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해제에도 웃지 못하는 한국게임…중국 손절한 K콘텐츠와 배터리는 '승승장구'

중국이 사실상 한한령을 풀었다. 중국 문화여유부는 지난 달 10일 홈페이지에 올린 중국 국민의 해외 여행 관련 3번째 통지를 통해 한국 미국 일본 등 87개국에 대한 자국민의 단체여행을 전격 허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017년 3월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 단체여행 금지 등 한한령을 발동한지, 무려 6년 5개월 만의 일이다.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사실상 전면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항공‧호텔‧면세 업계는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유커’로 불리는 중국 단체관광객은 한때 연 800만 명을 넘기며 전체 방한 관광객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이들의 씀씀이는 다른 여행객들에 비해 매우 커 매출에 큰 도움을 줬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는 한한령 해제가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여행 및 항공 업계는 뜻밖에 찾아 온 특수를 놓칠새라 그 어느때보다 분주한 모습이다. 중추절·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앞두고 중국 관광객의 한국행이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보여서다. 면세 업계도 반색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중 ‘실적 절벽’을 경험한 면세업계는 ‘큰 손’인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귀환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이들 못지 않게 한한령 해제를 오매불망 손꼽아 기다려온 곳이 있다. 바로 게임업계다. 게임업계는 지난 수년 동안 중국 진출 재개를 위해 정부가 힘을 써달라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 만큼 중국 시장 진출이 절박했던 것처럼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중국 게임 시장은 단체관광 금지 해제 보다 한 발 앞서 열렸다. 중국 정부가 지난 해 1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의 주요 인기작을 포함한 12개 작품에 대한 외자 판호를 무더기로 발급해줬다. 이를 지켜 본 게임 업계는 중국 시장 진출 장벽이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향후 더욱 많은 게임들이 판호를 받으며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측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질 때 마다 특정 업체만이 아닌 산업전반의 호재로 부각되며 다수의 게임주들이 상승 마감했다. 

하지만 중국발 호재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중국 시장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중국이 단체관광객에 앞서 게임에 대해 빗장을 열어준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실제로 현지 서비스에 나선 한국 게임들이 예상 밖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둔 서브컬처 장르의 작품 마저도 중국에서 그곳 MZ세대들의 손절로 인해 맥을 못추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게임 시장을 보유한 중국의 시장 파이에만 눈독을 들였지, 그 파이를 빼앗아 먹을 전략을 세워놓지 않고 무작정 시장에 진입한 결과다.

지금의 중국 게임 시장은 10여 년 전 한국 게임들이 쥐락펴락했던 그때의 그 시장이 아니다. 현재 중국에는 한국 게임 투자시장의 큰 손으로 꼽히는 텐센트를 비롯해 기라성 같은 대형 게임업체들이 길목을 막고 있다. 그만큼 중국 게임시장의 마켓 경쟁이 과거보다 훨씬 치열해 지고 험해졌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중국 게임업체들의 작품 개발력도 과거와 다르게 크게 성장했다. 몇몇 장르의 경우 중국 게임업체들이 한국에 더 앞선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의 철저한 자기 반성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게임업체들이 중국의 한한령 규제로 큰 시장을 잃었다며 비탄에 잠겨있는 동안에도, 코로나19 특수에 취해 축배를 들고 있는 동안에도 다른 콘텐츠 업체들이 어떤 행보를 보였는 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그들은 미련없이 중국을 지우고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중국이 아닌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다시 한 번 한류 붐을 이끌고 있다. K팝과 K드라마, K웹툰 등은 중국 업체들이 결코 근접할 수 없는 ‘초격차’의 글로벌 위상을 뽐내고 있다.  

중국을 과감히 손절한 곳은 이들 뿐 만이 아니다. 요즘 국내 주식시장을 이끌고 있는 이차전지 등 배터리업계는 보조금 제외 정책 등 중국 정부의 억지와 방해로 인해 일찍부터 중국 시장 진출의 길이 막혀왔다. 하지만 이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지속적인 투자와 기술개발, 그리고 글로벌 시장 개척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배터리와 게임업계는 닮은 점이 적지 않다. 오랫동안 중국의 견제를 받아왔고, 절대 강자인 골리앗(텐센트와 CATL)과 싸우고 있으며, 코스닥 황제주(엔씨소프트와 에코프로)를 배출했다는 점들이 그렇다. 그러나 한한령과 팬데믹 기간을 거쳐오면서 두 업계는 현재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기업가치의 상승과 하락을 떠나 한쪽은 중국을 떠나 새로운 길을 걷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여전히 그곳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이 내다본 이차전지를 포함한 배터리업계의 미래는 매우 긍정적이다. 중국과의 힘겨운 싸움 속에서도 해마다 성장해 향후 반도체와 함께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핵심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한한령 해제에 들떠 여전히 중국만 바라보고 있는 게임업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 지 자못 궁금해진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