023년 전세계의 e스포츠가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성장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본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또한 "과연 화려한 스테이지가 전부인가", "무조건 관중이 필요한가" 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e스포츠를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선수들을 위해 최선의 환경을 제공하되, 회사와 선수가 팬들과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고 있다. 선수들이 참여하는 매일 '팬밋업(Fan Meet-Up)' 행사를 매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PNC 2023'부터는 PUBG 스튜디오의 개발 리더십이 현장에 와서 선수들을 직접 만나 피드백을 듣는다. 선수들도 자부심을 갖게 되고 개발팀도 피드백에 만족하고 있다.

e스포츠 행사가 물론 화려한 모습도 갖춰야 하겠지만, 팬들과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되어야 한다. 종합적인 팬 페스티벌로서 과하게 엄격하거나 진지한 것 보다는 팬들이 자연스럽게 와서 즐길 수 있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방향이 있나.

이 총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당면한 목표는 프로 선수들에게 가슴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큰 목표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결국 그 답은 더 많은 글로벌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글로벌 대회에서 어떤 선수가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때 "아, e스포츠를 시작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기회의 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선수들이 글로벌 대회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지역별 대회는 그것을 위한 마중물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역별 대회도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특히 한국 등 수준이 높은 지역일수록 지역별 대회만을 보고 프로 선수들이 경기를 뛸 거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한 발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발전을 위한 자체 프로덕션을 구축할 계획이 있나.

이 총괄: 성수동에 준비 중인 신사옥에 경기장 역할을 하는 공간을 준비 중이다. 규모가 작지 않은 공간을 준비하고 있는데, 경기장에 더해 복합문화공간 역할을 겸한다. 자체 프로덕션 등 여러 방향을 고민중이지만 그 시점에서 제일 효율적인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부 파트너사로부터 투자를 많이 받고 있는데 파트너십을 많이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여러가지 요소들을 다 감안해서 제일 효율적인 것을 찾아서 방안을 만들겠다.

태이고, 비켄디 등 신규 맵이 등장하며 선수들이 피로함을 느낀다는 의견이 있다.

이 총괄: 맵 선정을 고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맵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경쟁전과 맞춰서 가려고 한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내년에는 상하반기에 맵 선정을 다르게 하고, 또 대회마다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기본적인 맵인 에란겔은 바뀌지 않겠지만 태이고나 비켄디 대신 론도가 들어가는 등이 될 수 있겠다.

프로 선수들은 누구보다 보수적일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상황이 주어지면 누구보다 빠르게 적응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선수들의 의견을 경청하되 변화를 주는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항상 그 의견을 경청하겠지만 그렇다고 선수들의 의견대로만 따라가면 오히려 선수들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보는 재미를 늘리기 위한 개편 방식을 생각해본 적이 있나.

이 총괄: 내부적으로 오간 논의 중 총 18개 매치를 3일간 진행한다고 하면, 마지막 3일차부터는 하위 2개팀씩 탈락을 시키자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또한 자기장 구도를 보고 그 매치에 치킨을 먹을 수 있겠다 싶으면 두 배의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더블업(Double-Up)' 찬스를 사용할 기회를 주는 것도 생각해 봤다. 이 밖에도 등급 상의 문제가 따르게 되겠지만 베팅을 하는 방식의 스트리밍 대회도 구상해본 적이 있다.

배틀그라운드가 랜덤성이 있는 e스포츠다 보니까 일정 수준 이상의 공정성을 추구하기 오히려 더 전통적인(Orthodox) 스포츠의 느낌을 추구하는 측면도 있다. 티밍(Teaming)을 우려해서 모든 선수들이 동일한 캐릭터 의상을 입고 경기를 하고 있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도 공정성을 기본으로 추구하는 한편, 내부적으로도 끊임없이 더 좋은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제는 오히려 임팩트를 주고 개성을 주는 것을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2024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목표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 총괄: 올 한해 e스포츠를 하면서 목표했던 부분을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글로벌 파트너 팀들과 상생하는 목표를 달성했고, 팀들과의 신뢰도도 확실히 높아졌다. 뷰어십 차원에서도 저점을 크게 높였다고 생각한다. 기초 체력 부분에서 성과가 있었다.

내년에는 어떤 부분이 시청자들에게 더 큰 만족감을 줄 수 있을지, 콘텐츠로서 더 좋아질 지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시간이 극적인 변화보다는, 쉽지 않았지만 체계를 갖추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약속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있고 최대한 정한 방향에서 확장성을 가져가겠다. 우리의 진심이 팬 분들의 마음에 닿기를 바란다.

[태국(방콕)=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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