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 재개 움직임에 상황 예의 주시 … 이 기회에 시장 다각화 노력 절실

싱하이밍 중국 대사의 잇단 발언으로 한중 외교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따라 게임 수출 시장에 먹구름이 끼는 등 요동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중 외교 분위기가 빠르게 경색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해협 발언에 이어 싱하이밍 중국 대사의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한중 외교에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특히 대통령실까지 나서 싱하이밍 중국 대사의 문제의 발언을 언급하는 등 매우 공세적인 입장을 취함에 따라 양국은 한중 수교 30여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한중 외교 갈등으로 산업계에 불똥이 튈 경우 또다시 수출시장이 출렁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는 이에 앞서  중국 당국이  지난말 부터 한국 게임에 대해 판호를 발급하는 등 유화적 태도를 보임에 따라 대 중국 게임시장에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보는 등 기대감을 보여왔다.

특히 판호 발급의 경우 개별 업체에서 할 수 있는 툴이 사실상 전무하고, 중국 당국의 부정적인 시선은 바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조심스런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런데 한중 관계가 최근 경색 국면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이미 주식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판호를 발급 받으며 주목을 받아온 넷마블, 넥슨게임즈, 데브시스터즈의 주가가 줄줄이 하락했다. 넷마블의 경우 지난달 4일 6만 8000원을 기록했으나 전날 5만 6300원을 기록하며 40여일 만에 17.35% 떨어졌다. 넥슨게임즈는 2만 100원에서 1만 9180원으로 4.57% 감소했다. 특히 전날 7.12% 하락세를 보였는데 중국 진출 기대감이 희석된 영향으로 평가된다. 데브시스터즈는 5만 5000원에서 4만 7600원으로 13.4% 떨어졌다. 

이로인해 판호 발급 모멘텀을 기대해 온 업체 뿐만 아니라 게임시장 전체 분위기가 가라앉는 모습이다. 과거엔 판호를 발급 받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으나 지금은 이러한 기대치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사업 비관론과 함께 게임주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냉정한 평가다.

실제 KBSTAR 게임테마의 경우 지난달 4일 1만 1030원에서 전날 1만 455원의 변경을 보였다. 같은 기간 TIGER 글로벌자율 주행 & 전기차 SOLACTIVE는 9570원에서 1만 540원, TIGER 반도체는 2만 8605원에서 3만 2700원의 변동을 보였다. 다수의 주식 종목들이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독 게임주는 소외된 모습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한중 외교 갈등 속 국내 게임시장 전망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해 업계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악화된 외교 분위기 속에서 한국 콘텐츠의 중국 진출이 다시 막힐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않다. 이미 지난달 베이징과 랴오닝성 선양 등 중국 주요 지역에서 네이버 접속이 이뤄지지 않거나 로딩 속도가 느려지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가수 겸 배우 정용화의 중국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돌연 취소됐다.

앞서 사드 갈등 당시 중국 당국이 한국 콘텐츠 수입을 억제했던 만큼 이번 한중 외교 갈등이 지속될 경우 이같은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대만 문제와 한미일 공조에 따른 중국 소외론이 국제적으로 제기될 경우 중국 당국이 이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한국 콘텐츠의 중국 진출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내다 봤다. 신한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주식시장의 우려만큼 중국 현지의 분위기는 심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한 2020~2022년 사이 당국의 규제조치로 인해 중국 현지 개발사와 퍼블리셔들의 실적이 크게 감소하고 이에따른 구조 조정을 단행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에서 중국 당국이 별도의 조치를 또다시 취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지난 4월 중순 이후 텐센트, 요스타 등  중국 게임  퍼블리셔들의 한국 게임 출시를 그 사례로 꼽혔다. 중국 당국의 압박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처럼 한국 게임에 대해 대대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숨가쁘게 움직이고 있는 넷마블, 넥슨게임즈, 데브시스터즈의 행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문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정경 분리 방침도 주목거리다. 이를테면 민관의 입장을 나눠 서로 다른 대처법을 쓰는 경우다.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다소 과격하게 대응한다 하더라도 민간 베이스에 해당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정책을 쓰는 식이다. 이는 사드 갈등 이후 중국 정부가 민관 합동으로 반한 목소리를 냄으로써 득 보다는 실이 더 많게 됐다는 자성론이 나온데 따른 조치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그간 워낙 극단적인 조치를 많이 취해 와 어떤 후속적인 움직임을 보일지 알 수는 없으나 현지 시장 전망이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업체의 한 관계자는 " 중국 현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으나 한중 외교 갈등으로 인해 출시 일정을 수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출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따라 중국 서비스를 준비중인 게임 업체들은 현지 퍼블리셔 업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등 흥행 준비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있다. 또 다소 서비스 기간이 장기화된 작품의 경우 철저한 현지화 작업을 통해 유저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다만 일종의 본보기의 사례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알 수없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한령에 의해 다시 문이 열리고 있는 중국 게임시장에 대해  기대감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예컨대 시장 다각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성장 둔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규제 또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 게임시장은 지금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더게임스데일리 강인석 기자 kang12@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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