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민트로켓, 스팀 이어 닌텐도 스위치 인기 몰이 … 황재호 디렉터 등 소감 밝혀

왼쪽부터 민트로켓의 정기엽 아트 팀장, 황재호 디렉터, 우찬희 기획 팀장, 서보성 프로그래머 팀장.
왼쪽부터 민트로켓의 정기엽 아트 팀장, 황재호 디렉터, 우찬희 기획 팀장, 서보성 프로그래머 팀장.

넥슨의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이 최근 발매한 '데이브 더 다이버'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전 세계 각지에서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작품은 지난 6월 스팀을 통해 출시된 싱글 패키지 형식의 하이브리드 해양 어드벤처 게임이다. 출시 직후 스팀 유가게임 기준 글로벌 판매 1위를 차지한데 이어 지난 9월 스팀 판매량 200만장을 넘어섰다. 또 유저들의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비롯해 메타크리틱 평점 90점 등의 호평이 쏟아졌다.

이 가운데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통한 콘솔 플랫폼으로의 확대가 이뤄져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출시 하루 만에 닌텐도 e숍 베스트 셀러에 올랐으며 한국, 일본, 북미 등의 닌텐도 e숍 판매 랭킹 3위로 흥행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닌텐도 스위치 버전 발매 약 1주일이 지난 가운데 개발의 주역들이 모여 그간의 개발 소회와 앞으로의 각오를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황재호 디렉터, 우찬희 기획 팀장, 서보성 프로그래머 팀장, 정기엽 아트 팀장 등의 질의응답을 간추린 내용이다.

<일문일답> 

닌텐도 스위치 버전 개발 및 론칭 소감에 대해 밝힌다면.

황재호 디렉터 :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게 아쉽기도 하지만 계속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UI 가독성이나 최적화 측면에서도 신경을 썼다. '마리카' 부분에서 검수에 대한 걱정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그러웠다. 초반 대사와 관련해 닌텐도 측으로부터 지적이 들어오긴 했다. 

서보성 프로그래머 팀장 : 우리가 어떤 기능을 쓰겠다고 하면 닌텐도 측에서의 가이드라인이 자동으로 제시되고, 사전에 개발팀이 확인해 점검한 이후의 테스트 시나리오까지 준비돼 있다. 내부 QA를 거쳐 검수를 넣으면 닌텐도 측에서의 추가 보충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빠르게 피드백을 주기 때문에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존 PC에서 스위치로 전환 과정에서 아무래도 메모리 관리 측면이 가장 어려웠다. PC와 비교해 가용 메모리가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구성하고 사용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또 PC와 달리 스위치는 슬립 모드로 들어가 게임을 잠시 이탈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등의 메모리 리셋 구조가 있는 것도 큰 차이였다. 메모리 파편화 등의 부분에 대해 엔진 및 개발자 포털 질문과 자료 조사를 거쳐 준비를 했다.

황 디렉터 : 콘솔에서의 검수 과정은 업데이트 이후 버그 수정을 바로 할 수 없는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 기존과 달리 사전에 점검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내부 프로세스를 많이 변경해야 한다는 게 지금 고민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닌텐도 스위치 버전에 대한 반응 및 성과는 어떤지 궁금하다.

황 디렉터 : 스위치 플랫폼에서의 출시가 처음인 만큼 흥행을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마케팅을 최소화하는 기조에 패키지를 내지 않는 상황인 가운데 미국, 일본 모두 다운로드 상위권에 진입했다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저씨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으로, 마리오 옆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가운데 '수박'이 껴서 못했지만 승복한다.

우찬희 기획 팀장 : 작살 조작 등에서의 조작감이 아쉽다는 반응도 있는데, 스위치 자체에서 정교하게 조작하기가 살짝 불편한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이를 차차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반면 누워서 게임을 플레이 하거나 편안하게 여러 상황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만족시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게 됐다고 생각한다.

해양 탐사와 초밥집 운영이 조화를 이룬 하이브리드 장르가 호평을 받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황 디렉터 : 스팀이나 콘솔 게임 개발 경험이 없었고, 우리가 만드는 게 좋은 게임인가에 대한 확신이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방식은 엄청나게 테스트를 해보자였다. 테스트의 기준 등을 스파링처럼 생각하고 이를 소화하며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싱글 플레이 게임에서도 데모 및 얼리 액세스를 계속하면서 유저들이 우리의 코치라 생각하고 끊임없이 소통했다. 이런 과정들이 완성도를 담보하는 결과를 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기엽 아트 팀장 : 그래픽적으로는 2D와 3D를 조합 등에서의 레퍼런스가 많지 않았다. 또 현실에서의 어종을 기반으로 개발하다보니 당시에는 관련 자료들이 부족했고, 실제와 가상 간의 경계를 어떻게 구현하느냐도 어려운 부분이었다.

서 팀장 : 구성원 대부분이 모바일게임 개발 출신이다 보니 PC 및 콘솔에서의 조작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하느냐도 문제였다. 다양한 컨트롤러에 대한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그동안 많은 피드백을 받았을텐데 서로 상충되는 의견들에 대한 기준도 있었는지. 기억에 남는 피드백을 꼽는다면.

황 디렉터 : 게임의 코어라 생각하는 부분은 타협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게 재미없거나 싫다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다만 그 외 편의성 부분에 대해서는 유저 의견이 웬만하면 듣는 게 맞다고 봤다. 

