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계의 일천한 저작권 인식 '큰 문제'…남의 것 베껴다 쓰는 일 이젠 사라져야

중견 게임업체인 액토즈소프트가 최근 싱가포르 법원에 제출한 ‘미르의 전설 2’에 대한 부분판결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소송 건은 이미 업계에선 다 알고 있다고 할 만큼 드러난 송사로, 그 반대편엔 한때 같은 배를 타면서 항해를 같이 해 온 위메이드란 기업이 있다. 

액토즈의 이번 소송의 주 내용은 싱가포르 국제상공회의소(ICC)에서 내린 ‘미르 2’에 대한 부분 결정이 과연 합법적이냐는 것이다. 이 과정에 앞서 ICC는 중국 게임업체인 란샤와 액토즈가 주장해 온 ‘미르 2’에 대한 제반 권리(소프트웨어 라이선스 계약 :SLA) 의 경우 이미 지난 2017년 종료됐다는 위메이드측 주장이 맞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렇게 되자 액토즈측은 ICC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위메이드측은 그간의 물적,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법적 절차를 밟고 나선 것이다. 최종적인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는 점에서 결과에 대한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액토즈 측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고, 위메이드측은 ICC의 결정이 내려지니까 지금까지와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며 액토즈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재산권(저작물) 보호에 대한 긴요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러한 소송건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않았을 뿐 사실 비일비재하다. 특히 저작권에 대한 권리 유무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 또 새로운 기기들이 잇달아 개발되고 있다는 점, 저작자들의 공동 작업을 통해 완성되고 있는 작품이 많다는 점 등 저작자들의 권리가 갈수록 복잡해 지고 난해해 지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권의 정비가 절실하다 하겠다. 그러나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임과 달리 영화의 경우 단순하지만 아주 자주 복잡하게 얽히는 사례가 판권 소유 문제다. 외국 영화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보면 아주 낯선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한다.

예컨대 외국 영화 판권을 A라는 사람에게 판매한 경우다. 이렇게 되면 이 판권의 권리는 A라는 사람에게만 주어진다. 따라서 A라는 사람이 반드시 이 영화를 개봉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땐 사전 양해를 구하거나 새롭게 계약서를 작성해 제3자에게 재판매하거나 판권을 다시 넘겨줘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절차를 생략한 채 자신이 마치 모든 판권의 라이선스를 쥐고 있는 것처럼 내다 파는 것이다. 이건 한마디로 위법한 짓이다. 이런 일들이 빈번해 지자 변호사 입회 하에 계약서를 작성토록 했으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구두로 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변호사가 입회하지 않는 저작물 계약은 상상할 수 없다. 반드시 변호사를 대동하고 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와 엑스엘게임즈의 표절논란 시비에 대해서도 여러 설들이 나돌고 있다. 그 한 가지는 다른 게임업체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고,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냐는 식의 풍조가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리니지 라이크’라는 것인데,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 마치 천연덕 스럽게 받아 들여지고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간 해 왔으니 문제가 없는 게 아니라 지금부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 게 저작권 확장의 역사다.

저작권의 권리 쟁탈은 흔히 투쟁의 역사에 자주 비유된다.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치열한 논리와 머리 싸움으로부터 얻어지는 것이 바로 저작물의 권리라는 지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저작물의 법적 권리는 선 처리가 아니라 후 처리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복제가 이뤄져도, 그 복제물이 시장에서 넘쳐 흘러도 저작권 권리를 행사하지 않는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예컨대 타이밍을 보고 권리 확보에 나서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 한글과 컴퓨터 등 주요 저작물 권리자들이 다 그렇게 해서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엔씨소프트가 이러한 시점을 내다보고 엑스엘게임즈에 제동을 걸고 나섰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리니지 라이크’란 이름으로 남의 것을 배껴다 쓰는 일이 이젠 게임계에선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볍고 쉽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같은 특장점을 상품화해서 일확천금을 쥔 이들 또한 우리 주변에 적지 않다. 그렇지만 내막을 들여다 보면 그게 그처럼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각고의 노력과 땀에 의해 완성된 것이다. 수필가 피 천득 선생은 원고지 한 장의 글을 완성하기 위해 열장의 원고지를 버리는, 힘과 노력을 마다하지 않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노력의 결과물을 ‘리니지 라이크’란 국적 불명의 이름으로 슬그머니 가져다 쓴다면 그건 도둑이다.

저작권에 대한 중요성을 이 기회에 다시금 새기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중국이 199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앞두고 가장 많이 고민하고, 장고의 시간을 가진 것은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 국가들의 저작권 공세에 맞설 대비책을 세우기 위함이었다. 그만큼 저작권 보호에 허술했고, 무방비 상태에 있었다는 뜻이다. 지금도 이 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복잡하다 할 만큼 소극적이다. 하지만 중국도 변하고 있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저작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선 선진국이란 대우를 절대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중국 정부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게임계도 이젠 변해야 한다. 그까짓 것이 아니라 그 것 조차 조심하고 피하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같은 노력 없이는 문화보국으로 가는 지름길은 없다고 생각한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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