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이 국내에서 뜨거운 이슈다. 한 청년이 신림역 부근의 골목에서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20~30대 남성 1명을 사망케 하고, 3명에게 상해를 입힌 사건이다.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은 뜻밖에도 '게임'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며 사건의 본질과는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사건을 조사한 검찰 측이 피의자의 스마트폰을 조사한 결과, 최근 8개월간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게임 관련 동영상 채널을 주로 시청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이를 바탕으로 검찰은 "피의자가 '게임 중독'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게임으로 인해 피의자가 범행을 저질렀다는 것은 언급할 가치도 없는 사안이다. 게임과 범죄 행위가 관련성이 없다는 것은 그동안의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입증한다. 시대 착오적인 이야기다.

이보다 더 큰 문제인 것은 피의자를 두고 어느 곳이던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을 무분별하게 사용한다는 것이다. '게임 중독'은 게임이 마치 마약, 또는 알코올과 같이 중독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듯한 표현이다. 또한 '게임을 이용한다'는 행위가 마치 도박과 같이 행위중독의 원인이 된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게임이 정신보건의학상 중독의 원인으로 명확히 작용한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형태의 규명은 되지 않았다. 어떤 현상이 중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행위를 할수록 생기는 내성과, 중단했을 때 발생하는 금단현상이 동반돼야 한다. 이는 아직 의학적 근거가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

현행 청소년 보호법 조문은 '인터넷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을 '인터넷 게임 중독·과몰입'으로 표현하도록 과거 개정됐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게임 중독'이라는 조문을 완전히 삭제하고 '게임 과몰입'으로 일원화하는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은 "생체가 독성을 가진 물질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경우 등에 주로 사용되는 용어로 게임을 수식하기에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해당 표현은 일시적인 게임 과몰입 청소년에게 부정적 낙인효과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개정안을 발의한 취지를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신림역 흉기 난동 사건에 의견서를 내고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은 법적, 행정적, 의료적으로 명확히 정의된 개념이 아니므로 용어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게임 이용과 범죄 사이에는 과학적으로 상관 관계가 없다며 검찰의 의견에 반박했다.

앞선 사례들로 미뤄봐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은 일상적으로 쉽게 사용돼서는 안 되는 표현이다.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내용을 이유로 게임과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낙인을 찍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너무도 대수롭지 않게 게임을 중독 물질로 표현한다. 심지어 검찰과 같은 행정 기관에서조차 '게임 중독'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지난 2011년에는 법안에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을 명시한 '강제적 셧다운제'가 제정됐다. 또한 지난 2013년에는 게임을 알코올과 마약, 도박 등과 함께 중독성이 강한 이른바 '4대 중독물'로 규정해야 한다는 법안까지 발의된 바 있다. 게임은 오랜 시간 꾸준히 천덕꾸러기 신세로 비난을 받았다. 게임에 수십년간 쌓인 부정적인 인식은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까지 왔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고치기 위해서는 우선 모두가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부터 지양해야 한다.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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