우리가 하고 싶지 않은데 유저 의견을 반영한 것 중 하나로는 키 맵핑이 있다. 이를 지원하는 순간 여러 시스템과 많은 충돌이 발생할 것 같아서 안 하려고 했는데 스팀 커뮤니티 댓글이 500개가 달릴 정도로 요구가 많아서 진행하게 됐다. 또 버튼 연타 역시 고유의 게임성이라 생각했는데, 자동 버튼 연타에 대한 요청이 많아서 나중에 도입했다. 이 외에도 울트라 와이드 지원에 대한 목소리도 많이 있는데, 구조 상 어려워 죄송한 부분이다. 

미니 게임에 대한 반응도 뜨거운 편이다.

황 디렉터 : 일단 미니 게임 전집 같은 느낌이 되지 않도록 경계했다. 콘텐츠가 다양하게 많아 보이지만, 우리 기준으로는 굉장히 통일성을 갖춘 것이다. 또 어떤 캐릭터가 미니 게임을 소개하는가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썼다. 내부적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지만, 우리 게임에 맞지 않아 구현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앞으로의 유료 콘텐츠나 패키지 버전 판매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황 디렉터 : 우선 다양한 콘텐츠 업데이트 계획이 있다. 예상 외로 많은 사랑을 받은 가운데 유저가 원하지 않을 때까지는 계속 콘텐츠를 만드는 게 이에 대한 보답일 것 같다.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DLC)의 경우 계획을 밝히면 유저 기대가 높아지고, 우리도 그만큼의 볼륨을 채워야 하는 시간이 걸리고 의무감이 생기기 때문에 많은 고민들이 필요할 것 같다. 

현재는 콜라보레이션 측면을 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미 여러 제안이 들어왔고 우리가 원해서 접촉을 한 것도 있다. 이런 부분들은 머지 않은 시기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패키지 판매에 대해서도 많은 의견을 받고 있다. 우리도 패키지 실물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러나 시기는 미정이기 때문에 먼저 다운로드 버전으로 즐기고, 나중에 패키지가 출시되면 그대 한번 더 구매해주면 감사하겠다.

게임대상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는데. 그 외 시상식에 대한 소감도 궁금하다.

황 디렉터 : 밝음과 유머러스가 우리 게임이 조금 달리 보이는 강점인 것 같다. 욕심이 없다 그러면 거짓말이겠지만, 우리는 개발팀으로서 최고의 작품을 개발하는데 집중하려고 한다. 만약 우리의 손이 들렸을 때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모든 라운드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겠다는 생각이다. 올해는 워낙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죽어도 명예로운 죽음이 될 것 같아 다행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오디오 쪽에서 수상을 희망하고 있다. 육지와 물속에서의 사운드 각각에 대한 구현이 쉽지 않은 편이었다. 물고기가 몬스터처럼 소리를 내는 게 아니기 때문에 물속에서 어떻게 위압감 같은 것들을 전달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했다. 또 성우를 전혀 쓰지 않고 캐릭터 전달력이 좋은 부분들도 오디오 측면에서 열심히 한 부분이기 때문에 상을 받으면 명예로울 것 같다.

일각에선 넥슨의 인디 영역 침범이라는 시각도 있다.

황 디렉터 : 딱 잘라서 우리는 인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보다 훨씬 어려운 환경에서 적은 리소스로 고생하며 비전을 펼치는 분들이 인디라고 생각하고, 우리 모두 이들에게 엄청난 존경을 갖고 있다. 해외에서 인디 게임으로 노미네이트 되면서 논란이 됐지만, 주최 측에서 그렇게 보기도 했듯이 인디에 대한 여러 정의가 있는 것 같다.

넥슨에서의 전략적인 프로젝트와 비교해 지원을 줄이는 부분 대신 자율권을 받게 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고군분투하는 이들과 비교하면 훨씬 나은 환경에서 개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넥슨이 인디 시장을 잡아먹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 유저의 테이스트가 굉장히 다양지면서 기존 크고 느린 방식으로는 이를 모두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빅&인디가 아닌, 빅&리틀로서 특정 니즈에 대해 공략을 해보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일본에서의 코믹스 등의 사례 같이 IP 사업 전개 등에 대한 계획도 궁금하다. 

황 디렉터 : 무명의 IP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만화가 나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 나중에 단행본도 나올 예정이라 꼭 소장을 하고 싶다. 사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 대한 제안은 많이 들어오고 있다. 다만, 이를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지 경험이 없다. 그래도 인디와 달리 넥슨은 이에 대해 물어볼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에 조금씩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조금 더 사람들이 좋아한 다음에 진행해야 하는 게 아닌가하는 조금 조심스러운 편이었는데, 이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무단으로) 팔리고 있는 것을 보고 빨리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왼쪽부터 민트로켓의 정기엽 아트 팀장, 황재호 디렉터, 우찬희 기획 팀장, 서보성 프로그래머 팀장.
왼쪽부터 민트로켓의 정기엽 아트 팀장, 황재호 디렉터, 우찬희 기획 팀장, 서보성 프로그래머 팀장.

지금은 즐길 수 없는 넥슨 게임 관련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는데, 앞으로도 이런 요소들을 만나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황 디렉터 : 넥슨컴퓨터박물관에 전시된 '애니웨이'의 개발자가 우리 팀에 있는데, 두 캐릭터를 번갈아 가며 조작하는 것을 비롯해 서보성 팀장도 함께 개발한 '4개의 탑'에 대한 기억도 우리 게임에 담아냈다. 노골적으로 내놓은 것은 'M.O.E'밖에 없고, 나머지는 약간 세뇌하듯 군데군데 박아놓았다. 이제 더 이상은 몰래 하는 게 아니라서 넥슨의 잘 된 게임과도 콜라보도 해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블루아카이브'의 미식연구회 같은 것도 생각하고 있지만, 김용하 PD와는 개인적 친분이 없고 수줍어서 아직 이야기를 못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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