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히트작 게임으로 급부상…두터워진 게임 수요 반영한 듯

대세는 서브컬처 게임?

최근 게임업계에 이른바 ‘서브컬처 게임’ 바람이 일고 있다. 선뜻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이 장르의 게임은 지금 게임의 천국이라고 일컬어지는 일본 뿐 아니라 한국시장에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19일 막을 내린 지스타 전시회에도 서브컬처 게임들이 대거 선보여 주목을 끌었다. 특히 웹젠(테르비스) 빅게임스튜디오(브레이커스) 쿠로게임즈(명조: 워더링웨이브) 위메이드 커넥트 (로스트 소드) 등 미들 게임업체 뿐 아니라 다소 진중한 행보를 보이는 넷마블 (데미스리본)까지 가세함에 따라 이 장르의 게임이 내년도 게임시장 판도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간 내수시장은 MMORPG 게임들이 주류 게임으로서 자리를 굳건히 지켜 왔다. 말 그대로 대세의 장르였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판도 변화의 조짐이 조금씩 읽혀지기 시작했다. 과거 캐주얼 게임 장르와 같은, 그렇다고 무겁지도 않고 부담스럽지도 않은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관심을 불러 일으키더니, 얼마 되지 않아 이들 게임들이 비주류로서 자신들의 위치를 확고히 다져 나간 것이다.

서브컬처 게임(Sub - Culture Game)은 직역하면 하위 문화 게임이다. 이는 제도권에서 하위 문화의 대표적인 장르로 게임을 지칭하고 있는 데 대한 상호 작용을 생각하고 가져다 붙인 명칭인 듯 하다. 즉, 게임 가운데 가장 변방에 있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서브컬처 게임은 게임의 숫적으로도 그다지 많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이용자 측면에서 보면 자신들은 소수의 게이머인 셈이다. 또 스토리를 살펴보면 그다지 특별하다할 임펙트 또한 발견하기 어렵다. 그저 그런 걸 보여주거나, 또는 과시하는, 약간의 유치함도 담겨 있다. 서브컬처 게임을 들여다 보면 그런 내용들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그 성(城)을 지키고 사수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오타쿠'가 게임 이용자 관점에서 바라본 마니아의 별칭이라면, 서브컬처 게임은 다분히 개발자 중심의 세계를 탐미하려는 이용자들의 열정을 방증한 장르의 명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같은 게임들이 판매 시장에서 큰 반응을 일으키고 상용화에 성공할 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실제로 이런 장르의 게임들은 거의 출시를 앞두고 사장되거나 폐기됐다. 하지만 흥행이 가능하다고 믿고 오로지 그 장르에만 매달려 성공한 기업이 있었다. 중국게임 기업 호요버스였다.

이들은 2020년 일본 애니메이션 풍 그래픽에 상큼한 캐릭터를 앞세워 ‘원신’이란 게임을 발표했다. 이 게임은 당초 작품 테스트 기간 동안 그렇게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곤 예측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호요버스는 일정대로 밀어붙였다. 캐릭터를 대거 손보는 등 방대한 세계관을 다시 연출해 냈다. 이렇게 해서 게임을 선보이자 출시 열흘 만에 대박이 났다. 하지만 호요버스는 계획을 멈추지 않았다, 일본 게임시장과 한국 게임시장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었고, 모바일 게임과 콘솔 게임의 수요를 다각화했다.

이같은 전 방위적인 공세와 노력의 결과는 그대로 적중했다. 호요버스는 이 게임 하나로 무려 약 6조원(2021년 기준)에 가까운 매출실적과 글로벌 게임기업이란 닉네임을 동시에 얻어냈다.

이같은 팬들의 격한 반응에 영감을 얻은 때문이었을까. 국내 게임업체들도 이에 뒤질세라 서브컬처 게임을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이같은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카카오게임즈의 서브컬처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출시되기 무섭게 불과 하루 만에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 스토어 판매 순위 톱을 휩쓸었으며, 중소 게임 개발사로 불리는 시프트업은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를 발표, 거센 바람을 일으켰다.

또 넥슨 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시장에서 내로라하는 작품들과 경쟁을 벌이는 등 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넥슨 게임즈는 내년에 이 작품을 통해 사활을 건다는 방침인데, 현지 반응 역시 예사롭지 않다.

관건은 서브컬처 게임의 바람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내년에도 이같은 바람이 이어지지 않겠냐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장르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데다, MMORPG에 식상한 유저들까지 이 장르에 기웃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중(對中) 수출을 위해선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서브컬처 게임을 만들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공급과 수요가 적정선에 달하는 내년이 서브컬처 게임의 전성기가 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비주류의 장르 게임이 주류의 위치에 당당히 올라서는 셈이다.

결국 서브컬처 게임이 메인 컬처 게임으로 위상을 새롭게 하게 되는 것인데, 그렇다고 서브컬처 게임이 MMORPG처럼 장기적인 집권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특히 상당수 이 장르의 게임들이 일본 애니메이션 판권(IP)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서브컬처 게임 자체의 수익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적지않아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맹목적인 줄달음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다만, 서브컬처 게임이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그렇다 할 수 있겠다. 또 이러한 장르의 작품이 수요를 일으키는 등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게임계의 토양이 그만큼 성숙해 지고 외연 또한 크게 넓어졌다는 점을 뜻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문화의 융성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풍토에서 키워진다. 한가지, 이 기회에 당부하고자 한다. 게임업체를 게임사라고 지칭하며 부르는 것은 과거 제도권에서 게임을 하위 문화로 박대할 때 만들어진 별칭이다. 그런데도 게임업계는 그런 표현을 무심코 받아쓰고 있다. 개념 없이 받아 쓰는 것인지, 일부 매체에서 그렇게 쓰니까 그냥 그대로 따라 쓰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이제는 그런 단어를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행히 서브컬처 게임은 그 단어 속에 어둔 그림자의 모습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 기회에 서브컬처 게임을 메인 스트림(Mainstream Culture Game) 게임이라고 한다면 이 또한 어색하다 할 것이다.

문화의 융성과 다양성은 우리 사회제도의 포용력과 넉넉함에서 만들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3년의 한 장 남은 달력을 지켜보면서, 올해 유난히 바람을 일으킨 서브컬처 게임을 생각해 봤다. 앞서 언급한 대로 게임 시장의 외연이 그만큼  두툼해 졌다는 것을 뜻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반가운 소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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