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게임산업 상반기 결산 / 종합 · 정책

올해 상반기는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에 따른 여파를 견디며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준비하는 시기가 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일상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서 변화 역시 불가피했다.

게임업계는 앞서 팬데믹에 따른 새로운 시대에 대한 미래 가치가 높게 평가됐으며 파생되는 열풍의 중심축 하나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블록체인과 메타버스가 각광을 받는 가운데 당장의 게임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며 폭발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잇따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엔데믹으로의 전환을 맞이하게 됐고, 글로벌 경제에서의 양적 완화가 현실화되며 게임업계도 고난의 시기를 견디게 됐다. 미래를 대비해 규모를 키워온 게임업계는 비용 상승의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또 당장의 이를 상쇄할 실적을 담보하지 못하면서 공백이 부각되고 역성장의 우려가 커졌다.

올해 상반기는 이 같은 엔데믹의 흐름에 대처하기 위한 업체들의 분주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 그러나 지난 1분기 넥슨을 제외하고는 주요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감소하거나 적자를 기록하는 등 아쉬운 성적표를 받게 됐다. 2분기도 실적 공백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지 못하게 됐다.

업체들의 개발 기간이 길어지며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야 신작들이 쏟아지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또 아직 남은 기대작들의 하반기 쏠림으로 이 같은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이트 크로우'
'나이트 크로우'

MMORPG 경쟁 심화 이어져

올해 상반기 역시 MMORPG 대작들이 속속 출시되며 치열한 경쟁을 거듭했다. 넥슨의 '프라시아 전기'를 비롯해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 그리고 위메이드의 '나이트 크로우' 등이 잇따라 등장했다. 컴투스홀딩스의 '제노니아'까지 상반기 마지막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나이트 크로우'가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하고 이를 유지하며 시장 판도를 뒤집은 사례로서 화제가 됐다. 또 기존 '리니지' 시리즈와 더불어 '오딘: 발할라 라이징' 그리고 이 같은 신작들이 포진하며 MMORPG가 상위권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영향력이 더욱 확대되는 흐름을 보였다.

반면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이후 '승리의 여신: 니케' 등 서브컬처 게임이 단기간이지만 매출 1위에 오르며 시장의 변화에 대한 신호가 감지되기도 했다. 특히 신작뿐만 아니라 기존 인기작 '원신'이 출시 2년을 넘어선 시점에 최고 전성기를 새롭게 맞이하며 이목을 끌었다.

연초 카카오게임즈의 '에버소울'을 비롯해 스마일게이트의 '아우터플레인', 신생 업체 빅게임스튜디오의 '블랙클로버 모바일' 등 서브컬처 타깃 신작들의 시장 도전 행보가 이어지기도 했다. '원신'을 선보인 호요버스의 차기작 '붕괴: 스타레일'도 같은 기간 '원신' 대비 큰 성과를 거두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왼쪽부터 '에픽세븐' '블루 아카이브'
왼쪽부터 '에픽세븐' '블루 아카이브'

중국 판로 확대 기대감 고조

올해 상반기는 온라인게임 시장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확인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넥슨이 '나이트 워커'를 출시했으며 넥슨게임즈의 '베일드 엑스퍼트'가 글로벌 얼리 액세스를 시작했다. 엔씨소프트도 인원을 제한하긴 했으나 공개된 형태로 '쓰론 앤 리버티(TL)'의 테스트를 실시하며 화제가 됐다. 이 외에도 넥슨이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통해 PC와 모바일뿐만 아니라 콘솔까지 아우르는 도전에 나서 이목을 끌었다.

뿐만 아니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디아블로4'가 6월 출시되면서 시장의 열기는 더욱 고조되기도 했다. 콘솔 플랫폼에서도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 '바이오하자드Re:4'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스트리트파이터6' '파이널판타지16' 등이 발매됐으며 상반기의 시작보다 끝이 더욱 빛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말 중국 판호가 대거 발급된데 이어 또 다시 무더기 판호 승인으로 화제가 됐다. 이 가운데 상반기가 끝나가는 시점에 넷마블의 '스톤에이지' 판권(IP)을 활용한 '신석기시대', 그리고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이 중국 시장에 출시돼 흥행세를 보이며 앞으로의 중국 수출 판로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특히 '로스트아크'를 비롯해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가 현지 출시 일정을 확정하며 주목을 받게 됐다.

