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임산업 상반기 결산 / 온라인 · 모바일 · 콘솔

2023년 상반기는 각 게임업체가 코로나 팬더믹의 영향으로 미처 개발을 완료하지 못했던 대작 타이틀을 선보이는 시간이었다. 온라인과 모바일, 콘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에서 뛰어난 퀄리티를 지닌 게임들이 출시되며, 게이머들은 어떤 게임을 해야 할지 망설여지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특히 국내에서는 PC 및 온라인, 그리고 모바일을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대작 MMORPG가 큰 인기를 모았다.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 넥슨의 '프라시아 전기',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 등의 대작이 다수 출시되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시리즈의 아성을 위협했다. 또한 장르적으로 MMORPG가 강세를 보이며 기존 출시작도 덩달아 부각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콘솔에서도 눈에 띄는 신작들이 다수 등장했다. 닌텐도의 대작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을 필두로 퍼스트 파티와 서드 파티를 가리지 않고 다수의 대작 타이틀이 글로벌 게이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한편 닌텐도가 '닌텐도 스위치'의 황혼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5'가 급격히 세를 불리고 있어, 두 콘솔 제조사의 향후가 기대되고 있다.

한편, 국내 게임업체들은 다소 과포화 현상을 보이는 한국 게임 시장을 넘어 글로벌 게임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외자 판호 발급을 시작으로 중국을 향한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 중동 등의 신흥 게임시장으로 새롭게 진출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좌)', 넥슨 '프라시아 전기(우)'.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좌)', 넥슨 '프라시아 전기(우)'.

대작 MMORPG 집결 … 앱 마켓 매출 순위 혼돈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3월 신작 멀티플랫폼 게임 '아키에이지 워'로 모바일 게임 순위 경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 작품은 글로벌 2000만명의 플레이어를 보유한 흥행작 '아키에이지' 판권(IP)을 활용한 MMORPG다. 모험과 생활 콘텐츠가 중심인 원작과 달리 속도감 넘치는 전투와 대규모 전쟁 콘텐츠를 중심으로 내세웠다. 특히 현존 MMORPG 장르 게임 중 최고 수준의 전투 속도감을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아 이목을 모았다.

넥슨은 곧바로 같은 달 신작 '프라시아 전기'를 출시하며 MMORPG 붐업을 일으켰다. 이 작품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성전' 콘텐츠를 목표로 대규모 PvP의 장벽을 낮췄으며, 누구나 '결사'에 참여해 결사원들과 함께 거점을 점령하고 성장시키며 다양한 재미를 즐길 수 있다. 넥슨이 오랜만에 선보이는 오리지널 IP의 작품이지만, 몰입감 높은 스토리텔링과 연출로 출시 100일 만에 많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위메이드가 지난 4월 선보인 '나이트 크로우'는 MMORPG 강세에 날개를 달았다. 언리얼 엔진5 기반 극사실적 그래픽으로 구현된 그래픽과, 플레이어 스스로 선택한 직업을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MMORPG의 본질적인 재미를 통해 많은 팬들을 불러 모았다.

아키에이지 워는 출시 후 매출에서 애플 앱스토어 1위, 구글 플레이 2위를 각각 기록했다. 프라시아 전기 또한 앱 마켓 매출 최상단에 위치하며 저력을 보였다. 특히 순위로 측정되지 않는 온라인 플랫폼 매출이 모바일 앱 마켓 매출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실제 팬들의 충성도와 수익은 더 높다.

나이트 크로우는 출시 2주만에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양대 마켓 매출 1위를 석권하는 등 올해 출시된 모바일 MMORPG 가운데 가장 뜨거운 작품으로 거듭났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 시리즈의 장기 집권을 끝내고 이들과 경쟁하며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작 MMORPG의 출현에 매출 상위권을 독점했던 모바일 '리니지M' 형제의 위세도 다소 위축됐다. 상반기 중 '리니지W'와 '리니지2M'은 한때 10위권까지 매출 순위가 추락했다.

하반기에도 앱 마켓 순위 경쟁은 열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출시된 컴투스홀딩스의 신작 MMORPG '제노니아'를 시작으로 업계를 뒤흔들 다양한 장르의 대작 타이틀이 출격 준비를 마쳤다. 카카오게임즈 '아레스: 라이즈 오브 가디언즈', 넷마블 '신의 탑: 새로운 세계' 등의 출시로 셈법이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디아블로4'.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디아블로4'.

