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내 관리 부실, 출범 이후 최대 위기…사회적 여과기능 무시 못해 고심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지난 2006년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일각에선 게임위에 대한 존폐 문제까지 언급하고 있으나, 여론은 아직까지 신중론이 우세한 것 같다. 이번 게임위의 위기 봉착은 게임 심의 등 구조적인 문제점 보다는 특정인의 개인 비리에 가까운 조직내 관리 부실이 결정적이었다는 점에서 극단적 결론에 대해선 다소 조심스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부실 논란을 자초한 게임물 통합 사후 관리 시스템은 게임위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사업 과제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이 것이 사달이 난 것이다. 그 때문인지 게임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게임위 주변에서는 그간 이 시스템 구축 사업과 관련, 여러 좋지 않은 말들이 있어 왔다. 사업이 완료되지도 않았음에도 대금을 지불했다든지, 통합관리시스템 1~2 단계 및 감리용역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검수 절차를 마무리 해 줬다든지 하는, 실로 어처구니 없는 말들이 무성했다.

이렇게 되자 이 문제를 놓고 국회가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고, 이어 감사원의 감사가 실시됐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면 게임위에 대한 카더라 하는 소문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가관인 것은 시스템 사업자가 잔금을 모두 챙기고 마무리 작업도 하지 않은 채 떠나 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게임위는 이를 위해 추가적으로 6억원의 자금을 써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는 게 감사원의 감사 결과 보고이다.

이 뿐만 아니다. 게임위는 시스템 감리업체에 대해 거짓 감리 보고서를 작성해 주도록 종용하기도 했다는데,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사업 진척률은 게임위의 97% 주장과는 달리 겨우 47% 선에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게임위가 그간 어떻게 조직을 운용하고 있었는가를 쉽게 짐작해 볼 수 있다 할 것이다. 한마디로 조직의 의결 절차가 완전히 막혀 있었고 소수에 의해 조직이 움직이는 일방 통로의 길 밖에는 없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게임위는 이에 따라 본부장급 3인에 대해 보직 사퇴의 징계를 단행하고 유사한 비위 행위에 대한 재발 방지를 위해 재무 계약팀을 신설하는 등 조직혁신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게임위의 근본적인 처방책이 되지 못한다는 게 게임위 주변 사람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조직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수직적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번에 말썽을 빚은 부서의 경우도 게임위가 조금만 신경을 써서 들여 다 봤다면 사전에 충분히 문제의 원인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대책을 강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게 게임위 주변사람들의 전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고쳐 쓸 수 없다면 이 참에 게임위를 완전 폐지하고 민간으로 이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임위가 출범한 것은 지난 2006년 10월쯤의 일이다. 그리고 몇 년 후 게임물 관리위원회란 명칭으로 옷을 갈아 입었다. 당시 게임 심의는 영상물등급위원회 게임분과에서 맡고 있었다. 하지만 게임 시장이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자리하면서 업무량이 폭주해 분과위에서 소화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 됐다. 물론 여기엔 일각의 게임 검열이라는 시선도 작용했고, 그같은 눈총은 정권의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김 기만 초대 위원장이 부임하면서 게임위는 업계에 군림하는 심의기관에서 업계의 민원을 해결해 주는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게 됐다. 그는 임직원들에게 끊임없이 낮은 자세를 주문했고, 시간이 나는대로 주기적으로 업계의 인사들을 초청해 기관과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지금은 유명을 달리한 논객 출신의 백 화종 위원장도 비슷했다. 가난한 게임위였지만, 조직의 품위를 잃지 않게 하려고 그는 애를 많이 썼다. 그 당시의 그에 대한 기억은 매달 직원들 임금을 어떻게 맞춰 지급할 것인가 하며 노심초사하던 그의 괴뇌에 찬 모습 뿐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직원들을 늘 가슴으로 안으려 노력했다.

게임위를 갈아 치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 굳이 전임 위원장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며 언급하는 것은 이번 시스템 부실 운용이 게임위의 구조적인 문제점 보다는 개인 비리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따라서 감정적인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각에선 게임위를 이번 기회에 등급과는 관계없이 민간으로 완전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같은 작업이 그리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강조하고 싶다.

일단 예산 확보의 어려움이 크다. 또 자칫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다는 구설에 휩싸일 수 있고, 영국 일본 유럽 등의 국가에서는 민간 중심의 심의를 전담하고 있으나 이 곳에서도 소소한 문제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의 경우 이들과 달리 정부 주도의 심의를 담당하고 있지만 심의에 대한 구설 및 논란은 없는 편이다.

1994년 설립된 미국의 ESRB는 시민단체와 게임 협회의 자율조정 기구처럼 운용되고 있다. 겉으론 잘 돌아가는 듯 하지만 속으론 반목과 대립으로 얽혀있다. 하지만 등급 분류에 있어선 아주 철저하다. 그러니까 논란 속에서도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게임 내용을 폭력과 언어, 선정성, 사행성 뿐 아니라 약물의 범주까지도 자세히 살펴보는 등 30여 가지의 내용 등을 심의 가이드로 삼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게임위의 정체성에 대해 민간주도 또는 정부 주도 여부는 그리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사회적 여과 기능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시대에 맞게 대응하며 맞춰 쓰면 된다는 뜻이다. 무조건 없애자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다. 단 전제는 게임위의 환골탈태의 의지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처럼은 정말 곤란하다 하겠다. 게임위의 미래가 이래저래 고민스럽고 안타깝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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