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 대 혼란 차단 ... 이젠 적극적인 진흥 인프라 구축에 힘쓸 때

암호화폐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였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랩스의 소송전이 사실상 일단락 됐다. 뉴욕지방법원이 리플랩스의 손을 들어주면서 30여개월 소요된 송사가 마무리 됐다.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던 SEC의 체면이 구겨졌음은 말 할 것도 없으며, 이 소송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암호화폐의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판결 직후 코인베이스를 비롯해 바이낸스US와 켄슬러 등은 리플 코인을 재상장 했으며, 리플의 글로벌 거래량은 하루에만 140억 달러에 이르렀다. 물론 가격도 급등했다. 소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몇몇은 리플의 지속적 상승을 낙관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들도 반사이익을 누렸다. 실제로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에서는 24시간 리플 거래액이 26억 달러를 상회했다. 이는 해당일 전 세계 리플 거래량의 18.76%로 바이낸스를 넘어선 1위에 해당하는 거래 금액이다. 빗썸을 비롯한 국내 5대 원화 거래소를 모두 합친다면 금액 규모는 더 커진다. 우리나라 암호화폐 시장의 잠재력이 만만치 않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다.

리플의 승소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만의하나, 리플이 패소했다면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은 대 혼란에 빠졌을 게 분명하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증권의 범주에 속하게 되고, 최악의 경우 대다수의 알트코인은 거래 중지라는 비극적인 상황에 놓일 수 있었던 것이다.

SEC에서 판결 결과에 대해 반박하는 등  항소 여부를 놓고 고민하는 와중에 소송 담당 치안 판사인 사라 넷번은 SEC와 리플랩스에 대해 상호 합의를 명령했다. 강제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보니 SEC도 따르지 않을 수 없게 됐으며, SEC의 항소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SEC가 항소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야 하지만 이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매파로 분류되는 게리 겐슬러 위원장이 언제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의 여부도 변수다. 공식적인 임기는 2026년까지이지만, SEC 위원장의 평균 임기가 3년여 였던 것을 감안하면 항소 기간 중 위원장 교체라는 악재를 맞을 수도 있다. 이래저래 SEC의 입장만 난처해지고 있는 판세다. 

최근 디폴트 위기를 넘긴 미국의 경제 상황과, 재정적 압박을 받고 있는 SEC의 내부사정을 고려한다면 리플랩스와 합의하는 것이 효과적인 선택이라고 보여진다. 리플랩스가 기관투자가에 판매한 물량은 증권이라는 판결이 있었으므로, 일정 금액의 벌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끝을 맺는 것이 최선이다. 웬만한 수준의 벌금은 리플랩스에는 큰 부담이 아니다.

이번 소송전 결과를 계기로 암호화폐에 대한 각국 정부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무리한 압박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힘으로 누르고 압박하는 것보다는 다소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고 힘을 보태주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순수하게 국내 유저들만 이용하는 업비트가 리플 거래량 1위를 기록한 것만 보아도 국내 암호화폐 시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재력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최근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투자자 보호라는 측면에서 당연한 결정이다. 하지만 규제가 있다면 진흥책도 함께 따라야 한다. 규제만으로는 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음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블록체인 산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2020년 6월에 확정된 1,133억 원 규모의 예타사업 이외 별다른 것이 없다. 대부분의 예타사업이 조 단위 금액인 것을 감안하면 참 민망한 규모지만, 그것 말고는 눈에 띄는 지원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부문에서 우리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적극적인 진흥 인프라가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기업들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어야 한다. 무서운 회초리에 길들여진 블록체인 업계는 정부의 서슬 퍼런 조치에 숨을 죽이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따뜻한 격려와 지원이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더이상 주저할 일이 아니다. 이젠 정부의 사고의 전단(專斷)을 바꿀 때도 됐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