한편 온라인 게임에서는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대작 액션 RPG '디아블로4'가 상반기 중 출시돼 많은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지난 2012년 출시된 '디아블로3' 이후로 약 11년 만에 선보이는 정식 넘버링 타이틀이며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모은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국내에서도 과거의 향수를 느끼려는 올드 플레이어와, 새롭게 디아블로 시리즈를 시작한 신규 플레이어가 한데 모여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소니ㆍ닌텐도 희비 엇갈린 상반기

소니는 지난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게임 사업이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3조 6446억엔의 매출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가 거둔 전체 매출의 약 30%의 해당하는 기록이며, 매출 구성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다. 소니는 지난 1분기 동안 무려 630만대의 PS5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제품 출시 이후 역대 최고 분기 판매량이다.

소니의 PS5 판매량 증가는 엔데믹의 영향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PS5 출시 이후 전세계 물류 적체 현상 및 부품 수급 문제로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전세계의 수요에 공급이 따르지 못했고, 판매 기회를 다수 놓쳤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다시 부품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며 PS5의 판매량은 날개 돋친 듯 상승 중이다. 콘솔 게임 시장을 완벽히 주도하고 있다.

소니는 지난해부터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등 자사의 킬러 타이틀을 선보이며 매출 증가에 나섰다. 이로 인해 2023년 상반기 중 꾸준한 판매량 상승세를 보였다. 또한 지난 6월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6', 스퀘어 에닉스의 '파이널 판타지16' 등 서드 파티 대작들을 출시하며 다시 한번 매출 증진에 나섰다. 하반기에도 '마블 스파이더맨2' 등을 선보이며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반대로 그동안 콘솔 게임 시장을 주도하던 닌텐도의 닌텐도 스위치는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지난 2017년 제품 출시 후 6년이 지났고 전세계에 무려 1억 2500만대를 판매했다. 닌텐도 스위치는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이 팔린 콘솔 기기에 이름을 올렸으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미 구매할 만한 게이머들은 전부 한 대 이상 구매했다는 뜻이다.

닌텐도의 지난 2023년 회계연도(2022년 3월~2023년 3월) 기간 중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한 1조 6016억엔이다. 또한 닌텐도 스위치 하드웨어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1% 줄어든 1797만대에 그쳤다. 지난 2021년 회계연도에 판매량의 정점을 달성한 후 최근 2년간 하락세다. 향후에도 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는 지난 5월 대작 타이틀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을 출시하며 모멘텀을 일부 회복했다. 이 작품은 출시 후 사흘 만에 전세계에서 1000만장 이상을 판매하며 닌텐도 역사상 가장 빠른 판매량을 기록한 작품이 됐다. 2분기에 흥행 대박을 거뒀으나, 닌텐도는 근본적인 문제인 닌텐도 스위치의 노후화를 해결해야 한다. 연내 콘솔 기기 신제품 발표가 기대되는 이유다.

새로운 시장 찾아나서는 국산 게임

지난해 12월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총 44개 게임에 외자 판호를 발급하고 이를 공시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중 7개 작품이 한국 게임이라는 것이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7년 '한한령'을 통해 국산 게임에 외자 판호를 거의 발급하지 않으며 중국 진출을 원천 봉쇄하고 있었기 때문에, 외자 판호 발급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당시 외자 판호 승인을 받은 작품은 넷마블의 ▲제2의나라: 크로스 월드 ▲A3: 스틸얼라이브 ▲샵 타이탄,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이다. 이들은 모두 현지 퍼블리셔와 계약을 맺고 지난 상반기 중 사전예약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치며 서비스 일정에 박차를 가했다.

한때 중국 게임의 경쟁력이 높아지며, 국산 게임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더라도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았다. 하지만 새롭게 중국 시장에 진출한 국산 게임들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높은 흥행세를 보이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은 지난달 중국 서비스를 개시해 출시 열흘 만에 1억위안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 9위에 오르는 등 선전하고 있다. 또한 넷마블의 '신석기시대'는 중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10위 및 인기 순위 3위에 오르는 등 상위권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추후 중국에 상륙할 국산 게임의 흥행세를 기대해볼 만하다.

신흥 게임시장인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타깃으로 한 한국 게임업체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동남아 모바일 게임 다운 수는 2017년 대비 87% 증가한 88억 5000만건을 달성했다. 중동 역시 게임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려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게임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컴투스는 지난 3월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의 글로벌 서비스를 개시한 이후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출시 일주일 만에 누적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으며, 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등을 무대로 국민 게임 반열에 올랐다.

이 밖에도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모바일 게임 시리즈를 비롯해 글로벌 서비스를 개시한 국산 게임 대부분이 동남아시아 지역과 중동 지역에서 높은 매출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하반기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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