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완벽한 경기 선보여 … LCK 팀 중 유일한 4강 생존

한국 대표 T1이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 2023' 8강전에서 중국의 리닝 게이밍을 제압하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젠지와 KT 롤스터가 8강에서 탈락한 가운데, LCK의 자존심은 유일한 생존팀 T1의 어깨에 놓이게 됐다.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글로벌 e스포츠 대회 'LoL 월드 챔피언십 2023' 녹아웃 스테이지 8강전이 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기대를 모았던 LCK 1번 시드 젠지는 3일 개최된 8강전 2일차 경기에서 LPL 2번 시드 빌리빌리 게이밍(BLG)을 만나 세트 스코어 2대3의 충격패를 당했다. 다음날 LCK 3번 시드 KT 롤스터 또한 LPL 1번 시드 징동 게이밍(JDG)을 상대로 분전했으나 세트 스코어 1대3으로 패했다.

유일하게 LCK의 면을 살린 것은 T1이었다. LCK 2번 시드 T1은 5일 열린 8강전 4일차 경기에서 LPL 3번 시드 리닝 게이밍(LNG)와의 대결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세트 스코어 3대0으로 승리했다.

'LCK 챔피언' 젠지, 中 BLG에 충격패

젠지는 '2023 LCK' 스프링, 서머 스플릿을 석권하며 전문가들로부터 월드 챔피언십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졌다. 하지만 8강에서 BLG에 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젠지는 1세트와 2세트에서 BLG에게 럼블, 자르반 4세, 오리아나, 자야, 레나타 등 최근 월드 챔피언십 메타에서 강력함을 뽐내는 챔피언들을 내준 후 이를 카운터하는 전략으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원활하게 경기를 펼치지 못하며 주도권 확보 및 교전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두 세트에서 드래곤을 전부 내주며 시종일관 상대에게 끌려 다녔고, 결국 패하고 말았다.

코너에 몰린 젠지는 이어진 3세트와 4세트에서 저력을 발휘했다. '도란' 최현준의 아트록스와 '쵸비' 정지훈의 요네, 아칼리가 BLG의 오리아나, 니코 등 스탠딩 메이지를 강력히 억제하며 경기를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었다. 더해 젠지의 강점인 뛰어난 교전 능력이 발휘되며 세트 스코어를 동률로 맞췄다.

하지만 젠지의 진격은 여기까지였다. 이어진 5세트에서 젠지는 잦은 실수를 범하며 BLG에게 기회를 내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BLG는 두 차례 내셔 남작 버프를 획득하며 경기의 주도권을 완벽히 잡았고, 경기 중반부터 시종일관 젠지를 압박했다. 결국 젠지는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며 상대적 약체 팀으로 여겨졌던 BLG에게 충격패를 당했다.

KT 롤스터, 中 최강 JDG 맞아 분전 끝 패배

KT 롤스터는 월드 챔피언십 8강전에서 국제 대회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팀이자 LPL 1번 시드인 JDG를 만나 맞대결을 펼쳤다.

KT는 당초 예측과는 다르게 월드 챔피언십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JDG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뽐냈다. 1세트에서 '비디디' 곽보성은 상대에게 메타 픽인 오리아나를 내주고 이를 아칼리로 카운터하는 전략을 꺼냈으며, 뛰어난 메카닉으로 완벽히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에이밍' 김하람 역시 아펠리오스로 멋진 활약을 펼치며 JDG에게 월드 챔피언십 첫 패를 안겼다.

이에 맞서는 JDG는 KT의 노림수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강팀의 면모를 뽐냈다. 특히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은 넓은 챔피언 폭을 기반으로 징크스, 시비르, 카이사 등 다양한 챔피언을 사용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KT는 JDG에게 2세트와 3세트를 내준 후, 4세트에서 경기 초반 크게 앞서가며 세트 스코어를 동률로 맞출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박재혁의 카이사가 내셔 남작을 두고 트리플 킬을 따내는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KT의 희망을 꺾었다. 결국 KT는 JDG에게 세트 스코어 1대3으로 패하며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T1, LCK 유일한 생존팀으로 준결승 진출

T1은 월드 챔피언십 8강전에서 LNG를 상대로 승리하며 준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특히 이날 펼쳐진 모든 경기에서 경기 초반부터 리드를 잡아 경기 끝까지 주도권을 잃지 않는 등 완벽한 경기를 펼쳐 LCK의 자존심을 세웠다.

T1은 1세트에서 '페이커' 이상혁의 오리아나가 미드 라인에서 주도권을 잡고 협곡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손쉬운 경기를 펼쳤다. 바텀 라인에서도 라인전을 승리하며 스노우볼이 빠르게 굴러갔고, 23분만에 화염 드래곤의 영혼을 획득했다. 특별한 위기 없이 킬 스코어 13대2로 압승을 거뒀다.

2세트에서는 T1의 경기 운영 능력과 인내심이 돋보였다. T1은 경기 초반 바텀 라인에서의 주도권을 바탕으로 스노우볼을 굴리는 조합을 선택했으나, 인게임에서는 쉽게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실낱 같은 리드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30분이 넘는 경기 시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고 오브젝트를 미끼로 LNG의 선수들을 낚은 결과 교전에서 대승을 거두며 넥서스를 파괴했다.

T1은 3세트에서 미드 라인과 바텀 듀오의 힘을 바탕으로 LNG가 하단에 힘을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탑 라인에서 '제우스' 최우제의 제이스가 경기를 편하게 풀어나가며 한 순간 상대 서포터 챔피언과 7레벨까지 차이를 내는 등 막대하게 성장했다. T1은 제이스의 파괴력을 기반으로 경기에서 승리하며 준결승전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편 젠지, KT 롤스터, 디플러스 기아 등 T1을 제외한 LCK 팀들이 모두 월드 챔피언십에서 탈락하며 이제 LCK는 T1에게 희망을 걸게 됐다. 특히 5년 만에 월드 챔피언십이 한국에서 열리는 가운데, T1마저 패배한다면 LCK는 안방에서 라이벌인 LPL 팀에게 트로피 세리머니를 허용할 위기에 놓였다.

T1은 오는 12일 JDG와 준결승전에 나선다. LCK 최고의 팀인 T1과 LPL 최고의 팀인 JDG, 두 팀의 대결은 사실상 미리 보는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이 될 전망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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