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 창업주 서거 2 주기 앞두고 사장단 인사…사실상 이 정헌 체제로 진입한 듯

넥슨 창업주 김 정주 회장이 서거한지 곧 2 주기를 맞게 된다. 그의 급작스런 서거는 게임산업계 뿐 아니라 대한민국 재계에도 큰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다. 그의 나이 겨우 54살에 불과했던 때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을 넥슨이란 꿈의 기업을 완성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이며 생을 마감했다.

사실, 김 정주라는 인물을 빼놓고 넥슨을 논할 수는 없다 해야 할 것이다. 기업 창업에서 온라인 게임시장 진출까지, 그리고 오늘날 국내 최고의 게임업체로 불리는 넥슨이 만들어질 때까지 그의 손과 발이 닿지 않는 곳이 거의 없었다고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천진난만한 행동에다, 다소 어눌한 어투, 거기에다 자신을 꾸미는데 있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그였지만, 사업에 관한 일 만큼은 치열하고 철두철미했다. 정확히 한치의 오차를 허용치 않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는 첫 작품 ‘바람의 나라’를 내놓고 시장 반응을 지켜 보던 때다. 그런데 예상보다 반향이 그렇게 크지 않았다. 말 그대로 진퇴 여부를 놓고 고민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넉살 좋게 주위 사람들을 유쾌한 유머로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그는 그러면서 게임 운용에 더 큰 관심을 당부했다. 예컨대 온라인 게임은 작품 뿐 아니라 게임을 관리하는 운용 능력이 매우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제대로 관리할 경우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그래서 였을까. 그는 게임 개발과 게임 운용에 관한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과거 넥슨의 캐시카우 역할을 한 '던전 앤 파이터' '메이플 스토리' '서든 어택' '피파 온라인' 등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쳐간 작품들이다. 하지만 이들 작품에 대해 ’올드 보이‘라고 부르는 이들은 거의 없다. 지금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고, 이들 작품의 판권(IP)을 활용한 모바일 게임들은 시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게임 운용 부문은 그가 특히 주목한 부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서비스 부문에 대한 관리 유무를 철저히 주문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넥슨이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하면서 게임 서비스 및 운용 부문에서 경쟁사에 밀리지 않았던 이유도 다 이같은 연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의 열정과 피나는 노력이 척박한 땅에 온라인 게임의 씨앗을 뿌리고 , 돌풍을 일으키는 원동력이 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할 것이다.

최근 넥슨 재팬은 이 정헌 넥슨 코리아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내정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그건 절차적인 표현일 뿐이다. 그는 2003년 넥슨에 입사했다. 불과 20년 만에 넥슨의 최고봉이란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의 예상치 못한 이같은 보폭은 그가 넥슨코리아 대표로 발탁된 2018년 때 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그는 대표로 취임과 동시에 '피파 온라인 3' 론칭과 함께 '히트' '다크 어벤저3' '엑스(AxE)' '오버 히트' 등 모바일 게임들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기에다 '던전 앤 파이터 모바일' '메이플 스토리 M' '블루 아카이브' '데이브더 다이버' 등 주요 화제작들을 대거 선보이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과시했다.

실제로 그는 자신이 취임한 이후 지난 2022년까지 넥슨을 연평균 성장률(CAGR) 19%라는 매우 이례적인 경영 실적에 방점을 찍었고, 넥슨이 올 3분기까지 경쟁사를 제치고 나홀로 성장세를 지속할 수 있었던 것도 다 그의 탁월한 리더십 때문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런 이 정헌에게 넥슨 재팬의 새 사령탑이란 중책이 맡겨진 것이다.

넥슨 재팬은 그간 오웬 마호니라는 재무전문가가 대표를 맡아 왔다. 그는 2010년 김 정주 회장과 인연을 맺은 이후 큰 대과 없이 넥슨 계열을 잘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선 오웬 마호니 체제로는 더 이상 넥슨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갈 수 없다는 리더십 한계론도 제기됐다. 지금까지 잘 해 왔지만, 더 이상의 그 무엇이 보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엄청난 게임 자원에도 불구, 넥슨이 거대한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 비평가들의 지적과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이를 꿰야 보석인데, 넥슨 재편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넥슨과 김 정주 회장의 마음속 한 구석엔 세계적인 게임 유통 플렛폼으로 자리잡은 스팀을 인수하지 못한 한이 서려 있다. 이를 위해 라이벌인 엔씨소프트와 전략적인 관계를 맺기도 했다. 하지만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그래서 였을까. 때가 되면 반드시 스팀과 버금가는 게임 유통 플랫폼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이 김 정주 의 꿈이자 넥슨의 미래가 됐다.

그렇다면 넥슨이 지금 이같은 기회가 주어졌다고 판단하고 이 정헌을 내세워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 정헌은 포스트 김 정주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게임에 대한 안목과 게임 운용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는 예상외로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리더로서 갖춰야 할 덕목은 제대로 갖췄다는 평을 듣고있다.

김 정주 회장의 서거 2주기가 곧 다가온다. 다소 전격적으로 발탁된 이 정헌의 새 역할과 그의 비전은 과연 무엇일까.  포스트 김 정주 시대를 열어갈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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