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떡하면 게임이 폭력 범죄 주범으로…사회적ㆍ과학적 근거도 없이 오로지 마녀 사냥만

최근 사회면 톱 자리를 장식하고 있는 핵심 키워드는 흉기 난동 사건이다. 실제로 이런 일들이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모방범죄와 익명 협박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러다가 선량한 시민 조차 길거리에서 괜한 오해를 사지 않을까 싶고, 다른 한편으론 이들 협박범들에 맞서 무장을 하고 다니든지, 아니면 방어용 패션을 착용하고 다녀야 하는 게 아닌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최근 빚어진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피의자 조 모 씨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모두 죽이고 싶다며 마구 흉기를 휘둘렀다. 대 낮 도로 주변 에서다. 이로인해 1명이 사망하고 여러 명이 중상을 입거나 다쳤다. 그는 경찰에서 살고 싶지 않았고, 자신 처지와 다르게 행복하게 사는 이들을 죽이고 싶었다고 했다 한다.

그리고 조금 이따가 나온 얘기가 조 모씨가 게임에 푹 빠져 있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마치 게임을 흉내내듯 흉기를 집어들어 마구 휘두를 수 있었다는 게 경찰과 검찰 주변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현실과 괴리된 게임중독 상태에서 불만과 좌절의 감정이 이같은 흉악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 모씨는 게임 중독에 의한 범죄자란 뜻인데, 사실 그의 주변을 살펴보면 그렇게 단정 짓기엔 여러 부정적인 요인들이 적지 않다. 특히 그의 불우한 성장 과정과 최근의 그의 행적을 들여다 보면 사회로부터 고립되거나 버려진 흔적이 더 많다. 게임의 부정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는 폭력성이다. 게임계도 이같은 게임 폭력성에 대한 최소화 방안을 놓고 늘 고민하고 장고 중이다. 그러나 게임이 그렇기 때문에 폭력적이고 흉포한 사람을 양산한다는 식의 주장은 아주 비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2007년 4월 18일 미국 버지니아 주 블랙스버그에 있는 버지니아 공과대학은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명문대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광란에 가까운 총기 난동 사건이 빚어졌다. 이 사건으로 인해 무려 32명의 대학생이 숨지고 20여명의 학생들이 부상을 입었다. 미국 대학 사상 초유의 총기 난동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 사건의 주범은 다름아닌 한국인 유학생 조승희였다. 그는 마치 게임에서 나올 법한 복장을 한 채로 교내를 활보하며 총기를 마구 휘둘렀다.

경찰에 의해 제압당한 조승희는 23살의 영문과 재학생이었다. 그에 대해 언론에서는 유명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빠져든, 지독한 게임 중독자라며 몰아 세웠지만, 미 FBI에서는 그 게임 뿐 아니라, 게임과는 아주 무관한, 사회에서 고립된 은둔형 외톨이였을 뿐이라며 조 승희와 게임과의 상관 관계를 부정했다.

비상식적인 사회 범죄가 터져 나올 때 마다 단골 메뉴처럼 오르 내리는 게임중독의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만의 얘기가 아니다. 이 때문인지 세계 보건기구(WHO) 역시 논란 속에서도 게임 중독에 대한 국가 코드 도입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나 과학적, 의학적인 근거도 없이 추진되고 있는 이같은 WHO의 계획에 대해 각국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WHO가 한건 주의에 빠져 있으며, WHO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에 잘 보이기 위해 이같은 계획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 나라 가운데 하나로 오해받는 국가는 중국이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중국 당국이 게임 규제 만큼은 어느 경쟁 국가보다 더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당국은 이에 앞서  2021년 PC 온라인 게임에 대한 규제 조치를 단행,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청소년들의 휴대폰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사용시간 제한’이라는 카드를 다시 내놓은 것이다. 당연히 사회적 합의나 논의는 없었다. 어쨌든 중국 당국은 앞뒤 좌우를 저울질 하지 않고 이를 강하게 밀고 나갈 전망이다.

다행스럽게도 경찰과 검찰에 의해 제기된 흉기난동 사건의 주된 배경으로 꼽혀온 범인의 게임중독에 대한 의구심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듯한 모습이다.

검찰 측 안팎의 얘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범죄 학자들의 부정적인 견해가 크게 작용했다. 이렇게 되자 엉뚱하게도 체제의 우월성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예컨대 조승희 사건의 경우 미국이니까 사건의 본질을 흐리지 않은 그런 결과가 나왔지 그렇지 않았다면 달랐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같은 논란은 중국 당국의 황당한 게임규제 조치에 대한 반감이 작용, 증폭된 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시진핑 체제 이후 중국 당국이 오해 받을 수 있는 정책들을 많이 쏟아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최근 개봉된 외화 ‘존윅 4’는 주인공 존 윅이 사망하면서 사실상의 시리즈 종료를 선언했다. 어마어마한 사상자를 내면서 끝내는 결투의 마지막 신에 돌입한 존 윅의 액션은 가히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는 그의 탁월한 총 솜씨가 예술이 아니라 끔찍한 폭력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버랩된 장면은 바로 흉기 난동 사건이었다.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을 두고 일각에선 마치 쪽집게 집듯 게임중독이란 단어를 화두로 내 던졌다. 그렇다면 게임이 사라지면 저런 흉포한 사건들이 지구상에서 퇴출되는 것인가. 

게임계가 참으로 만만해 보이는 것 같다. 이 조차 남탓으로 돌리긴 뭐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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