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비전프로' 발표하며 도전장…사양 뛰어나지만 가격 등 걸림돌

글로벌 게임업계에는 오래 전부터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며 게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했다.

이제 곧 새로운 황금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도 잇따랐다. 하지만 VR과 AR 게임시장은 10년 이상의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실험적인 시장에 머물고 있다. 

물론 '포켓몬 GO' 등 세계적으로 빅 히트를 기록한 작품도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VR과 AR 게임시장은 여전히 마이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적인 ICT기업들이 VR과 AR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애플은 VR 및 AR을 아우르는 혼합현실(MR) 헤드셋 신제품을 발표하며 이전까지와는 다른 '공간 컴퓨터'로서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 회사가 선보인 MR 헤드셋 '비전 프로'는 기존의 제품들을 압도하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다.

애플은 이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무려 7년여 간 1000여명의 개발자를 투입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역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제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둘로 갈린다. 하나는 '놀랍다, 역시 애플이다'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너무 비싸다, 누가 살까'하는 것이다. 

우선 이 제품은 압도적인 고사양을 자랑한다. '비전 프로'는 마이크로 OLED 기술을 사용한 두 개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2300만 픽셀의 최대 4K 환경을 지원한다. 또 고유의 듀얼 칩 디자인의 자체 '애플 실리콘'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애플은 이 제품을 통해 광범위한 몰입 스펙트럼을 망라하는 타이틀로 새로운 게임 유형이 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원하는 크기의 화면에서 100개가 넘는 애플 아케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눈여겨 볼 사항은 '비전 프로'가 눈과 손, 그리고 음성으로 제어 가능한 새로운 입력체계를 도입했다.

이처럼 막강한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그에 못지 않은 단점도 있다. 그 중 하나가 외장 배터리를 통해 최대 2시간 만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비전 프로'의 가격이 3499달러(한화 약 457만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기존 헤드셋 제품과 비슷한 크기로 장시간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물론 얼리어덥터를 중심으로 돈에 상관 없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어하는 마니아들은 이 제품에 열광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중화를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애플 '비전 프로'의 경쟁 제품인 메타의 '퀘스트 프로'는 당초 1499.99 달러로 판매될 예정이었으나 시장의 호응을 얻지 못하자 999.99 달러로 가격이 인하된 바 있다. 또 메타가 애플의 '비전 프로' 발표에 앞서 공개한 '퀘스트3'는 올 가을 출시 예정으로, 가격이 499달러다. 애플의 '비전 프로' 가격의 7분의 1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가격이 전부는 아니다. 애플은 그동안 아이폰 등 신제품을 내놓을 때 마다 경쟁사를 훨씬 뛰어넘는 고가를 제시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애플 제품만 애용하는 '애플빠'를 양산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이 가격을 압도해 왔다. 또 아이폰과 맥북을 연결하는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을 '비전 프로'에서도 즐길 수 있다면 그만한 매력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드셋 형태의 가상현실 기계가 갖고 있는 근본적인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는 숙제로 남는다. 가상현실 헤드셋을 사용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머리에 착용해야 사용할 수 있는 이 제품은 일단 무겁고 번거롭다. 한 두 시간 사용해 보면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또 킬러콘텐츠를 어떻게 갖춰 나갈 것인가도 관건이다. 과거 VHS 비디오테이프와 CD가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는 바로 성인 콘텐츠의 인기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도 VR 성인콘텐츠가 존재한다. 하지만 과거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지금은 과거와 달리 인터넷을 통해 PC와 모바일 제품으로도 충분히 성인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VR 및 AR을 아우르는 혼합현실(MR) 제품은 앞으로도 계속 시장에 나올 것이다. 그 중에서 히트작이 나오고 킬러 콘텐츠가 만들어질 날이 올 것이다. 다만 아직은 그 것이 무엇이 될 지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비전프로'가 성공을 하든, 아니면 실패를 하든 그 의미는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세계 최고의 ICT업체인 애플이 본격적으로 이 시장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수많은 경쟁자들이 등장할 것이고 이 시장이 활성화 될 것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빨리 우리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다. 지금까지 실패 해 왔다고 해서 영원히 실패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니까. 부디 애플의 야심찬 역작인 '비전 프로'가 그 신호탄을 쏘아주길 바란다.

[더게이스데일리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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