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독립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GPT 기반 추리 게임 '언커버 더 스모킹 건' … AI 심문 통해 진술 수집ㆍ사건 해결로 몰입감 극대화

인공지능(AI)이 적용된 게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게이머라면 누구나 플레이어가 직접 AI와 대화를 통해 인게임 정보를 얻고, 서로 함께 상호작용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을 상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크래프톤의 11번째 독립 스튜디오 렐루게임즈는 지난 6월 설립된 이후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이들은 '딥러닝 기술과 게임의 융합'을 회사의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딥러닝 기술이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보다 향상시켜줄 것으로 믿는다.

렐루게임즈는 최근 딥러닝 기술을 적용해 개발 중인 신작 '언커버 더 스모킹 건(Uncover the Smoking gun)'의 알파 데모 버전을 선보였다. 이를 통해 딥러닝 기술이 게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업계와 플레이어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리극 … 필요한 건 'AI의 진술'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GPT 언어 모델을 기반으로 한 추리 게임이다. 게임의 배경은 AI 연구실로, 이 곳에서 '최 박사'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 최 박사는 딥 러닝 기술의 선구자이며 평소 의지를 형성하고 독립적인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AI의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었다. 즉, 'AI가 자율성을 갖고 스스로 생각하며 결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연구다.

플레이어는 살인 사건 현장에 파견된 탐정으로서, 현장에 놓인 증거를 수사하고 주요 용의자들을 심문해 사건의 범인을 밝혀내야 한다. 설명만 듣는다면 평범한 고전 미스터리 게임과 같아 보인다.

그런데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다소 특이하다. 우선 사건의 중요 용의자들이 모두 AI 안드로이드다. ▲청소 로봇 'A01' ▲비서 로봇 'A02' ▲연구 로봇 'A03' ▲연구 보조 로봇 'A04'까지 총 네 명의 안드로이드가 이번 살인 사건의 용의자다. 이 중 누군가가 AI라는 한계를 벗어나 스스로 의지를 갖고 자신의 창조주를 살해한 것이다.

탐정인 플레이어는 이들 네 명의 안드로이드를 심문하며 진술을 토대로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와 정보를 캐내야 한다. 심문은 놀랍게도 주어진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주관식이다. 원하는 질문을 입력하면 GPT 언어 모델이 질문에 대한 적절한 진술을 생성해 답변한다. 평소 AI 챗봇 또는 챗GPT 등의 대화형 AI 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이 있다면 이해하기 쉽다.

GPT 기반 심문은 정말 '잘 만들어져' 있다. 게임을 시작한 후, 가장 처음 만난 안드로이드인 'A01'에게 대뜸 "범인은 누구?"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A01은 고민한 뒤 "현재로서는 범인을 가리킬 수 없지만, 비서 로봇(A02)이 사건 당일 최 박사의 방에 들어갔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답변했다. 현 상황을 이해하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 같은, A01의 충실한 답변 퀄리티에 소름이 돋았다.

플레이어는 증거품과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거듭해 심문을 이어갈 수 있다. 안드로이드는 각자 개성적인 특징을 지녔으며, 사건 당일의 행동과 본 것이 달라 질문에 대한 답변이 각각 다른 때도 있다. 이들은 가끔 플레이어의 질문에 거짓으로 답변하는 경우도 있으며, 반대로 기대하지 않았던 '던지는' 느낌의 질문에 핵심을 꿰뚫는 의외의 답변을 할 때도 있다.

과연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과연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수많은 정보 속에 드러나는 해답 … '탐정'이 된 기분을 만끽하자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단순히 안드로이드와 대화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완성도 역시 훌륭하다. 플레이어는 증거와 진술을 통해 점차 사건 해결에 대한 실마리를 잡아간다. 이 과정에서 최 박사의 숨겨진 연구소와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던 비윤리적인 실험, 그리고 사건에 얽힌 또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며 이야기는 점차 흥미로운 전개로 이어진다.

사건을 조사하며 얻는 모든 증거품과 진술, 해결의 단서는 또 다른 새로운 미스터리로 이어지는 실마리가 된다. 심문이 주관식으로 이뤄지다 보니, 플레이어가 이것저것 물어보다 보면 나중에 얻게 되는 총 정보량은 막대해 진다. 정보의 바다에 파묻혀 핵심을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잦다.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수집한 정보들 가운데 필요한 정보와 필요하지 않은 정보를 골라낼 수 있는 능력을 요구한다. 다행히 수집한 정보는 개인 조수 로봇의 도움을 통해 수사 노트에 정리할 수 있다. 필요한 정보를 노트에 붙이고 관련 있는 정보는 선으로 연결하는 등 실제 탐정과 같이 수사 노트를 멋지게 꾸밀 수 있다.

사건의 진상에 도달한 플레이어는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핵심 질문 5개에 답을 해야 한다. 물론, 답변 역시 주관식이다. 사건 풀이의 정확도에 따라 C에서 AAA까지 등급이 매겨지며 각기 다른 엔딩을 볼 수 있다.

현재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은 알파 데모 단계다. 작품의 정식 출시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데모 버전은 정말 훌륭했다. 실제 대화를 통해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뛰어난 몰입감과 함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증거와 진술 속에서 해답을 발견했을 때의 쾌감은 다른 추리 게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알파 데모 버전은 현재 게임 유통 사이트 '잇치오'에서 다운로드 받아 플레이해 볼 수 있다. 정식 출시를 기다리기 어려운 게이머라면 데모 버전을 플레이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다만, 알파 데모 버전은 세이브가 없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감안하자.

과연 스스로의 의지를 갖게 된 안드로이드는 누구일까. 그리고 최 박사를 죽인 범인의 정체는?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플레이어가 누구더라도 사건을 쉽게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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