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등 경쟁 장르선 기념의 날 지정해 행사 치러…이젠 권위와 품격을 만들어 나갈 때

지난해 9월, 마침내 문화예술 진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실, 진흥법 개정안에 그처럼 목을 내밀며 지켜본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게임을 놓고 문화예술 범위 내에 넣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개정안에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같은 개정안은 여야 합의에 의해 국회의 벽을 넘어섰다.

게임 역사 반세기 여만에, 그 것도 온라인 게임을 기반으로 산업을 일으켜 세운 국내 게임 역사 20여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또한 제도권으로부터의 권위와 품격을 부여받게 된 사실상의 첫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게임계는 그동안 태생적인 문제점 즉, 과몰입과 사행성, 폭력성 등 3대 악재로 인해 제대로 어깨를 펴질 못했다. 겨우 제도권에서 원하는 일에만 주력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제도권에서 원하는 일이란 수출 잘해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일이었다. 그리해서 고용 창출도 하고 일자리도 만들라는 것이다. 조금 더 기대를 했다면 그로인해 수입 대체 효과도 얻기 때문에 게임계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지 않았을 뿐이다. 한마디로 더도 덜도 아닌 셈이었다.

대중문화의 중심이자, 파생 산업에 지대한 역할을 하는 게임 산업에 대한 기대와 역할은 늘 제한적이고 피상적으로 이뤄져 온 것이다. 

이같은 정부의 바람과 업계의 생리는 서로 맞아 떨어졌다. 관심 밖의 정부의 태도에 업계는 나만 잘 먹고 잘살면 된다는 식으로 자신의 배만 채우는 데 급급했다.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됐고, 스타트 업들은 사경을 헤맸지만, 잘 먹고 잘사는 기업들은 자신들만의 리그에 취해 흥청망청 댔다.

이같은 움직임에 제동이 걸린 건 ‘바다 이야기’사태로 빚어진 게임계에 대한 일대 긴급 조정 바람이다.

이 때 게임계가 조금은 제도권의 생리를 알게 됐다. 더 이상 그들이 하라는 것만으로는 더이상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한 것이다. 무엇보다 팬(유저)과 국민을 의식하고 걸어가지 않으면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나눔의 사랑을 실천하기 시작했고,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걷는 법을 하나 둘씩 배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게임계에 대한 제도권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예컨대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날개가 필요하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의 제도권 안착 사례는 국내 게임계에 타산지석의 교훈이라고 할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계와 국내게임계의 정서를 보면 상당히 닮아 있다. 개인 주의에다 초창기 영화계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 또한 엇비슷하다. 하지만 이를 깨부수고 제도권으로 진입하는 과정은 자못 다르다. 한쪽은 오로지 하라는 요구만 수용해 온 반면 할리우드 영화계는 제도권의 하라는 요구 뿐 아니라 그들로부터 인정 받겠다는 노력에도 경주한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계가 사회로부터 인정받겠다는 뜻으로 만든 것이  다름아닌 아카데미 영화제다. 지금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고 하지만 출발점은 그렇치가 못했다. 그래도 그들은 그 권위와 품격을 완성하는데 매달렸다.

지난해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할리우드 대표 배우로 꼽히는 윌 스미스의 폭력사건이 외신의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자신의 부인인 제이다핀켓 스미스의 탈모 현상을 놓고 진행자인 크리스 록이 비아냥 된 것을 괘씸하게 여긴 윌 스미스가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린 사건이다. 이 일로 인해 윌 스미스는 10년간 영화제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주최 측은 시상식의 권위와 할리우드 배우들의 품격을 지키기 위해 이같은 징계를 내린 것이다. 

안타깝게도 국내 게임계에는 이같은 권위와 품격을 지켜주는 무대가 없다. 필자가 상의 제정에 관여해 만든 ‘대한민국 게임대상’이란 시상식이 있긴 하지만 명실공한 게임계의 행사라고 불리기엔 다소 지엽적이다. 영화계의 3대 영화제인 ‘백상 예술대상’‘청룡 영화상’ ‘대종상’처럼 ‘대한민국 게임대상’도 몇몇 시상식 가운데 하나 정도로 게임계에 인식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이 칼럼 란을 통해 몇 번을 주창하고 강조한 적이 있는 데, 이젠 더 이상 ‘게임의 날’ 제정을 미뤄선 곤란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엔터테인먼트 장르 가운데 해당 업종에 해당하는 기념날이 없는 곳은 오로지 게임계라고 할 정도다. ‘영화인의 날’ ‘가수의 날’ ‘만화의 날’ 등 업종을 명기해 기념식을 갖는 단체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게임계만 유일하게 기념의 날이 없다.

사람에게는 인격과 품격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거기서 사람의 향기가 난다고 한다. 사물과 기업에도 마찬가지다. 인격대신 품격이 살아있다. 품격이 있어야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고 권위를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매일같이 수출이 미진하거나 게임이 필요할 때 불려만 다니는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그래도 역사는 기록해야 하지 않겠나. 권위와 품격은 역사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것은 부여받도록 노력하고 만들어 가는 것이다. 게임계도 이젠 품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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