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왔다. 국감은 국민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리는 의정 활동이다. 그 때문인지 국감장에서 보여지는 의원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하다 못해 너무 앞서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말도 많이 만들어 내고 탈도 자주 빚어진다.

올해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채택한 게임계의 주요 인사는 당초 예상보다 크게 밑돌았다는 평가다.

논란이 될 만한 뚜렷한 이슈가 없었고,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른 현안 또한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게임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든 때문인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점 외는 국회에서 다뤄야 할 게임 핵심 의제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증인 채택에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란 게 국회 안팎의 시선이다. 

그 같은 이유에선지 올해 국감 증인으로는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과 허진영 펄어비스 대표만이 여야 합의에 의해 채택됐다.

여기서 강 회장에 대한 증인 채택은 그가 업계를 대표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그럴 수 있다고 하겠지만, 허 진영 대표의 경우 게임 창작자의 노동 환경 관련 문제로 국감 증인으로 불려 나간다는 것은 다소 납득키 어렵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펄어비스의 근로 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으나, 다른 한편에선 펄어비스의 높은 임금 수준에 비하면  근로 환경이 그렇게 여타 게임업체에 비해 크게 버겁다 할 수 없다는 주장도 없지 않다.

또 상대적으로 높은 펄어비스 직원들의 이직률에 대해서도  펄어비스의 입장과 알려진 노동계의 입장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펄어비스 대표의 증인 채택은 조금 앞서 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임계의 업력을 일단 차치 하더라도, 게임계의 위상을 놓고 비춰보면 펄어비스는 이제 겨우 업계에서 미들맨에 불과한  청년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런 청년기업의 대표를 국감장으로 부르는 것은 한마디로 과유불급한 일이다. 더군다나 국감증인으로 불려 나가면 거의 질타 수준의 수모를 겪게 된다는 경험자들의 증언으로 기업인들은 하나같이 국감 증인으로 나가는 일을 꺼려한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 청년 기업 대표를 부른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국감장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한다. 수감 기관 및 증인들에 대한 망신주기 보다는 정확한 문제점 파악과 지적을 통한 현안 해결에 역점을 두는, 보다 성숙된  의정 활동상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국정 감사도 그렇지만 최근 국회에서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어 주목을 끌고있다. 

유 장관 후보자는 이 명박 정부 시절, 오랜 기간 문화 장관을 역임한 탤런트 출신의 정치인이다. 그는 또 그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문화계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그의 컴백에 대해 여러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유 장관 후보자의 문화 철학과 정책적 안목이다.

그가 이 명박 정부시절, 문화장관으로서 장기 재임하던 시기, 문화계가 평온했다고 할 수 없다. 산업 역시 뚜렷한 변화를 꾀했다고 할 수 없다. 일각에선 이에 대해 그의 정책적 안목에 대한 무지를 지적하기도 했으나, 그 분야까지 손을 뻗칠 수 없었던 그의 공감 한계를 언급하는 게 더 맞다 할 것이다. 

또 한가지는 역대 대중 문화 인사 출신 장관 가운데,  문화 진흥과 문화 산업화를 꾀한 인물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위축되고 축소되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 문민 정부 시절 이후 지금까지 문화계 출신 장관은 약 5~6명에 이른다. 하지만 하나같이 산업계에 악수만 뒀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유 장관 후보자는 지난 5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부 주도 현행 게임물 심의 제도와 관련해 업계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후보자는 또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과 게임의 관련성에 대한 질의에 대해서도 "문화부는 게임을 진흥하는 게 주목적이다. 게임중독이 되지 않도록 방지책을 마련하고 교육하는 등 모니터링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이 발언에 앞으로 전개될 게임 산업 정책 방향이 모두 함축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겠다. 문화부가 게임을 규제하는 부처가 아닌 진흥책을 마련하는 부처임을 알고 있다는 것과 규제보다는 업계 자율을 통해 산업을 진흥시키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뜻을 밝힌 것이다. 

2023년 10월 대한민국 게임산업계의 현주소를 살펴보면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은 위태롭고 수출전선은 악화되고 있다. 규제는 더 심해지고 있고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은 사행이란 이름으로 내 몰리고 있다.

유 장관 후보자가 과연 어떤 처방전을 내놓을 것인지 궁금하다. 이번 기회에 그의 문화장관으로서의 자질과 면면을 자세히 살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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