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행령 개정안 통해 게임위에 업무 이관…업계 자율 무시한 채 강성 기조로

확률형 아이템 운용에 따른 전반적인 관리 업무를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전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위해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내년도 소요 예산 16억 9000만 원을 우선 배정키로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이 업무를 게임위가 떠맡게 됨으로써 민간 자율이란 시대적 흐름을 또 다시 역행하게 됐다.

게임위는 특히 이를 계기로 등급 심의 뿐 아니라 업계의 사업 비즈니스 내용까지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는 막강한 위치에 서게 됐으며, 상황에 따라 절대 문화 권력으로 자리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 때문인지, 업계에서는 하필이면 왜 또 게임위인가 하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정부의 선택지는 사실상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이를 위한 새 기관 설립도 마땅치 않았다. 예산 확보 문제도 그렇지만,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 관리를 위해 정부가 팔을 걷어붙이는, 그런 생뚱맞은 모양새는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여진다.

또 최근 잇단 비리사태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게임위에 이같은 ‘막중한’ 업무를 전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놓고 상당히 고민했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정부는 그 길 외는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게임위의 덩치는 상당히 커질 전망이다. 전담 인원으로 20여명이 추가로 투입되고, 조직도 사전 조사 업무와 사후 관리 업무로 나눠 관리 되기 때문에 적어도 2개 팀 이상이 새로운 조직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MMORPG 게임의 역사와 거의 맥을 같이한다. 업계가 게임 아이템 판매에 이어 수익 제고 차원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쯤이다. 문제는 이 것이 사행 쪽으로 너무 흘러 들어감으로써 사달이 된 것이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이라고 했으면 그 확률이란 걸 정확히 명시하고 지켰어야 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확률 뿐 아니라 규정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음으로써 유저들의  비난을 사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기계적인 실수가 많았다는 입장이지만, 유저들은 허위이자 팬들을 기망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끝내는 이 문제가 정치권에 까지 비화됐고, 정부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안타까운 마음은 게임계가 늘 그리 해 왔던 것처럼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고 있는 점이다. 이는 사안의 경중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 채 갈팡질팡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순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하는 행위는, 행위 주체는 동일하지만 단순 아이템과는 달리 확률형 아이템 판매는 많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신경을 써야 했다. 더욱이 확률형 아이템은 판매자의 구매 자극이 더 크기 때문에 결과물에 따른 책임 역시 판매자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컸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의 경우 그래서 기기에 터질 확률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거나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가차 없이 징계가 내려진다. 만의 하나, 약속된 확률을 어기거나 조작할 경우 그대로 시장에서 퇴출된다. 문제의 본질을 해소하기 위함도 그 것이지만 시장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업계의 절박함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필자는 지금도 이 문제를 놓고 재론을 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위의 업무는 중장기적으로 민간에 이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 것이 어렵다면 업무 분장 재조정을 통해 더 슬림화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부의 산하기관이 비대해질 경우 재정 지원의 논란만 야기할 뿐이다.

그런데, 막말로 게임계의 비즈니스 모델을 감시하기 위해 무려 20억 원에 가까운 국민의 혈세를 해마다 가져다 쓴다면 누가 좋다 하겠는가. 하지만 이를 다시 말하면 확률형 아이템의 본질을 정부가 사행으로 보고 있다는 뜻인데 , 이같은 정부의 판단에 대해 업계로서는 매우 불편하게 여길 게 분명하다.

고단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한다. 확률형 아이템의 파행을 바로 잡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은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확률형 아이템은 문제가 있다는 정부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파리를 잡기위해 조자룡의 헌 칼을 쓰는 격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파행과 그에 따른 잡음이 정치권에 까지 미치면서 정부의 조치가 너무 예상 수위를 넘긴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왜냐하면  그 길이 아닌 것 같아서 하는 소리다.

자율보다 더 큰 규제의 무기는 없다. 지금 정부가 추진 중인 일련의 조치들은 또 다른 형태의 제도권의 규제일 뿐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그 길은 문화 후진국으로 가는 지름 길이라고 생각한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 co. 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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