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산업 육성은 커녕 방해만 하다가 급한 일 있으면 그때서야 게임을 찾는다.”

최근 중소업체 한 관계자는 인터뷰 중 이 같은 말을 꺼냈다. 앞서 정부에서 게임을 수출유망 품목 중 하나로 선정한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상황이다. 게임이 수출유망 품목으로 선정되며 산업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나라살림을 제대로 못해 십 수개월 이상 무역적자를 내자 그제서야 게임을 찾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출을 위해 중국에 판호 발급 확대를 요청한다는 방안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냥 안 도와줘도 되니까 중국과 갈등 국면만 안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며 냉소적인 입장을 보였다.

제도권이 급할 때 게임을 찾는 모습은 수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선거 때는 젊은 세대들의 표심을 잡겠다고 갑자기 e스포츠 경기장을 찾아가거나, 여야갈등 속 국면전환을 위해 게임업체가 발행한 코인을 투기성 잡코인으로 몰아갔다.

또한 강력범죄 발생으로 사람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 게임이 원인이었다고 지목하고, 학생들의 지나친 학업시간과 체육활동 감소로 인한 비만도 게임 때문이라고 지적해 왔다. 또한 과도한 스트레스와 육아 방치 등으로 미성년자가 게임에 몰입하면 원인이 아닌 게임을 지적했다. 무슨 문제만 생기면 게임을 방패로 삼아온 것이다.

이러한 행태만 보면 게임이 가히 제도권의 특급 소방수 역할을 맡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스파이더맨’의 명대사로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있는데 큰 책임을 씌우려면 적어도 큰 힘이라도 줬으면 한다.

또한 맨날 게임을 문젯거리나 대안으로 삼을 셈이면 최소한 지속적으로 게임산업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꾸준히 게임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게임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지만 갑자기 처음 보는 사람이 전문가라며 이유를 게임이라 하는 것은 어색하기 때문이다.

산업 수출 효자로서,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서 게임의 존재감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각종 사회현상의 원인이나 대안으로 게임이 언급되는 일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게임에 제도권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향후에는 “ 갑자기 게임을 방패막이로 삼는다”가 아니라 “대안으로 삼으려고 그간 육성을 통해 큰 그림을 그려왔구나”라는 말을 자주 들었으면 싶다.

[더게임스데일리 강인석 기자 kang12@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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