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결과서 "FPS 게임 하듯 범죄 실행" 서술 … 반복되는 '게임탓'

검찰이 신림동 흉기 범죄자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게임을 원인으로 지목, 범행과의 연관성을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11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전담수사팀(팀장 김수민 형사3부장)은 '신림동 흉기난동 살인 사건' 피고인 조선을 살인, 살인미수, 절도, 사기 및 모욕죄로 구속 기소했다.

수사팀은 조씨가 사전 증거인멸 및 범행도구 준비 등을 통해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 '게임 중독' 상태에서 불특정 다수를 살해 시도"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또 진술 및 휴대전화 포렌식, 인터넷 검색내역 등을 종합한 결과 조씨가 최근 8개월 간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을 하거나 게임 관련 동영상 채널을 시청했다며 '게임 중독' 상태임을 확인했다는 게 수사팀의 입장이다.

수사팀은 조씨가 FPS 게임에 빠져 있었다는 것과 타인을 공격해 살해하는 내용의 게임 영상을 장시간 시청한 것, 범행 당일 아침에도 휴대전화로 게임 동영상을 시청한 것 등을 열거하며 '게임 중독' 상태를 부연했다.

또 "마치 1인칭 슈팅 게임을 하듯 잔혹하게 범죄를 실행"했다며 게임과 범행 간의 연결성을 서술했다.

심리분석 결과, 조씨는 대학, 취업, 결혼 등의 실패로 인한 좌절감, 자신의 처지에 대한 열등감, 사회적 소외 등으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매일 게임, 동영상 시청, 인터넷 커뮤니티 댓글 작성에 몰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게시한 글과 관련해 모욕죄로 고소돼 경찰로부터 출석요구를 받자 열등감, 좌절감이 적개심과 분노로 변해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다고 수사팀은 발표했다.

수사팀은 "무직 상태의 장기화에 따라 자기불행감이 증가하고 자극적인 게임에 몰두하는 자기 고립 상태에서 경찰 소환, 취업문제가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해 분노감을 타인과 사회에 전가시키고 폭력적인 공상이 활성화돼 불특정 다수를 향한 급작스런 분노 폭발 행위가 발현"됐다고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 같은 수사팀의 분석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범행의 원인이 게임 때문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게임중독'을 지목하며 책임 없이 타깃을 돌리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게임을 통한 '중독'에 대한 개념은 의학적으로 반박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비상식적인 사건에 대한 게임탓은 이제 설득을 통한 공감보다는 조롱거리로서 '밈'이 되는 분위기다.

이제는 최신 연구결과도 제시되는 중이다. 지난 5월 스탠포드 대학 브레인스톰 연구소는 82개 의학 연구 논문을 종합한 결과 게임 때문에 폭력성이 증가하는 등의 인과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 이후로 모방 범죄 및 예고가 잇따르며 공포심이 커진 가운데 이 같은 수사결과가 끼칠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임업계를 향한 부정적 인식을 키우며 이에 따른 피해 역시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또 이 같은 게임업계 피해뿐만 아니라 심각한 사건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며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편의적인 '게임탓'이 더 이상 반복되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