중국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 국가들이 게임산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가운데 우리 업체들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것도 주목을 받게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넥슨 등 주요 업체들의 지분을 추가 매집해왔고, 중동 국가의 투자부가 한국 게임업체들과 회동을 갖고 협업을 확대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 시행 논의 본격화

올해 들어서는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가 포함된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제도권을 통과하며 시대의 변화를 상징하기도 했다. 법안소위 심사 과정에서 반대로 인해 제동이 걸리기도 했으나 결국 명문화가 결정됐다.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하위 법령을 정하기 위한 협의체가 구성돼 논의를 시작하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뿐만 아니라 법안에서 '게임 중독' 표현을 삭제한 것도 제도권의 달라진 시각으로 비교가 되는 부분이다. 또 게임물관리위원회 구성에 '역사' 분야 위원을 추가하는 개정안이 함께 통과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게임업계를 향한 정치권 의정 활동도 다방면으로 이어져왔다. 게임과 사행성 콘텐츠를 분리해 관리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으며 게임위의 회의록 공개 및 업무 일신을 겨냥한 입법 활동도 이어졌다. 장애인 e스포츠 활성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정치권의 움직임도 나타났다. 또 외국 게임 업체들이 국내에 대리인을 의무 지정토록 하는 법안을 통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고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려고 했다.

지난해 불거진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논란과 이에 따른 질타 역시 상반기를 넘어가는 시점에 더욱 고조됐다. 등급분류 시스템 구축에 대한 비위 의혹이 감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관련 사업의 용역을 부당하게 처리하고 거짓 보고서 작성을 종용했으며 인위적으로 과업 진척률을 97%로 만들었으나, 실제 진척률은 4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위는 이 같은 결과를 수용하고 처분에 따른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본부장 사퇴 등의 조직 혁신을 발표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한덕수 국무총리.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제도권의 온도차

앞서 글로벌 경제의 인플레이션 및 양적 완화를 거듭함에 따라 블록체인 역시 활황의 동력 일부를 잃게 됐다. 이런 시장 분위기에 따라 업체들의 사업 전개도 보수적인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는 평이다. 이 가운데 위믹스가 코인원을 통해 원화 거래가 재개되며 화제가 됐다. 그러나 위믹스를 위시한 정치권의 암호화폐 보유 및 거래가 정치 공작으로 활용됨에 따라 업체들은 관련 사업 전개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시기를 보내게 됐다.

이 가운데 블록체인 게임을 국내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을 확인하기도 했다. 나트리스가 게임위를 상대로 등급분류 취소 처분에 불복하는 소를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스카이피플 역시 이 같은 소송에서 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반면 제도권은 게임과 메타버스 분리 측면에서는 선제적 입장을 취하며 비교가 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에 대한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고,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 수립에 나서왔다. 그러나 이미 게임으로 향유되는 콘텐츠 및 서비스가 메타버스로서 분류되는 등 모호한 경계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신사업 육성을 위해 메타버스를 게임과 분리하며 규제를 완화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콘텐츠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형평성 논란이 대두됐으며 업체들의 규제 회피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정부가 콘텐츠 수출 전략 중의 하나로 콘솔 게임 지원을 언급했으나 30개 업체에 총 90억원이 책정됐다는 점에서 예산 규모가 다소 아쉽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플레이엑스포'
'플레이엑스포'

오프라인 행사와 현장 소통 활발

업계의 권익을 대표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강신철 협회장의 5연임이 결정됐다. 이에따라 2025년 2월까지 10년간 협회장 자리를 맡을 전망이다. 이 가운데 올해 지스타는 B2C 전시관 부스가 조기 완판되며 관심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경기도의 '플레이엑스포'가 10만 5000여명이 몰리며 역대 최대 규모로 막을 내리는 등 오프라인 행사에 대한 수요의 성장세가 뚜렷한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게임업계 역시 의욕적으로 유저와 소통 행보에 나서는 모습을 보여, 하반기는 이 같은 열기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특히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과 맞물려 유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기도 했다. 콜라보레이션 카페 등을 통해 게임 외부에서 함께 즐기는 문화가 점차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 외에도 넥슨의 창업주 지분의 상당수를 상속세로 정부에 물납해 이목을 끌었다. 이에따라 기획재정부가 넥슨의 지주회사 NXC의 29.3%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정부는 이 같은 4조 7000억원대의 지분 처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알려져 그 향배에 대한 여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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