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급 플레이어 넘쳐나는 KBO리그 흥행 대박…체계적인 육성과 과감한 투자 뒷받침돼야

코로나19 팬데믹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다시 찾아온 역대급 흥행 열기에 야구계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전반기 일정을 채 마치기도 전에 KBO리그는 지난 2일 개막 364경기 만에 4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이다. 400만 관중 돌파 시점은 역대 4번째로 빨랐다. 3년 연속 800만 관중 이상을 기록했던 2016~2018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모두가 놀란 의외의 결과였다.

그도 그럴 것이 KBO리그는 코로나19로 제한적 관중 입장이 허용됐던 2020년과 2021년 2년 연속 관중이 줄면서 수입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해 관중 입장이 전면 허용되면서 600만명의 관중을 동원했으나, 코로나 직전 시즌이었던 2019년보다 100만명 넘는 관중 감소를 감내해야 했다. 올 시즌도 개막 전부터 흥행 부진에 대한 걱정이 매우 컸다. 프로야구 인기 부활을 목표로 나섰던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담한 실패를 맛본데다 내용 면에서도 이전 대회보다 퇴보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3 시즌 개막을 앞둔 야구계 전반에는 흥행은 커녕 인기 하락에 대한 걱정과 우려가 팽배했다. 

그러나 시즌 개막과 함께 반전의 상황이 펼쳐졌다. 시즌 초반 '전국구 인기팀'인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선두 다툼을 벌이면서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6월에는 ‘만년 꼴찌팀’으로 평가됐던 한화 이글스의 8연승 돌풍으로 역대급 중위권 순위 경쟁이 펼쳐지면서 이들이 경기를 펼치는 야구장마다 구름관중이 몰렸다. 

올 시즌 흥행 열풍의 또 한가지 요인으로는 달라진 ‘팬 퍼스트’를 꼽을 수 있다. 팬데믹 기간에 진행된 무관중 경기는 팬들의 소중함을 구단과 선수들이 다시 한 번 절실하게 깨닫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 시국 이전엔 각 구단의 소통이나 선수들의 팬서비스 문제가 잊을 만하면 거론됐다. 하지만 무관중 시기를 거치면서 랜선 응원, 경기 후 선수 참가 이벤트 등 다양한 소통 채널이 가동됐다. 선수들도 팬서비스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자발적으로 사인에 응하는 등 긍정적인 팬중심 문화가 정착됐다.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끝낸 KBO리그는 이번 주말 별들의 축제를 앞두고 있다. 팬들과 선수단이 투표로 직접 뽑은 선수들과 감독 추천으로 선정된 선수들이 오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KBO 올스타전을 펼친다. 전반기에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스타 플레이어들이 한 자리에 모여 경기를 치르는 만큼 팬들은 벌써부터 누가 MVP 활약을 보여줄지 큰 기대감을 품고 있다.

프로야구 흥행은 팀 성적 못지 않게 스타 플레이어의 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는다. 팀 성적과 관계 없이 한 명의 스타 플레이어가 구름 관중을 몰고 다니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야구장이다. 

이 때문일까. 각 구단들은 체계적인 선수 육성과 천문학적인 투자를 통해 스타급 선수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팀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선 꾸준히 스타급 플레이어를 배출해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서다. 일례로 올 시즌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LG는 체계적인 선수 육성을 통해 홍창기, 문보경, 문성주, 박명근, 정우영, 고우석 등과 같은 스타급 선수들을 해마다 발굴해 내고 있다. 이와 함께 역대급 투자 및 외부 수혈을 통해 김현수, 박해민, 박동원, 함덕주와 같은 명품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에 프랜차이즈급 선수를 붙잡지 않고 타팀에 내주는 등 인색한 투자로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고 있는 삼성의 경우 창단 첫 리그 꼴찌의 굴욕을 맛보고 있는 중이다.  

올해 KBO리그가 이처럼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게임업계도 야구 흥행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야구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업체들은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KBO 올스타전을 앞두고 유저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대대적인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를 통해 KBO리그 흥행과 함께 야구 게임들도 인기를 회복했으면 한다. 하지만 야구 인기를 단순히 마케팅 기회로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 각 프로야구 구단들이 팬들을 다시 야구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전개하고 있는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을 게임업계가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어 보여 하는 얘기다.

요즘 게임계에는 스타급 플레이어가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그렇다고 육성 의지와 노력의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20여년 전 그 때 그 사람들의 이름이 그대로 게임계 전면에 남아 있을 뿐이다. 그래서 일까. 그 시절의 스타급 개발자들이 남겨 놓은 작품과 그 판권(IP)을 활용한 게임과 아류작들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는 모습이다.   

20주년을 맞은 ‘메이플 스토리’와 ‘리니지 시리즈’가 여전히 온라인과 모바일 시장을 호령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들 작품을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단지 이들 작품을 뛰어 넘는 흥행작들이 수년 째 나오지 않고 있는 게임계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물론 이전과 달리 스타급 개발자가 인기작을 만들어 내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왜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똑똑한 개발자들과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받고 있는 임원진이 모여 있으면서도 이렇다할 글로벌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지 묻고 싶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가?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급 흥행 광풍을 일으키고 있는 ‘디아블로4’를 보면 엄청 부럽다. 혹자는 이 작품 개발에 투입된 엄청난 물량을 핑계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할리우드 대작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자원이 투입된 ‘기생충’과 ‘오징어게임’의 성공에는 어떤 핑계를 될 것인지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게임계는 지금 봉준호와 황동혁 감독과 같은 스타급 플레이어가 절실하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탁월한 기획력과 창의력을 지닌 인재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내부에서 찾을 수 없으면 시선을 밖으로 돌려도 상관없다. 자본력은 얼마든지 끌어올 수 있는 곳이 바로 국내 게임업계다. 지금은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스타급 플레이어들의 멋진 활약과 구단의 팬 퍼스트 정책이 계속 이어진다면 KBO리그의 흥행 열기는 하반기에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게임계에도 여름 대목시즌을 맞아 '올스타전' 처럼 스타급 개발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이 기획하고 만든 글로벌 흥행작들을 서로 자랑하는 자리가 만들어졌음 하는 바람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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