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공부하며 사고하는 고난의 직…문화지평 위한 최 선봉장임을 명심해야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16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8일 폐막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 등 총 190개의 메달을 획득, 중국, 일본에 이어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끈 종목은 단연 e스포츠 종목이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는 ‘리그 오브 레전트’ ‘배틀 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파이터 5’ 등 총 7개 종목으로 치러졌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등 30여 개국에서 476명의 선수단을 파견 하는 등 큰 관심을 나타내 주목을 끌었다.

낯선 이름의 e스포츠라는 용어가 세상에 등장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이같은 신조어가 만들어진 것은 20여년에 불과하다.

필자가 프로 게임리그, 또는 랜파티 란 이름으로 불려지던 게임 배틀전을 e스포츠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고 지면에 쓰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오프라인(제도권)에서의 거부감을 주지 않으면서도 스포츠 게임의 위용을 그대로 보여 줬으면 하는 바람 끝에 만들어진 용어였다.

다행스럽게도 갓 출범한 DJ 정부와 끊임없이 사고하는 장관들에 의해 이 용어는 안착되기 시작했다.

당시 신 낙균 문화부 장관(1998, 3.5~ 1999, 5.23)은 게임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이달의 우수게임 등 시상식이 있을 때 마다 그는 자리를 지켜줬는데, 어쩜 그렇게 산업을 꿰뚫고 있느냐고 할 만큼 게임에 대한 공부를 잊지 않았다. 신 장관이 어느날, 한자리에서 e스포츠란 단어를 언급하길래 어떻게 그 용어를 쓰느냐고 했더니, 가볍게 웃으면서 신문(당시 언론사로는 최초로 전자신문에서 e스포츠 섹션 면을 고정면으로 만들어 신문을 제작했다) 에서 보고 공부를 해 왔단다.

박 지원 장관(1999, 5.23~ 2000, 9.19)은 한술 더 떠가며 게임산업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고 다녔다. 그는 이미 열공 수준이 아니라 전문가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모처에서 그는 이런 얘기를 하기도 했다. “ 장관이 관심을 보이면 산업이 움직이게 돼 있다. 그래서 부지런하게 다니려 한다. 게임산업은 우리 미래의 먹거리 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e스포츠 용어를 아낌없이 차용해 정부 문서 등에 쓰기 시작했다.

그렇다. 장관은 주무부처의 수장이다. 장관의 안목과 역량에 따라 산업이 꿈틀대기도 하고 용솟음치기도 한다. 반면 그렇지 못할 경우 가히 사경을 헤매는 상황을 연출해 내기도 한다.

사실, K 장관의 발탁은 다소 의외였다. 부처 내에서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사라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대중적으론 유명 인사였다. 명문대 출신에다 논리 정연한 그의 언변은 대중 문화를 잘 아는 그에게 문화 장관은 제격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의 부임은 게임계엔 악몽이 됐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터져 나왔고, 게임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게임계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야당은 K 장관에 대한 인책론을 들고 나왔다.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K 장관 입장으로선 상당히 억울할 수 밖에 없었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K장관의 역할은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태 수습과정은 지켜보는 사람들이 불편하다고 할 만큼 아주 어리숙하기만 했다. 결국 이로 말미암아 게임산업은 수년간의 퇴행의 길을 감수해야만 했고 수모를 감내해야만 했다.

유 인촌 장관이 최근 윤 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탤런트 출신이자 대중 문화계 인사로 분류되는 그가 또다시 발탁된 것이다. 더군다나 그의 문화장관 임명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이 명박 정부 시절, 최 장수 장관 직(2008년, 2.29~2011, 1.26)을 역임했고, 재임 기간에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 해서 문화계로부터 거센 비난과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이들에게 보란 듯이 컴백했다. 그는 이번 장관 청문회에서 문화계 일각의 시선을 의식한 듯, 블랙리스트 작성에 대해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없고 앞으로도 있어선 안된다는 입장을 밝혀 관심을 모았다.

그러면서 문화산업계에 대한 정책 방향을 밝히기도 했는데, 그는 정부 주도의 진흥보다는 업계자율에 의한 산업 진흥을 강조했다. 하지만 문화 산업계는 총론적 방향은 맞는데 각론에 있어선 어떨지 모르겠다는 다소 냉랭한 반응이다.

게임산업계 역시 유 장관의 재 등용에 대해 이렇다할 논평을 내지 않고 있다. 단지 그의 지론 대로 업계 자율이 최우선 가치로 이뤄지는 문화 행정이 이뤄졌으면 하는 기대감을 나타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 근혜 정부의 첫 문화 장관에 기용된 유 진룡 장관 (2013, 3.11~2014,7.16)은 정부의 역할을 항시 산업계 뒤로 두려는 모습을 보여줬다. 산업계가 열심히 하다가 지쳐 보이면 뒤에서 밀어주는 것이 정부의 몫이고, 길을 가다가 조금 방향을 헤매거나 잃게 되면 이를 뒤에서 바로 잡아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드러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고, 문화계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는 일은 하지 않았다. 문화 장관 역대 최고의 테크노 크라트로 불리는 이유다.

유 인촌 장관의 두 번째 지휘 체계를 지켜보고자 한다. 문화부를 들여다 보면 할 일이 태산이다. 먼저 인사부터가 난제다. 또 산업계의 과제 역시 수두룩하다 할 정도다.

과연 유 장관이 어떤 행정가적 면모를 보여줄지 관심거리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MBC-TV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나오는 김 회장 댁 둘째 아들로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의 이력이 나쁘지 않다. 그 함량에서 결코 줄어 들지 않았음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 장관은 단순 행정가로서의 모습 뿐 아니라 문화의 기록을 남기는 자리 임을 잊지 않았음 한다는 것이다.

언필칭, 문화를 둘로 나눠선 절대로 안된다. 그냥 흘러가는 것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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